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파괴하고, 경계를 확장했으며, 이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방식으로 음악이 대중에게 다가간 10년.”
미국 빌보드가 2019년 끝을 앞두고 ‘
2010년대를 정의한 100곡'을 선정했다. 케이팝 중에는 방탄소년단(BTS·비티에스)의 ‘아이 니드 유'(I Need U)와 싸이 ‘강남스타일', 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등 3곡이 포함됐다.
빌보드는 21일(현지시간) 누리집에 ‘지난 10년을 정의한 100곡' 명단을 발표했다. 지난 10년 음악과 문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노래 100곡을 통해 2010년대 음악산업을 설명하려는 시도다. 빌보드는 “이 곡들을 지난 10년간 최고의 음악이거나 가장 인기 있었기 때문이 아니라, 2010년대의 음악과 문화를 형성하고 반영한 곡들이기에 선정했다”고 밝혔다. 빌보드는 아티스트나 작곡가, 프로듀서, 레이블 관계자, 비평가 등 업계 관계자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토대로 각각의 곡에 대한 에세이를 실었다.
방탄소년단의 곡 중에선 그들 이력에 주요 분기점이 된 2015년 미니앨범 <화양연화 파트.1>의 타이틀곡 ‘
아이 니드 유'가 선정됐다. 방탄소년단 데뷔 후 첫 국내 지상파 가요 프로그램 1위에 오른 곡이다. 빌보드는 “2010년대 후반에 대한 담론은 많은 부분 ‘미국 시장에서 비영어권 뮤지션의 부상'에 부인할 수 없이 초점을 맞춰야 하고, 비티에스는 그 중심에 있다”며 “‘아이 니드 유’는 그들이 세계적 슈퍼스타로 도약할 수 있도록 미래를 위한 기틀을 놓았다”고 평가했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동아시아 대중문화를 강의하는 미셸 조 교수는 “많은 케이팝 그룹이 이제 콘셉트 앨범, 앨범 시리즈, 세계관을 만들고 있지만, 비티에스만큼 효과적이고도 유기적으로 이를 해낸 그룹은 없었다”고 말했다. ‘아이 니드 유' 뮤직비디오에는 앨범명 화양연화처럼 아름다움과 불안이 공존하는 청춘의 얼굴이 담겨 있다. 방탄소년단은 이 곡 뮤직비디오를 통해 이른바 ‘비티에스 유니버스'라고도 불리는 자신들의 창조적 서사를 전면에 가지고 나왔다고도 빌보드는 해석했다.
빌보드는 싸이의
‘강남 스타일'을 두고는 방탄소년단이 이끄는 미국 내 케이팝 부상의 ‘전주곡'(프리퀄)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전 세계를 뒤덮은 ‘강남 스타일’은 유튜브 10억 뷰를 달성한 첫 뮤직비디오였다. “세계 최대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유튜브도 감당이 되지 않아 2014년에 조회수 21만을 넘겼을 때 자신들의 조회 수 집계 시스템을 재설계해야 했을 정도”였다고 빌보드는 밝혔다.
소녀시대 ‘아이 갓 어 보이’. 출처 빌보드 누리집
여러 음악적 요소를 자유롭게 넘나든 소녀시대의 2013년 히트곡 ‘
아이 갓 어 보이'(I GOT A BOY)도 “21세기 음악적 실험주의의 한계를 더욱 확장한 곡”으로 평가되며 이름을 올렸다. 빌보드는 “‘아이 갓 어 보이'는 독창성이 장르적 제한뿐 아니라 개인의 예술적 정체성에 대한 인식에 구애받지 않을 때 어떤 결과물이 나오는지 세상에 보여 줬다”고 평했다.
빌보드는 “2010년대 후반으로 갈수록 케이팝뿐만 아니라 점점 더 많은 뮤지션이 장르의 틀에 갇히기 거부하고 경계를 뛰어넘어 더욱 역동적인 음악을 만들고 있으며, ‘아이 갓 어 보이'는 그 전형”이라고 평가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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