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근현대사 연구자 정병준 교수
이범진(가운데)과 기종(왼쪽), 위종 3부자가 1900년 5월 프랑스에 도착한 직후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 이원갑 이범진열사기념사업회장이 소장한 사진으로 정병준 교수가 이번 논문에서 처음 공개했다. 이원갑 회장 제공
정병준 교수가 연구실에서 인터뷰 뒤 사진을 찍고 있다. 강성만 선임기자
국내 가족 지키며 해외 독립운동 후원
마지막 주러공사인 부친과 고종 연결책
안중근 의거 때 체포…심한 고문에 폐인
두 아들 한국전쟁 때 사망해 대도 끊겨 “자료의 이야기 들려주는게 역사가 역할” 왜 김규식일까? “생애가 비극적이라 더 매력적이었죠. 제가 비극에 끌리는 타입이거든요. (좌우합작을 함께한) 여운형이 1947년, 김구가 1949년에 암살당하고 1년 뒤 납북돼 심장마비로 사망했잖아요.” 그가 첫 책에서 다룬 여운형은 어떨까. “매력적이죠. 여운형은 해방 후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노선을 추구한 사람인데 지금 와서는 이상주의자 혹은 기회주의자라는 평을 듣고 있어요. 해방 뒤 세계 체제에서는 미소가 대립했고, 한반도는 남북이 갈등했고 남한은 좌우가 대립했어요. 이런 상황에서 분단을 막고 통일을 이루려면 좌우합작과 남북연합, 미소협력을 추구하는 게 가장 합리적이었고 이성적인 노선이었죠.” 인물 연구와 사관은 어떻게 연결되느냐고 묻자 그는 “당연히 사관은 필요하다. 하지만 자유롭게 써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애정으로 연구를 하다보니 옹호와 미화로 이어지는 연구들이 많다”며 덧붙였다. “인간은 누구나 약점이 있어요. 역사에서 큰일을 했지만 인간적으로는 평범하거나 바보처럼 보일 때도 많죠. 예컨대 김규식도 둔하거나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인물 연구는 한 사람의 행위와 생각, 말을 그 시대의 요구와 사람들 움직임과 교직하며 보여주어야 합니다. 좌표를 잘 잡아야죠. 그게 바로 역사와 시대 연구이기도 하죠.” 정 교수는 작년 11월에는 월봉저작상 수상작인 <독도 1947:전후 독도문제와 한·미·일 관계>(2010)를 직접 영어로 옮겨 출간했다. “번역에만 10년이 걸렸죠. 한국어판이 나오고 국제기구에 근무하는 한국 외교관 여러 명이 책을 완독하고 찾아왔어요. 국제사회에서 독도문제로 일본과 맞설 때 어떻게 논리를 펴야 하는지 고심하던 차에 제 책을 보고 반가웠다고요. 영문본은 국제무대에서 ‘한국영토 독도’를 알리는 용도로 주로 활용될 것 같아요.” 사학자 정병준의 주요한 관심사 중 하나는 현대사 자료 발굴이다. 그가 새로 찾은 숱한 자료 목록에는 백범 김구 암살범인 안두희가 주한미군 방첩대 요원이었음을 보여주는 미군 문서와, 독도가 한국영토로 표시된 영국 쪽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초안의 부속지도도 들어있다. 자료에 대한 열정은 언제 시작되었을까? “대학 학부 때 건국준비위원회에 대한 글을 쓰려고 중앙도서관을 찾아 전국 시군지를 다 봤는데 모두 합쳐 20쪽도 안 되더군요. 그런데 브루스 커밍스가 쓴 <한국전쟁의 기원>을 보니 주한미군 군사실이 가지고 있던 한국의 군 단위 인민위원회 자료까지 다 보고 썼더군요. 깜짝 놀랐죠. 그때부터 미국 쪽 자료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자료를 찾으며 언제 가장 큰 희열을 맛봤느냐는 질문에는 <한국전쟁-38선 충돌과 전쟁의 형성>(2006)을 쓸 때라고 했다. “북한 노획 문서와 러시아, 미국 문서를 하나씩 맞춰보는데 아귀가 떨어지더군요. 독도 책을 쓸 때도 그랬고요. 주장이나 평설보다는 자료를 찾아 그 자료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보여주는 게 역사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죠.” 그는 2005년 <우남 이승만 연구>를 낸 뒤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판을 받았단다. “보수는 이승만을 비판했다고, 진보는 왜 더 세게 비판하지 않았느냐고 하더군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이승만의 공과는 몇대 몇이냐고 묻자 그는 “부질없다”며 이렇게 답했다. “그 시대에 누가 권력을 잡았어도 이승만보다 더 잘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김규식과 여운형에게는 (권력을 잡을)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을 거고요.”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연재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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