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 아트플레이스 제공
그린, 옐로, 핑크색의 안개가 가득한 공간으로 들어섰다. 가시거리는 고작 2m 남짓. 둥근 벽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다른 관람객과 부딪히진 않을지, 내 앞에서 걷고 있던 관람객은 어디로 간건지, 시각 외의 감각이 더욱 예민해졌다.
서울시 동대문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전시된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작품 ‘그린, 옐로, 핑크’다. 그는 이 작품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던 걸까. 방탄소년단의 멤버 정국의 설명이 흘러나왔다. “안개 가득한 공간을 걷는 행위는 안개라는 가면 뒤에 숨어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연상하도록 한다. 태어날 때부터의 나의 모습, 살아가면서의 나의 모습 중 어느 것이 진짜인지 나의 정체성을 생각해보게끔 하는 작품이다.”
방탄소년단이 추구해 온 다양성·연결·소통의 가치를 세계 미술계의 주요 작가·기획자 22명의 전시를 통해 구현하는 ‘커넥트, 비티에스’가 런던, 베를린,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이어 28일 서울 동대문디지인플라자에서도 막을 올렸다. 서울 전시는 앤 베로니카 얀센스의 대규모 공간 설치 작품과 유일한 한국 작가 강아연씨의 작품으로 구성됐다.
엔 베로니카 얀센스의 ‘그린, 옐로, 핑크’. 아트플레이스 제공
얀센스는 영국 출신으로 벨기에 브뤼셀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주로 빛과 색채, 안개 등을 이용한 공간 연출을 통해 공감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그린, 옐로, 핑크’와 ‘로즈’ 두 작품을 선보였다.
영국을 비롯한 세계 무대에서 활발하고 활동하고 있는 강이연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는 ‘비욘드 더 씬’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방탄소년단 안무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재해석한 영상을 전시 공간 전체에 투사하는 ‘프로젝션 매핑’(Projection Mapping) 작업이다.
‘커넥트, 비티에스’에서 방탄소년단의 역할은 기획 아이디어와 작가 선정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날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이대형 아트디렉터는 “방탄소년단은 초기에 기획 아이디어, 작가 선정에 함께 했다”고 설명하며 “큐레이터에게 큰 틀의 방향성과 화두만 던지고, 나머지는 자발성에 기댔다. 방탄소년단이 스스로 창작을 하는 팀이기에 작가들의 다름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강이연 작가의 ‘비욘드 더 씬’. 아트플레이스 제공
그럼에도 각각의 작품이 방탄소년단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은 남는다. 강이연 작가는 “전 세계 5개 도시의 기관과 작가를 연결할 수 있었던 매개체는 방탄소년단이었고, 그들이었기에 가능했다”며 “반드시 하나의 작품을 같이 만들어야만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번 프로젝트는 콜라보레이션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오는 3월20일까지 계속된다.
신지민 기자
godjimi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