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생 김유빈. 콘트라 베이시스트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기 클래식과 친했다. 초등 저학년 때 어머니가 취미로 배우던 플루트에 마음을 뺏겼다. 오래 배운 피아노, 자꾸 활을 부러뜨려 혼났던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았다. 서울 예원학교를 졸업한 16살 때 그는 프랑스 리옹 국립고등음악원으로 유학해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에서 석사까지 마쳤다. 2016년 독일의 명문악단인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에서 19살 최연소 플루트 수석을 맡았다. 바로 이듬해 단원들의 신임을 얻어 종신수석에 올랐다. 불과 20살에 65살 정년을 보장받고 퇴직 뒤에는 연금도 받을 수 있는 명예로운 자리를 거머쥔 것이다.
김유빈은 오는 21일 서울 예술의전당 IBK체임버홀에서 첫 독주회를 연다. 8일 전화 인터뷰에서 그는 “독일어를 잘 하지 못해 영어와 프랑스어로 단원들과 얘기하는데 ‘음악’으로 소통할 수 있는 것 같다”면서 “단원들이 가족처럼 잘 대해준다”고 말했다.
2006년 베를린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이름을 바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오케스트라는 동베를린 최고의 악단으로 꼽힌다. 그는 “상임지휘자 이반 피셔와는 음악적 코드도 잘 맞고 새로운 아이디어도 많이 얻는다”면서 “그와 같은 인성과 연주 실력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국내에선 주로 협연을 많이 했던 그는 첫 독주회를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며 자신감을 비쳤다. 연주 곡목은 그의 음악적 성장을 도운 두 나라, 프랑스와 독일 음악으로 채웠다. 1부에선 익숙한 프랑스 음악인 필립 오베르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발라드’ 등을, 2부에선 새로 시도해보는 독일 음악인 파울 힌데미트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등을 연주한다. “플루트 연주자들이 프랑스와 스위스 출신이 많아요. 프랑스 음악에 플루트 기교가 많아 도움이 되거든요. 독일에선 세계적인 지휘자들과 실전을 통해 깊이 있게 음악을 배웠어요. 제가 두 나라에서 배운 것들을 들려드리려고 해요.”
‘더 이루고 싶은 꿈’을 묻자 그는 “좋은 연주자들과 계속 연주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플루트는 불기 어려운 악기에요. 소리가 안 날 정도의 ‘피아니시모’(아주 여리게)부터 당당하고 큰소리까지 낼 수 있어 극적이고 역동적이어서 매력적이죠. 앞으로도 열심히 연주해야 할 것 같아요. (웃음)”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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