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무용극으로 예술치료 활동을 펼치고 있는 김남식 안무가. 댄스투룹-다 제공
“누구보다 저 자신이 파란의 청소년기를 겪었고, 직접적으로는 ‘중2병’을 앓고 있는 제 아들을 보며 구상을 했어요. 그 또래 청소년들이 겪는 정신적 정서적 위기를, 무용가이자 안무가로서 춤으로 표현해 우리 사회에 알리고자 합니다.”
오는 28~30일 서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내 이름 아시죠?> 공연을 하는 안무가 김남식(53) 댄스투룹-다 대표가 작품의 부제로 ‘청소년 마음치유 프로젝트 1’을 내건 이유다.
“알려진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자살율 1위’이고, 그 가운데 특히 청소년 40%정도가 한번쯤 자살을 생각해봤다는 교육부 조사 자료(2015)도 있죠. 더구나 지난해부터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길어지면서 고립감과 우울증을 겪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뉴스가 줄을 잇고 있잖아요?”
실제로 이번 공연에는 ‘절망적인 상황에서 자신의 삶을 바라보는 청소년들의 행동과 태도의 전환을 위해’ 정신과 전문의와 무용치료사, 다양한 예술가들이 협업하고 있다.
“누구든 단 한사람만이라도 곁에서 그 이름을 불러준다면 극단적 생각을 하다가도 돌이킬 수 있어요. 이름은 그 사람의 인생이며 하나의 우주니까요. 꿈을 잃어버린 청소년들에게 삶은 찬란하게 꽃피울 선물이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청소년들의 자의식 강화를 위해 이름 3행시 써보기, 얼굴 그리기, 감각과 감정을 조절해 자신을 설명하기, 춤추기, 편지쓰기, 이름 외쳐보기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을 시도합니다.”
현대무용가로 세계적인 성공을 꿈꾸던 그가 이처럼 청소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2006년 남미 베네수엘라 공연을 갔다가 빈민가와 마약과 사설 무장 경호원 등등 열악한 실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미스 유니버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기에 아름다운 나라일 것이란 피상적인 지식이 여지없이 깨졌거든요. 그러다 몇년 뒤 ‘엘 시스테마 오케스트라 프로젝트’ 다큐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어요. 춤을 통한 예술치유의 가능성에 눈을 뜬 순간이었죠.”
‘청소년 마음치유 프로젝트’ 첫번째 공연인 <내 이름 아시죠?> 포스터. 댄스투룹-다 제공
이쯤에서 그의 성장기를 들어봤다. 1968년 전남 장성에서 가난한 농부의 4남2녀 중 막내로 태어난 그가 무용을 시작한 계기는 조금 엉뚱하다. “광주에서 다닌 고1때 한문 선생님이 무척 폭력적이고 무서웠는데, 축제 때 무용 공연을 하면 수업에 빠져도 좋다고 했어요. 그러다 점점 무용에 빠져 급기야 학원에 보내달라고 가출까지 감행했죠.”
이듬해 고2때부터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그는 전액 장학생으로 한양대 무용과에 입학했고, 1993년 전국신인무용콩쿨 대상, 1997년 올해의 예술가상 수상 1999년 제19회 서울무용제 연기상 등 화려한 이력을 쌓았다. 2005년에는 국내 첫 무용학 박사가 됐고, 댄스투룹-다를 결성해 전세계 20개 나라 80여개 도시에서 공연했다.
그는 2010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외 레지던스 프로그램 지원을 받아 남미 에콰도르의 키토무용의집(Quito Casa de la Danza)에서 한달간 4~12살 아이들을 지도하기도 했다.
<내 이름 아시죠?> 가운데 ‘서시’ 리허설 장면. 사진작가 임채욱 제공
“본격적으로는 2015년 예술행동 프로젝트인 ‘꽃피는 몸’을 결성해 3년간 충북 음성의 현대소망병원에서 정신질환 환자 대상 춤치유 프로젝트를 했어요. 그때 자해를 되풀이하던 19살 남자 환자를 치유했던 경험이 이번 작품에도 반영됐죠.”
그때부터 그는 정신질환 환자들과 함께하는 ‘멘탈아트 페스티벌’ 예술감독과 ‘예술과 재난 프로젝트’의 움직임 교육과 무용 담당 교수도 맡고 있다. “언제가는 무용가의 꿈을 이루고 예술로 사회와 소통하는 길을 찾기까지 제 이야기를 담은 자전 에세이도 내서 청소년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어요.”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