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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미혼모, 신생아 입양, 강요된 선택
캐런 윌슨-부터바우 지음, 권희정 옮김 l 안토니아스 l 1만9000원 아기를 퍼가는 시대라니, 제목부터 끔찍하다. 입양이라는 단어를 의역한 건가 싶었는데 직역했다. ‘‘베이비 스쿱’, 정말 아기를 퍼가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부터 1970년대까지 서구의 비혼모들은 결혼하지 않고 아이를 가졌다는 이유로 체계적이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아이를 강제 입양 보내야 했다. 이때를 ‘아기 퍼가기 시대’라고 부른다. 책 표지 사진에 갓난아기를 안고 있는 여성은 책의 저자 캐런 윌슨부터바우다. 딸을 입양 보내기 직전에 찍은 사진이다. 캐런은 고3이던 1966년 딸을 낳았으나, 당시 관행에 따라 딸을 입양기관에 보내야 했다. ‘강제 입양’을 경험한 캐런은 지난 75년 동안 입양·사회복지·심리학 문헌 등을 훑어 미국 정부와 사회복지시설·종교단체 등이 비혼 여성 임신에 개입하고 억압한 자료를 모아 기록했다. 책은 방대한 자료를 통해 비혼모를 비정상으로 낙인 찍고, 그들에게서 아기를 분리해 기혼 부부에게 보내는 것을 ‘아동 복지’로 설파해왔던 ‘아기 퍼가기 시대’를 되짚는다. 책은 ‘서구 미혼모 잔혹사’ 총서 첫 번째 편이다. 당시 미국·캐나다·영국·호주·뉴질랜드 등에서 비혼모의 아기가 강제 입양됐으며, 미국에서만 600만명~1천만명의 비혼모가 피해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비혼모 아기의 강제 입양’이 서구만의 일이었을까. 1958년 서울대에 사회사업학과(현 사회복지학과)를 창설한 이들은 ‘아기 퍼가기 시대’ 당시 미국에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온 이들이었다. 이후 한국사회에서 비혼모의 병리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됐다. 미국의 아기 퍼가기 시대와 한국의 결혼제도 밖 재생산권 업악은 연결돼 있다. 장수경 기자 flying71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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