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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마당놀이 대모의 열정…“‘춘풍’이 다하면 다시 배우로”

등록 2018-12-07 05:00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마당놀이 탄생과 흥행몰이 주역
국립극장 신작 ‘춘풍이 온다’ 끝으로
지도자의 길 마무리…내년초 사임
“웃음 속 풍자, 전 연령 사로잡아
힘에 부쳐 접었던 무대 아쉬웠지만
제자들이 2세대 끌어가게 돼 기뻐
죽기 전까지 무대에 서고 싶어요”
국립극장의 새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연기 지도를 맡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국립극장의 새 마당놀이 ‘춘풍이 온다’ 연기 지도를 맡은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28일 오전 서울 은평구 한 카페에서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연말연시 가족공연으로 자리 잡은 마당놀이를 선보여온 국립극장이 2년 만에 신작 <춘풍이 온다>를 내놨다. 내년 1월20일까지 서울 중구 달오름 극장에서 선보이는 <춘풍이 온다>는 <심청이 온다>(2014·2017), <춘향이 온다>(2015), <놀보가 온다>(2016)를 잇는 국립극장표 마당놀이 네번째 작품이다. 1981년 첫선을 보인 이후 30년 만에 막을 내렸던 마당놀이를 2014년에 부활시켰던 국립극장은 지난 4년간 16만여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다. 흥행몰이엔 ‘마당놀이 대모’ 김성녀(67)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있다. 창극단 예술감독으로서는 마지막으로 <춘풍이 온다> 연기를 지도한 김성녀 감독을 지난달 28일 서울 은평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마당놀이는 원래 씨름, 연날리기 등 마당에서 하는 모든 민속놀이를 일컫는 말이다. 1981년에 김성녀·김종엽·윤문식 등 극단 미추 배우들과 손진책 연출 등이 재담과 춤, 음악이 곁들여진 마당놀이를 창작해 선보이면서 창극이나 판소리 같은 하나의 공연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김 감독은 “정부 주도로 ‘국풍’이라는 축제가 만들어지던 시기였는데 문화방송이 창사기념일에 선보일 공연을 공모했다. 그때 극단 미추가 한국적인 뮤지컬을 만들어보겠다며 마당에서 하는 우리 소리로 만든 음악극을 낸 것이 마당놀이의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첫 작품은 <허생전>이었다. 문화방송 창사기념일 무료 공연으로 이틀간 서울 중구 문화체육관에서 공연했는데 시작부터 ‘대박’이 났다. “정동길에 늘어선 어마어마한 인파와 대기 줄에 놀란 당시 문화방송 사장이 주마다 하나씩 만들자고 했을 정도”였다는 공연은 시민들의 요청에 2년차에 닷새, 3년차에 열흘을 공연했다. 4년차부터 유료로 전환했음에도 성공을 이어갔다. “웃음 속에 비수가 있다고 권력 가진 이들을 풍자하고 해학적으로 풀어내니까 나이 드신 분들은 춤과 노래에 재미를 붙이고, 젊은이들은 메시지에 반해 공연을 보더라고요. 전두환 정권하에 언로가 막혔는데 작품 속에서 답답한 부분을 시원하게 긁어주고 통쾌하게 해주니까 젊은이들이 더 즐겨보고 시위에 나서기도 했어요. 그래서 공연장 앞에 전경들이 와 있곤 했죠.”

10년이 안 돼 방송국과 갈라선 뒤 ‘극단 미추의 마당놀이’로 공연을 계속했다. 방송국에서도 자체 마당놀이를 만들어 선보였지만 김성녀·윤문식·김종엽 3인방이 없는 마당놀이는 ‘가짜’라고 별 인기를 얻지 못했다. 김 감독은 “김종엽씨는 탈춤, 나는 소리 전문이었고, 윤문식씨의 해학적인 애드리브는 따라갈 사람이 없다 보니 우리가 30년간 장기집권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전국 순회공연을 하면 1년에 20만명이 마당놀이를 즐겼는데 관객들의 힘으로 성장한 공연이었다”고 말했다.

한 번도 흥행 실패가 없었던, 농사와 비교하면 매년 풍년이라고 할 수 있었던 마당놀이는 탄생 30년이 되던 해인 2011년에 접었다. ‘박수받을 때 떠나자’는 생각 때문이었다. “88올림픽 때 외국인들이 보고 ‘한국만의 독창적인 연극’이라며 치켜세우고 세계 축제에 초청받기도 할 만큼 인기도 많았죠. 하지만 마당놀이는 대본대로만 하는 게 아니고 배우가 잘 놀아야 하는데 배우들이 나이 드니 많이 지쳤어요. 관현악단과 배우 스태프가 120여명이라 공연 한 번 할 때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았는데 규모를 줄이는 타협을 하지 않고 이어가는 것도 힘에 부쳤고요. 애초 시작할 때 30년만 해보자고 했던 우리들의 약속대로 2011년에 접었더니 관객들이 많이 아쉬워했죠.”

국립극장의 네번째 마당놀이 신작 ‘춘풍이 온다’ 의 출연 배우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의 네번째 마당놀이 신작 ‘춘풍이 온다’ 의 출연 배우들. 국립극장 제공
‘원조’가 사라지고 ‘아류’만 남는 상황이 됐지만 마당놀이를 미련 없이 접은 데는 서운한 마음도 작용했다. “마당놀이가 새로운 장르다 보니 연극과 국악계 모두에서 인정받기가 어려웠어요. 평론도 없고, 경쟁할 부문도 없어 30년간 마당놀이론 상 한 번도 못 받았죠.(웃음)”

자식 같은 마당놀이를 가슴에 품고 2012년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맡아 새로운 창극 실험에 빠져있던 그에게 안호상 당시 국립극장장은 마당놀이 부활을 제안했다. ‘마당놀이 2기’의 시작이었다. 초기 멤버인 김 감독과 손진책 연출가·박범훈 작곡가가 다시 뭉쳤고, 배삼식 작가와 국수호 안무가가 결합해 지금의 ‘드림팀’이 탄생했다. 김 감독은 “마당놀이를 접었을 때 후배를 못 키운 게 한이 됐었다”면서 “대학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동안 우리 소리와 춤, 연기를 가르치는 음악극과를 신설해 가르쳤는데 그때 뿌린 씨앗들이 자라 젊은 기운으로 2기 마당놀이를 이어가게 돼 정말 기쁘다”고 말했다.

새롭게 선보이는 <춘풍이 온다>는 판소리계 소설 <이춘풍전>을 바탕으로 기생 추월의 유혹에 넘어가 가산을 탕진한 춘풍을 구하러 나선 여중호걸의 이야기다. 원작을 각색해 춘풍의 아내였던 김씨 부인을 춘풍의 어머니로 바꾸고, 야무지고 당찬 몸종 오목이는 춘풍을 개과천선시켜 아내가 되는 것으로 설정을 바꿨다. 김 감독은 “김씨 부인이 남장여자로 분해 춘풍을 혼쭐내는 원작 역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었는데 각색한 이번 작품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을’인 오목이가 ‘갑’인 춘풍을 일깨우고 ‘갑’과 같은 신분으로 올라가는 진취적인 여성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마당놀이 특유의 풍자와 해학은 여전하다. 밤새 방탕하게 놀고 집에 가는 춘풍에게 달이 52시간 초과 근무 수당을 달라고 하는 건 ‘52시간 근로제’를, 바지가 벗겨진 춘풍을 보고 오목이가 “어머나, 허벅지에 이 큰 점…”이라고 하는 대사는 최근 불거진 정치인 추문을 연상시키며 배꼽 잡게 한다. 김 감독은 “에스엔에스(SNS) 시대가 되면서 풍자와 해학이 재미가 덜해졌지만 현대화되고 화려해진 춤과 음악, 소품 등 즐길거리가 많아 마당놀이는 여전히 가족들이 함께 보기에 좋은 공연”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베니스의 상인> <적벽가> 등 모든 장르의 작품을 마당놀이로 소화할 수 있는 만큼 젊은 국악인들이 즐겁게 만들어가면 좋겠다”며 후배들이 마당놀이를 잘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도 비쳤다.

김 감독은 한차례 연임을 포함해 지난 3월 총 6년의 임기가 끝났지만 극장장 공석이 길어지면서 자리에서 물러나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김철호 극장장이 새로 오면서 사임을 표명했고 내년 초 물러날 예정이다. 김 감독은 “이젠 배우로서의 자리를 되찾고 싶다”면서 “‘이 배우가 어제 타계해 오늘 공연은 못 합니다’라고 할 때까지 무대에서 배우 김성녀로 마무리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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