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250돌 맞아 들썩이는 클래식계]
“베토벤 교향곡은 매일매일 젊어져”
현대까지도 재해석 되는 걸작들
국내외 음악가들 영감에 불 지펴
다양한 레퍼토리로 다시 무대에 악단도 솔로도 ‘베토벤을 위해’
베를린필·부천필·김선욱·백혜선…
전곡·역사·실내악 주제로 연주 나서
돌아온 정명훈·쿠렌치스 첫 내한 주목
“이 위대한 걸작에 관해 중요한 점은 절대로 ‘맨날 똑같은 구닥다리잖아’라고 경멸하듯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베토벤 교향곡은 매일매일 젊어진다. 당신은 연주를 하면 할수록 그 끝에 닿는 것이 불가능함을 알게 될 것이다.”
평생 베토벤을 연주했으며, 베토벤 교향곡 전곡 리코딩을 7차례에 걸쳐서 남긴 마에스트로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의 말이다. 그의 말처럼 베토벤의 음악은 현대에도 끊임없이 새로운 해석을 낳으며 아직도 놀라운 잠재력을 보여주고 있다. 올해 루트비히 판 베토벤(1770~1827) 탄생 250주년을 맞아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선 앞다퉈 베토벤을 무대에 올리며 다시금 그 가능성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다.
국외에선 다양한 베토벤 연주들이 이뤄지는 가운데 흔히 접하기 어려운 레퍼토리의 공연들이 흥미를 끈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오는 3월 전임 상임지휘자 사이먼 래틀의 지휘로 오라토리오 <감람산 위의 그리스도>를 연주한다. 오는 7~8월 열리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선 지휘자 필리프 헤레베허가 샹젤리제 오케스트라와 <장엄 미사>를 공연하고, 피아니스트 이고리 레비트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8번에 걸쳐 완주한다.
국내 유력 교향악단들도 나름의 색깔과 철학을 담은 베토벤 연주를 준비 중이다. ‘지역의 강호’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교향곡 2·5·6·8·9번을 연주 목록에 올렸다. 박영민 부천필 상임지휘자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교향곡 2번과 8번을 넣은 것이 조금 특이할 수 있는데, 다들 베토벤 교향곡을 하는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덜 유명한 곡을 선택해 빈칸을 좀 메워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박 지휘자는 “많은 해석이 존재하기에 역설적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도전하더라도 받아들여질 여지가 많다”며 “가장 유명한 교향곡 5번도 매번 악보를 볼 때마다 또 다르게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항상 새로운 도전의 가능성을 주는 것이 베토벤”이라고 말했다.
박 지휘자는 자신의 해석을 20세기 이후 베토벤 교향곡 해석을 싸고 일어난 ‘낭만주의’와 ‘원전 연주’ 간의 대결 흐름 속에서 설명했다. 후기 낭만주의 시대 작곡가이자 지휘자였던 구스타프 말러(1860~1911)는 베토벤 교향곡을 연주할 때, 마치 자신의 작품처럼 편성을 두배가량 늘리고 극적 효과를 주기 위해 감속과 가속 등 변화를 많이 줬다. 독일 쪽 지휘자인 푸르트벵글러·카라얀·틸레만이 이 흐름을 이었다.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작곡 당시의 연주 방식을 복원하고 악보대로 연주하려는 원전 연주 열풍이 불어 최근 30년간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이를 이끈 이들이 영국 출신 지휘자인 노링턴·가드너·호그우드 등이다. 박 지휘자는 “나도 원전 연주 쪽으로 빠졌었는데, 요즘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청력 이상 때문에 실제 연주를 들을 수 없던 베토벤은 악보에서 지시를 세밀하게 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지휘자가 적극적으로 해석해서 악기 간의 균형을 맞추고 더 다이내믹하게 들리게 하는 것이 오히려 베토벤의 의도가 아니었나 싶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수석 객원지휘자 마르쿠스 슈텐츠가 교향곡 5·6번, 조너선 스톡해머가 교향곡 8번, 음악감독 오스모 벤스케는 교향곡 9번을 지휘한다. 볼프강 핑크 서울시향 공연기획자문역은 <한겨레>와 한 서면 인터뷰에서 “서울시향은 베토벤에게 영향을 준 작곡가들과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의 작품을 연주하며 음악사 속 베토벤을 재조명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베토벤 250주년에 서울시향에 다가온 도전은 베토벤의 대담함,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유행과 인기에 영합하지 않았던 것, 무엇보다 잘못된 전통과 타협하지 않은 베토벤의 태도를 새롭게 발현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케이비에스(KBS)교향악단은 ‘노장’ 지휘자와 깊이 있는 베토벤을 선보인다. 전임 상임지휘자였던 정명훈(67)과 드미트리 키타옌코(80)가 다시 지휘봉을 잡았고, 레너드 슬랏킨(76), 한스 그라프(71)가 지휘대에 오른다. 손유리 케이비에스교향악단 공연기획팀장은 “노장 지휘자를 배치한 것은 베토벤 연주에 있어 테크닉을 뛰어넘는 깊이가 중요하기 때문”이라며 “무게감 있고 굵직한 악단의 사운드와 노련한 지휘가 맞물린 ‘진국’ 같은 연주를 들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솔로 연주자로는 피아니스트 김선욱(3월6일)과 임동혁(10월11일)이 각각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리사이틀을 열고, 백혜선은 3년에 걸친 피아노 소나타 전곡 연주의 막을 내린다(11월26일).
내한하는 국외 연주자들의 베토벤 공연도 굵직한 것들이 많다. 그중 단연 화제를 모으는 것은 지휘자 테오도르 쿠렌치스. 극명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파격적인 해석으로 세계 클래식 음악계에서 뜨거운 주목을 받는 그가 처음 내한 공연(4월7·8일)을 펼친다. 쿠렌치스가 자신의 사운드를 온전히 구현하기 위해 직접 결성한 악단 ‘무지카에테르나’, 역시 독창적인 연주로 화제에 오른 바이올리니스트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와 함께 하는 내한이라 그의 진면목을 직접 확인할 기회다. 선곡도 교향곡 5·7번과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정면 승부한다.
이 외에도 베토벤의 고향에서 오는 본 베토벤 오케스트라의 첫 내한 공연(6월9일), 루돌프 부흐빈더가 직접 지휘·연주하는 피아노 협주곡 전곡(9월), 파보 예르비와 도이체 카머필하모니의 교향곡 9번 ‘합창’(12월17일) 등이 기다린다. 나성인 <음악저널> 예술감독은 특히 에머슨 현악 사중주단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전곡 연주(5~6월 서울국제음악제)를 기대작으로 꼽으며 “국내 청중의 관심이 아직은 교향곡과 오페라에 집중되어 있고 실내악에 대한 관심은 부족한데, 그런 현실에서 사건이라 할 만한 연주”라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베토벤 교향곡은 매일매일 젊어져”
현대까지도 재해석 되는 걸작들
국내외 음악가들 영감에 불 지펴
다양한 레퍼토리로 다시 무대에 악단도 솔로도 ‘베토벤을 위해’
베를린필·부천필·김선욱·백혜선…
전곡·역사·실내악 주제로 연주 나서
돌아온 정명훈·쿠렌치스 첫 내한 주목
박영민 부천필 상임지휘자. 부천필 제공
테오도르 쿠렌치스 ‘무지카에테르나’ 음악감독. ⓒAnton Zavyalov, 출처: 쿠렌치스 개인 누리집
파트리치아 코파친스카야. 크레디아 제공
에머슨 현악 사중주단. 출처: 에머슨 현악 사중주단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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