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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학술

“커뮤니케이션 학자가 ‘장자’에서 암치유법 찾아낸 연유는”

등록 2018-08-06 21:00수정 2018-08-06 21:28

[짬] ‘장자 내편’ 펴낸 김정탁 교수

새 저서 <장자 내편>를 낸 김정탁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새 저서 <장자 내편>를 낸 김정탁 교수가 2일 오후 서울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소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장자>가 최고의 텍스트가 될 수 있습니다.”

정년을 1년 남겨둔 김정탁 교수가 <장자 내편>(사람의무늬 펴냄)을 출간했다. 그는 “현대 사회가 심각한 소통의 문제를 겪고 있다”고 규정하고,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인 장자(기원전 369년?~기원전 286년)에게서 해결책을 찾는다.

1980년대 미국에서 커뮤니케이션학을 공부하고, 85년부터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에서 강의를 해온 언론 학자가 서양이 아닌 동양 고전에서 ‘소통의 해법’을 찾는 부분이 흥미롭다. 장자를 “인류의 가장 훌륭한 소통의 사상가”라고 평가하는 그를 지난 2일 만났다.

미국 유학뒤 34년째 신문방송학 강의
2000년초부터 ‘유불선 소통사상’ 관심
‘장자’에서 찾은 ‘소통의 해법’ 책으로

“암환자 언어 ‘작은 차이’ 강조 경향”
2015년 세계학회 논문발표 ‘최우수상’
내년 정년까지 ‘외편’ ‘잡편’ 완간 목표

김정탁 교수가 2일 새 저서 <장자 내편>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김정탁 교수가 2일 새 저서 <장자 내편>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광 기자 flysg2@hani.co.kr
그는 물론 초기에는 전공인 서양 커뮤니케이션 이론을 중심으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하지만, 2000년대 초부터는 동양의 유·불·선사상을 커뮤니케이션의 관점에서 조명하는 연구를 해했다. 2003년부터는 대학원에서 ‘유불선의 소통사상’ 강의도 시작했다. 특히 2010년대 들어서는 노장사상의 핵심 텍스트인 <장자>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왔다.

“사회적 갈등의 심화, 암 등 신체질환과 공황장애 같은 정신질환의 급증, 온난화로 대표되는 자연과의 불화 등 현대사회의 문제를 서양의 커뮤니케이션 이론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는 서양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대해 “현대판 소피스트인 변호사를 양성하는 데 좋은 ‘브레인 투 브레인’ 이론”이라고 규정한다. “정확한 개념, 올바른 문법, 선명한 논리를 기초로 만들어진 탓에 언제나 세상을 옳고 그름과 승자와 패자로 나눈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니 “조그마한 차이도 크게 부각해내고, 사용하는 언어에도 ‘자극적인 조미료’가 많이 들어가 마음을 상하게 한다.” 김 교수는 “이런 요소들이 오히려 현대 사회에서 진정한 소통을 어렵게 해서 현대적 불통을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자>는 인간과 인간의 소통에서 출발해 인간과 자연과의 소통으로 확장한다”며 이에 따라 “살아가면서 생겨나는 온갖 부작용, 특히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대표적인 사례로 <장자> ‘제물론’(齊物論)에 나오는 오상아(吾喪我·내가 나를 초상 치르다)를 꼽는다. 여기서 ‘오’(吾)와 ‘아’(我)는 모두 나를 뜻하지만, ‘오’는 본래 면목의 나인 데 반해, ‘아’는 ‘살아오면서 만들어진 나’를 가리킨다. 김 교수는 ‘오상아’에 대해 “잘못된 커뮤니케이션에 의해 차이를 강조하도록 만들어진 나를 버리고 원래의 나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한다. 그렇게 되면 <장자>에 등장하는 ‘구만리 창공을 나는 대붕’처럼 “아주 높은 곳에서 봄으로써 작은 차이에 연연하지 않고, 인간의 결을 지우고 자연의 결로 찾아가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장자>의 시각이 “미시적 차이를 강조하는 데서 오는 ‘현대병’을 치유할 수 있게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김 교수는 <장자>와의 만남을 ‘행운’이라고 믿는다. “서양학문의 목적은 진리추구에만 국한돼 있지만, 동아시아 고전은 진리추구(도의 발견)와 인격수양이 함께 가기 때문”이다. 동아시아 커뮤니케이션 사상의 정수인 <장자>를 연구하는 과정이 바로 인격수양의 과정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는 또한 서양 커뮤니케이션 학자의 연구가 <장자>에 대한 이해의 지평을 넓히는 데 조금은 기여했을지 모르겠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서양식 분석적 틀을 이용해 동양학 전공자들과는 다른 ‘전체 설계도’를 가지고 <장자>에 대해 접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장자> 연구서가 원문을 한줄한줄 번역한 데 비해, 김 교수의 <장자 내편>에서는 “전체 맥락을 이해할 수 있도록 통으로 번역하려는 노력을 기울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1년 남은 교수생활 동안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속편’, ‘잡편’ 등 <장자>의 나머지 부분도 정년 때까지 펴내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장자 사상을 통한 암 환자 치유’ 등 연구 성과를 사회에 환원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사실 그는 이미 지난 2015년 7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세계커뮤니케이션학회(WCA) 컨퍼런스에서 ‘암과 동아시아 전통적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이라는 논문으로 최우수상을 받았다. 암 환자 100여명을 심층 인터뷰한 이 논문에서 그는 “암 환자에게서는 작은 차이에 지나치게 의미를 부여하거나 조미료를 섞은 과잉언어를 자주 사용하는 커뮤니케이션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잘못된 현대 커뮤니케이션이 스트레스를 일으키면서 암 발생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따라서 “<장자>가 말한대로 차이를 강조하는 작은 말(小言) 대신 다름을 인정하는 큰 말(大言)을 사용하면 사회적 스트레스를 줄이게 되고, 따라서 암 발생률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보근 기자 tr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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