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정치학자인 차기벽(사진)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가 23일 오전 7시께 별세했다. 향년 94. 고인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북대에서 교수 생활을 시작해 1961년부터 성균관대에서 제자를 길렀다.
고인은 강단에 섰던 50년대 초부터 50년 동안 한국적 상황에 맞는 우리 정치학 연구에 힘을 쏟았다는 평이다. 전쟁이 끝나고 민주주의를 첫 경험하던 1950년대엔 민주주의 발달사를 중심으로 서구 정치사 연구에 주력했다. 5·16쿠데타 뒤 20여 년은 아시아·아프리카 신생국가의 근대화와 민족주의 연구에 매진했다. 마지막 20년은 한국에서 민족주의와 민주주의를 함께 달성할 수 있는 방안 연구에 치중했다.
고인은 1994년 학술원 주최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글 ‘한국의 민족주의-지난 1세기에 대한 역사적 성찰’에서 “민족 내부의 사회 경제적 모순을 그대로 놓아둔 채 민족주의를 발전킬 수 없다”며 “남한 사회의 민주화는 사회 경제적 민주화로까지 확대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렇게 “남한의 민족주의가 자주적 발전을 이룰 수 있다면 북한의 개혁과 개방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돼 남북통일 실현이 가능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서로 <근대화정치론> <민주주의의 이념과 역사> <간디의 생애와 사상> 등이 있다. 한길사가 2005년 10권으로 이뤄진 <차기벽 저작집>을 냈다.
아들 운오(TSK워터 본부장), 딸 운옥(한성대 명예교수) 운선 운미(약사), 사위 문상흡(서울대 명예교수) 이제민(연세대 명예교수) 김명환(서울대 교수)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25일 오전 7시30분. (02)3410-6902.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