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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모차르트 21번, 손열음과 마리너의 네버엔딩 스토리

등록 2018-09-27 05:01수정 2018-09-27 10:01

영화 ‘아마데우스’ 지휘 네빌 마리너
2016년 내한 협연자로 손열음 지목
“네 모차르트 연주는 특별” 녹음 제안
21번 녹음 넉달 뒤 92살 생애 마쳐
손열음, 추모 2주기 전국 투어 공연
손열음 피아니스트. 예스엠아트 제공
손열음 피아니스트. 예스엠아트 제공
영화 <엘비라 마디간>(1967)은 ‘아름다운 불륜 영화’ 중 하나다. 귀족 출신의 젊은 장교 식스틴과 서커스단에서 줄 타는 소녀 엘비라의 비극적 사랑이 그림 같은 영상에 담긴 작품이다. 당시 영화가 사랑받으면서 배경음악도 유명해졌다. 우아하고 감미로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2악장’이다. 이 곡은 한국에서도 1988년 뒤늦게 영화가 개봉하면서 ‘엘비라 마디간 주제곡’으로 불리며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제 국내 젊은 클래식 팬들에게 ‘협주곡 21번’은 피아니스트 손열음(32)의 ‘시그니처 곡’으로 더 유명할 듯하다.

손열음은 이 곡으로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하고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특별상’도 받았다. 당시 연주 실황은 현재 유튜브에서 조회수 1100만 뷰가 넘는다. 장일범 클래식 평론가는 “클래식 부문 조회수로는 굉장히 높은 것으로, 모범이 되는 연주여서 음악 전공 학생들이 많이 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콩쿠르 이후 손열음은 ‘협주곡 21번’을 다양한 연주회에서 수없이 연주했다. 다음달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을 시작으로 광주·전주·천안·부산·대구·강릉·원주를 도는 전국 투어 <아마데우스>에서도 이 곡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은 영화 <아마데우스>의 지휘자로 유명한 네빌 마리너(1924~2016)의 추모 2주기를 맞아 진행하는 것으로, 손열음은 지난 4월 그와 함께 만든 음반 <모차르트>를 발매하기도 했다. 이 음반에도 ‘협주곡 21번’이 담겼다.

생전의 네빌 마리너(오른쪽)와 손열음 피아니스트. 크레디아 제공
생전의 네빌 마리너(오른쪽)와 손열음 피아니스트. 크레디아 제공
손열음과 마리너의 인연은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모차르트 해석으로 유명한 마리너는 내한 공연 당시 협연자로 손열음을 지목했다. 공연이 끝나고 마리너는 “너의 모차르트 연주는 특별하다”며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개의 전곡 녹음을 제안했다. 하지만 이 음반이 전설적인 지휘자의 마지막 녹음이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그해 여름 영국 런던에서 ‘협주곡 21번’을 녹음하고 4개월 뒤 마리너가 92살을 일기로 세상을 떠난다. 그러면서 음반 제작도 중단됐다. 고심 끝에 손열음은 애초에 예정됐던 ‘협주곡 8번’ 대신 그를 추모하는 ‘다(C)단조 환상곡’ 등 3곡을 담아 2년 만에 이 음반을 완성했다. 지난 4월 음반 발매 기자회견에서 손열음은 “모차르트가 진지하고 복잡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는데 마리너는 모차르트 음악의 가볍고 단순한 속성을 놓치지 않았다”면서 “마리너와 한 ‘협주곡 21번’ 녹음은 하루 만에 마쳤는데 제가 한 레코딩 중 가장 편안했다”고 말했다.

이 음반에 대해 클래식 음악잡지 <클럽발코니>의 이지영 편집장은 “모차르트의 음악은 섬세하고 맑은데 이번 손열음의 앨범은 모차르트의 그 여리여리함에 강단 있는 연주까지 더해져 새삼 모차르트의 음악이 이렇게 아름답구나 느낄 수 있었다”면서 “손열음이 거장의 마지막 스토리에 머물지 않고 자신이 생각한 음악을 담아 음반을 완성하면서 이 앨범의 스토리가 더 풍성해졌다“고 분석했다.

평소 손열음은 좋아하는 작곡가로 모차르트를 꼽아왔다. “모차르트의 음악은 다면적이고 아이러니하면서 서사적”이라고 말해온 그는 특히 ‘협주곡 21번’에서 탁월한 연주실력을 보여준다. 장일범 평론가는 “이 곡은 장조라 명랑성을 잘 표현해야 하고 특히 2악장에선 소프라노가 아리아를 부르듯 잘 풀어내야 하는데 손열음은 피아노란 악기가 노래 부르는 걸 잘 소화하는 연주자”라고 칭찬했다.

수시로 변하는 모차르트 음악의 성격과 손열음의 성향이 잘 맞아 탁월한 연주를 보여준다는 평가도 있다. 김대진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장은 “손열음은 배우로 말하면 백만 가지 얼굴을 가진 배우로 다양한 스타일과 재능을 갖고 있어 모차르트와 잘 맞는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손열음의 활약상은 요즘 눈부시다. 올여름 평창대관령음악제의 예술감독으로 위촉되어 신선한 프로그램으로 음악제를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았고, 음악제가 끝난 뒤 이탈리아 볼자노로 날아가 부조니 콩쿠르 예선 심사위원장으로도 활동했다. 지금은 문화방송 <티브이 예술무대>의 진행도 맡고 있다. 이 편집장은 “손열음은 뭘 연주하더라도 자신이 주인공이 되는 연주자”라면서 “30대인 그가 앞으로 또 어떤 열매를 맺어갈지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손열음의 콘서트 티켓은 벌써 거의 매진이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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