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환 교수가 펴낸 <신흥무관학교> 표지. 선인 제공
“신흥무관학교를 이끈 분들 가운데 잊힌 사람들에게 주목하려고 했어요. 지금껏 신흥무관학교 연구는 우당 이회영 6형제와 경북 안동 세력 중심으로 이뤄졌죠. 저는 외연을 넓혀 학교 설립과 운영에 참여한 다양한 세력들을 살피려고 했죠.”
독립운동사 전공자인 박환 수원대 교수가 최근 올해 설립 110년인 신흥무관학교를 주도한 세력에 초점을 맞춘 책 <신흥무관학교>(도서출판 선인)를 냈다. 지난 22일 전화로 만난 박 교수는 이 책을 두고 “서중석 교수가 2001년에 낸 <신흥무관학교와 망명자들> 이후 20년 만에 나온 이 학교 연구서”라고 자평했다. 신흥무관학교는 1911년 6월10일 만주 유하현 삼원포에서 신흥강습소로 출발해 1920년 폐교되기까지 3천여 명의 독립군을 배출한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다.
‘거금을 기부한 신흥무관학교 설립의 일등공신이었지만 아우 우당에 가려 주목받지 못한 이석영(1855~1934), 불과 24살에 학감으로 학교를 이끌기 시작해 1920년 폐교까지 예비 독립군들과 동고동락한 윤기섭(1887~1959), 대한제국 교관 출신으로 10년 가까이 학교에서 독립군을 양성하고 뒤로는 만주벌판에서 끊임없이 무장투쟁을 전개한 김창환(1872~1937), 객주업(여관업)을 하며 독립군을 도왔고 신흥무관학교와 같은 계열로 추정되는 양성중 교장을 지낸 임면수(1874~1930 ) 선생.’ 1980년대 초 국내 최초로 신흥무관학교를 다룬 논문을 썼다는 저자가 이번 책에서 새롭게 조명한 인물들이다. “신흥무관학교는 다양한 세력이 뭉쳐 만들었어요. 우당 형제와 경북 안동 세력 외에 충청도와 황해도, 경기도 쪽 사람들도 함께했죠. 충청과 황해도 쪽은 기존 연구가 있어서, 이번엔 윤기섭·김창환·임면수 선생처럼 그동안 주목받지 못한 인물들에 관심을 가졌죠.”
그는 앞으로 연구 과제도 소개했다. “기존 연구가 지나치게 후손 증언에 기댄 측면이 있어요. 러시아나 중국 쪽 자료를 더 발굴해 객관적이고 입체적인 연구를 해야죠. 잊힌 인물을 발굴하는 노력이 더 필요해요. 신흥 교장을 지낸 충청 출신 이세영과 경기 용인 출신 여준 선생도 중요한 인물이지만 아직 연구가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신흥무관학교를 국군의 뿌리로 자리매김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그는 이렇게 말했다. “분단사적 시각이 아니라 통일 지향적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어요. 이 학교 출신이 국군이 되기도 했지만 김원봉처럼 북으로 간 이도 있어요. 남한과 북한 건설에 함께 기여했어요. 북으로 간 사람도 조망할 필요가 있어요.”
강성만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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