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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중국정부 다 비호감” 청년세대 반중정서 톺아보다

등록 2021-11-24 04:59수정 2021-11-24 09:58

현대중국학회 국제 추계학술대회 _ ‘한·일 양국의 반중 정서 확산’ 주제
“중국·중국인 모두를 비호감…온라인상 혐오 댓글이 ‘자유민주주의 수호’?”
“일본 젊은층은 한·중 친근감 높아…중국엔 이미지 저하 보완할 요소 부족”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가 코로나19로 힘겨워했던 지난해 10월 미국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14개 국가에서 조사 대상자의 70%가 “중국은 비호감(unfavorable)”이라 응답하는 등 전세계적으로 반중 감정이 역대 최고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웃 나라인 우리나라와 일본 역시 예외가 아니어서, 특히 온라인 공간에서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혐오에 가까운 반중 정서가 나타나고 있다. 이때 일본 정부와 일본인을 분리해 접근하는 반일 정서와는 다르게, 반중 정서에서는 중국 정부와 중국인 모두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지난 19일 현대중국학회가 ‘한국과 일본의 반중 정서 확산,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연 국제 추계학술대회에서 서울시립대 하남석 중국어문화학과 교수는 석사과정 학생인 김명준·김준호씨와 함께 ‘한국 청년 세대의 온라인 반중 정서의 현황’을 발표했다. 이들이 2018년 한·중·일 20대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 한국 청년의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2.14점(5점 만점, 1에 가까울수록 비호감),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2.83점으로 나타났다. 특히 주목을 끈 것은 양국에 대한 호감·비호감의 주요 이유가 서로 달랐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비호감의 이유로는 “(교양 없는) 중국인”이 48.2%로 가장 높았고, “독재와 인권탄압”(21.9%)이 뒤를 이었다. 호감의 주요 이유로는 “중국에 대한 단순한 관심”(4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반면 일본에 대한 비호감 이유는 “역사문제(위안부, 일제강점기)”(79.7%)가 압도적으로 높았던 반면, 호감의 이유로는 “선진적인 시민의식”(40.1%)이 가장 높았다.

이에 대해 하 교수는 “한국-일본 간 역사 갈등은 양국 간 정부 문제로 한정되며 이와는 별도로 일본 시민들의 선진적인 시민의식은 일본에 대해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풀었다. 이와 달리 중국 정부와 중국인은 사실상 분리되지 않았는데, 하 교수는 “중국인들에 대해 한국 청년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가 ‘국가의 주장에 동조하는 애국주의자’라는 단편적인 형태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런 차이는 앞으로 반중 정서에 대한 대책 수립이 일본의 경우보다 더 어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중국인을 자극한 뒤 그 반응을 웃음 소재로 삼는 유튜브 콘텐츠. 현대중국학회 발표 자료 갈무리
중국인을 자극한 뒤 그 반응을 웃음 소재로 삼는 유튜브 콘텐츠. 현대중국학회 발표 자료 갈무리

온라인 공간에서 드러나는 반중 행태들을 볼 때, “온라인상의 반중 정서는 대체로 중국이 한국을 침략하려는 야욕을 품고 있다는 위기감과 불안감에 기반하고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문화 침투 전략설’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중국에서 촬영된 ‘틱톡’(동영상 플랫폼) 영상들이 유튜브에도 올려지는데, 이를 두고 “중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친숙(함)을 유발하려 계획적으로 뿌리는 영상”이라고 반응하는 식이다. ‘중국 혐오 댓글을 다는 것은 침략 야욕을 지닌 중국에 대항하여 한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지켜내는 행위’라는 식의 태도도 나타난다.

2018년 설문조사에서 스스로 ‘진보적’이라 주장하는 청년일수록 중국에 대한 호감도가 낮게 나타난 것도 주목할 만한 지점이다. 이념 정도를 1(진보)부터 5(보수)까지 나눠봤을 때,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1집단에서 1.75로 가장 낮고 5집단에서 3으로 가장 높았다. 일본에 대한 호감도는 1집단에서 2.87, 5집단에서 3.6으로 나타났다. 한국을 연상할 때 떠오르는 인물로 한국 연예인들을 다양하게 꼽은 중국·일본 청년들과 달리 한국 청년들은 중국과 일본에서 대부분 마오쩌둥과 시진핑,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이토 히로부미를 꼽은 것으로도 나타났다. “역사교육과 언론, 각종 매체의 재생산을 통해 문화적 교류보다는 주로 정치와 역사적 관점에서 중국과 일본을 사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다른 발표자 히구치 나오토 일본 와세다대학 교수는 일본에서 중국과 한국에 대한 감정의 차이가 나타나는 이유 등을 풀이했다. 기본적으로 양국 모두에 걸려 있는 역사문제 등이 친근감을 떨어뜨리지만, 한국의 경우 ‘한류’ 같은 정치 외적인 긍정적 요인이 “정치적 여건에 농락당하기 어려운 친근감”을 가져오는 반면 “중국에는 이미지 저하를 보완할 만한 요소가 없기 때문에 (친근감이) 하락일로를 걷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젊은층일수록 한국과 중국에 친근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게 나타난 사실을 제시하며 “젊은이가 내셔널리즘에 경도되어 있다거나 젊은층이 배외주의적이라고 하는 견해는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권력을 쥔 장년 남성 위주의 현재 한-일 관계는 한국을 친근하게 여기는 젊은 여성의 시민적 감각과는 거리가 멀 수 있다고도 짚었다.

중국 게임 유저를 괴롭히며 그 반응을 웃음 소재로 삼는 콘텐츠. 현대중국학회 발표 자료 갈무리
중국 게임 유저를 괴롭히며 그 반응을 웃음 소재로 삼는 콘텐츠. 현대중국학회 발표 자료 갈무리

학술대회 전체적으로는 한국과 일본에서 심화하는 반중 정서의 배경에 있는 ‘중국 때리기’를 불러온 미-중 갈등을 비롯한 국제관계에서부터, 중국 청년의 강한 애국주의 성향 등 각국 청년 세대의 처지, 인터넷과 매체의 영향, 역사와 문화의 문제 등 다양하고 복잡한 원인을 조망했다. 무엇보다 상호 인식과 이해를 넓히기 위한 민간 차원의 교류 확대 같은 대안들이 제시됐다. 사회와 토론을 맡은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혈통론에 기반한 세습 권력의 등장 등 중국이 가고 있는 길이 위험하고 주변 국가들에 위협이 될 수 있다. (반중 문제와 별개로) 주변 국가들이 이에 대한 목소리를 내는 것도 중요하다”고 짚었다. 기조강연을 맡은 서승 우석대 동아시아평화연구소장은 “중국은 미국·일본과 다르게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동아시아 민족해방투쟁의 중추, 세계 약자의 지지자로 스스로를 분명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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