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0돌 기념 콘서트를 여는 가수 겸 뮤지컬 배우 옥주현(왼쪽)과 콘서트 연출을 맡은 정구호 감독.
아이돌 가수에서 뮤지컬 배우로, 패션디자이너에서 공연 연출가로. 영역과 경계를 넘나드는 두 사람이 만나 콘서트를 준비 중이다. 새달 14~15일 ‘데뷔 20돌 콘서트’를 여는 옥주현의 무대를 제일모직 상무였다가 무용 <향연>, 오페라 <동백꽃 아가씨> 등을 연출한 정구호 감독이 맡는다. 두 사람을 19일 서울 광화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장르가 다른 두 사람을 연결해준 건 발레리나 김주원이다. “저희가 만난 지 3주 정도 된 것 같다”는 옥주현은 “주원 언니를 비롯해 주위에서 혁신적인 공연 연출을 해온 정 감독님을 추천했다. 그래서 부탁을 드렸는데 흔쾌히 맡아주셨다”고 말했다. 대중가수의 콘서트 연출은 처음 맡는 정 감독은 “주현씨를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그림이 있었다”면서 “온전히 주현씨의 가창력에 집중할 수 있는 공연을 보여줄 예정”이라고 말했다.
공연 장소를 클래식 전용인 롯데콘서트홀로 선택한 것도 그 이유에서다. 34인조 오케스트라와 30명의 코러스가 함께 하고, 파이프오르간 연주와 옥주현의 목소리가 어우러지는 선곡도 준비했다. 옥주현은 “그동안은 뮤지컬 노래가 60%를 차지했다면 이번엔 보컬리스트로 걸어온 20년을 보여주고자 가요랑 팝에 더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아이돌 가수 핑클에서 최고 티켓 파워의 뮤지컬 배우로 성공하기까지 지난 세월을 보여줄 예정이라는 그는 “양날의 칼이 ‘핑클의 옥주현’이었다”면서 “어떤 일이든 내가 하기 나름인지라 그게 나에겐 큰 숙제였다. 무언가를 맡았을 때 하기 싫다는 마음이 들면 스스로 ‘이걸 하고 싶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이러면서 채찍질해 왔다”고 말했다. 자신의 뮤지컬 출연작 중 <엘리자벳>이 “배우로서 획을 그을 수 있는 두꺼운 점을 찍어준 작품”이라고 표현한 그는 “시간과 돈을 들여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들에게 합당하지 않은 결과물을 보여주면 미안하기에 더 까다롭게 공연을 준비한다”고도 했다.
오랜 시간 폭발적인 가창력을 유지해 온 비결로 그는 “언어의 수수께끼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 “이 발음으로 이 음을 내는 건 어렵다고 하는 게 있는데 언어와 소리를 공부하다 보니 목에 무리가 가지 않게 소리를 낼 수 있는 때가 오더라. 그게 여러 시간 노래해도 괜찮은 이유다. 동료들에게 그걸 설명해주면 다들 이걸로 논문 내라고들 한다.(웃음)”
정 감독도 “공연 준비를 위해 주현씨의 지난 비디오를 봤는데 풍부한 성량을 만드는 노력이 있었기에 이 자리에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면서 “노래 잘하는 건 다들 아는 거니 거기에 더해 로맨틱하거나 장난기 있는 주현씨의 다양한 모습을 표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형 공연장에 대규모 오케스트라, 합창단까지 동원하면서 적자 나지 않겠냐”는 질문에 “옥주현 팬들에게 드리는 선물 같은 공연”이라는 대답을 내놓은 정 감독은 “저도 그래서 노개런티로 연출을 한다”고 웃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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