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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비적응’ 밴드 시선 끝엔 나, 너, 우리가 담겼다

등록 2020-03-03 16:43수정 2020-03-04 02:07

[2년 만에 새 앨범 낸 새소년]
‘언니미’ 뿜어내는 보컬 황소윤
새맴버 박현진·유수와 의기투합
‘엉’‘덩’‘이’ 3연작 등 곡 선보여

“앨범 이름이 ‘비적응’인 이유?
사회가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기준을 갖고 판단하겠단 의미”
밴드 새소년. (왼쪽부터) 박현진(베이스), 황소윤(보컬·기타), 유수(드럼).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밴드 새소년. (왼쪽부터) 박현진(베이스), 황소윤(보컬·기타), 유수(드럼).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밴드 새소년의 새 앨범 <비적응>의 타이틀곡 ‘심야행’을 들으면, 저물어가는 하루 끝에 밀려오는 공허함이 전해져온다. 특히 곡의 후반부에 길게 이어지는 연주를 듣노라면, 실제로 늦은 밤 기차를 타고 어딘가로 달려가는 듯한 아득함이 밀려온다.

‘어디쯤 왔을까/ 우리의 밤은 여길까/ 난 가끔, 가끔 정말 모든 게 무서워/ 눈을 꼭 감아버려/ 덜컹덜컹 지나간 오늘의 언덕.’ 지난 2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새소년은 새 앨범의 이름을 ‘비적응’으로 지은 것에 대해 “사회와의 공존을 포기한 부적응과 달리 비적응은 스스로 적응하지 않음을 선택한 것”이라며 “사회로부터 주어진 가치에 무비판적으로 적응하지 않고 건강한지 병들었는지, 착한지 나쁜지에 대해 자신의 기준을 갖고 판단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밴드 새소년. (왼쪽부터) 박현진(베이스), 황소윤(보컬·기타), 유수(드럼).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밴드 새소년. (왼쪽부터) 박현진(베이스), 황소윤(보컬·기타), 유수(드럼).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2017년 10월 발매한 <여름깃> 이후 2년4개월 만에 나온 이번 앨범은 황소윤(보컬·기타)을 제외한 두 멤버가 바뀐 이후 처음 낸 앨범이다. 새소년은 본래 2016년 결성된 3인조 밴드인데, 원년 멤버 두명이 입대로 떠난 뒤 베이시스트 박현진과 드러머 유수가 지난해 새로 합류했다. 공백기 동안 솔로 앨범을 냈던 황소윤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밴드로 돌아가고 싶었다고 했다. “모두가 말렸어요. 밴드 음악이 우리나라에선 주류도, 흥하는 장르도 아니기 때문이죠. 하지만 저는 밴드라는 포맷이 가장 멋있고, 사람들을 가장 즐겁게 해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황소윤)

새 멤버를 찾기 위해 황소윤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수많은 연주 영상을 보고 박현진과 유수를 점찍었다. 새 멤버 제의를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들었냐는 질문에 유수는 “신기하게도 황소윤을 만나자마자 선뜻 함께하고 싶었다”고 답했지만, 박현진은 “새소년을 몰랐다”고 답했다. 박현진은 “새소년의 노래를 들어보니 한번에 아주 좋다는 느낌은 아니었지만 계속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이렇게 셋은 함께 뭉쳐 지난해 아시아 투어와 단독 공연을 함께했다. 그리고 황소윤이 쓴 선율과 노랫말을 함께 다듬어 새 앨범을 냈다.

밴드 새소년. (왼쪽부터) 박현진(베이스), 황소윤(보컬·기타), 유수(드럼).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밴드 새소년. (왼쪽부터) 박현진(베이스), 황소윤(보컬·기타), 유수(드럼).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자전적 이야기를 담았던 <여름깃>에 비해 <비적응>은 시선이 타인과 사회로 향한다는 점이 눈에 띈다. 7곡이 담긴 이번 앨범의 첫 두 곡인 ‘심야행’과 ‘집에’의 시선이 나에 집중되어 있다면, ‘이방인’부터는 ‘너’로 향한 후, ‘눈’에서는 ‘우리’까지 확장된다. 앨범 속 한 글자 제목인 ‘엉’ ‘덩’ ‘이’라는 ‘엉덩이 3연작’도 눈에 띈다. “원래 ‘덩실덩실’을 의미하는 곡 ‘덩’은 공연에선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새롭게 편곡해 앨범에 담았어요. 여기에 엉엉 운다는 느낌의 ‘엉’을 더하고 연작의 완성을 위해 ‘이’도 만들었죠. ‘엉덩이’라는 제목이 재밌기도 하지만 다 이유가 있는 제목이에요.”(황소윤)

사실 새소년은 데뷔곡을 낸 이듬해부터 대중과 평단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그 중심에 ‘프런트맨’ 황소윤의 중성적인 보컬과 힙(hip)한 매력이 있다. 유독 여성 팬들이 황소윤의 ‘언니미’에 빠졌다. 이유가 뭘까. 황소윤은 “여리여리하기보단 강한 느낌이 있어 좋아하는 것 같다”며 쑥스러워했다. 유수의 대답은 간단했다. “멋있잖아요.”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매직스트로베리 제공

2018년에는 미국·일본·네덜란드·독일 등 10개국 투어를, 지난해엔 일본·대만·싱가포르·타이 등 아시아 투어를 마친 새소년은 오는 14일부터 열리는 북미 최대 음악 축제 ‘사우스바이사우스웨스트’(SXSW)에 초청받아 공연할 예정이다. 데뷔 당시 에스엔에스에 ‘세계적인 밴드 새소년’이라고 썼던 소개 글이 그저 막연한 꿈이 아닌, 손에 잡힐 듯 가까운 현실이 되고 있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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