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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첫 국내 제작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첫술에 배부르랴

등록 2018-11-16 05:01수정 2018-11-16 14:29

바그너의 대작…1부 ‘라인의 황금’ 선보여
웅장함 벗고 쉬운 설명·동화적 무대 눈길
만화같은 조명·의상 등엔 평가 엇갈려
오케스트라의 소리·기교는 아쉬워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월드아트오페라 제공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월드아트오페라 제공
우리 손으로 처음 만든 작품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속에 지난 14일 바그너 오페라 4부작 <니벨룽의 반지> 1부인 ‘라인의 황금’이 막을 올렸다. 바그너가 28년 만에 완성한 <니벨룽의 반지>는 4부작의 총 연주 시간만 16시간에 달하는 대작이다. 2005년 발레리 게르기예프가 이끄는 러시아 마린스키 오페라단이 <반지> 4부작을 국내에서 선보인 적은 있지만 한국 프로덕션으로 만들어지는 건 국내 오페라 70년 역사상 처음이다. 한국과 독일 수교 135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니벨룽의 반지>는 올해 1부를 시작으로 내년 5월 ‘발퀴레’, 12월 ‘지그프리트’, 2020년 ‘신들의 황혼’까지 3년 동안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편당 제작비는 30억원씩 모두 120억원이 들어간다.

독일 유명 연출가인 아힘 프라이어(84)가 연출을 맡고 그의 부인인 한국인 에스더 리가 설립한 월드아트오페라가 제작을 맡은 <니벨룽의 반지>는 보기 드문 작품이라는 점에서 설렘만큼 걱정도 컸다. 한국 관객에게 익숙하지 않은 내용과 난해한 음악 그리고 쉬는 시간 없이 160분에 달하는 공연이 한국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관심이 쏠렸다. 뚜껑이 열리자 관객들의 평은 역시 엇갈렸다. 에스엔에스에선 “참신한 아이디어가 빛난 작품”이라는 호평과 “화제성에 비해 실망”이라는 혹평이 눈에 띄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2010)와 독일 만하임(2013)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 <반지> 연출인 프라이어는 “아이부터 어른까지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는데 그 약속은 지켜진 듯 보인다. 전쟁을 비롯한 현 사회의 심각한 갈등이 결국은 탐욕 때문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이야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었다.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월드아트오페라 제공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월드아트오페라 제공
무대 연출은 그야말로 독특했다. 오페라계의 피카소라 불리는 프라이어는 무대, 의상, 조명디자이너로서의 창의력을 발휘했다. 그로테스크한 난쟁이들의 거대한 마스크와 하이힐, ‘불의 신’ 로게의 앞뒤가 똑같은 의상 등은 물론이고 조명과 영상으로 표현한 그림들 역시 그가 직접 디자인했다. 신들의 신인 보탄이 사는 성채이자 난쟁이들의 세계인 니벨하임의 광산으로 쓰인 철골 구조물 외에는 특별할 것 없는 무대였는데, 그는 조명과 다양한 페인팅 기법을 활용해 동화처럼 표현했다. 다만 프라이어의 연출스타일과 의상, 무대 분위기가 너무 실험적이고 독특해 관객의 좋고 싫음이 엇갈릴 여지도 다분했다.

이용숙 오페라 평론가는 “관객들이 보통 바그너 작품에 기대하는 웅장하고 압도적인 작품은 아니었지만 무대나 의상 등에서 만화적인 요소들로 극을 무겁게 만들지 않은 점이 돋보였다”고 평했다. 윤호근 국립오페라단장은 “삶에 대한 고찰이 인상적이고 철학이 깊이 담긴 작품이었다”면서 “화가이기도 한 프라이어의 예술세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무한한 깊이를 느낄 수 있지만 바그너 원작의 고전적이면서 일반적인 스토리텔링을 원하는 관객들에겐 입구가 막혀있는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그너 작품은 노래와 오케스트라 연주도 쉽지 않다. 제작사는 아놀드 베츠엔 등 독일 바이로이트 축제 주역 성악가와 바그너 전문 성악가인 김동섭, 양준모 등을 캐스팅해 무대에 세웠다. 연주는 한국의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맡았는데 바그너 음악의 매력을 살리기엔 소리나 기교면에서 아쉬움이 남았다.

18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공연을 끝낸 뒤에도 3편이 남아 제작사는 다시 긴 여정을 시작해야 한다. 2부인 ‘발퀴레’는 경기도 성남아트센터에서 선보일 예정이다. 윤호근 단장은 “‘발퀴레’는 공연 시간이 ‘라인의 황금’보다 2배반이 길고 제작비도 더 들어간다”면서 “공연의 질을 떠나 용기 있는 시도인 만큼 끝까지 완주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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