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 대중음악가 신중현씨
“제 노래가 원래 가사가 길지 않아요. 쉽고 단순해야 깊이가 있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노래에 뮤지컬 배우들의 대사와 연기가 어우러지니까 가사가 더 가슴에 닿아 울리더군요. 새삼 종합예술이라는 뮤지컬이 대단하구나 생각했어요.”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80)씨의 명곡을 담은 주크박스 뮤지컬 <미인>이 다음달 15일 서울 종로구 홍익대 대학로아트센터에서 첫선을 보인다. <미인>은 그의 노래 ‘미인’ ‘커피 한잔’ ‘봄비’ 등 23곡을 추려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젊은이들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다.
28일 뮤지컬 연습 현장을 구경한 뒤 서울 대학로의 한 카페에서 기자들을 만난 신씨는 “내 노래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음악인으로서 영광”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뮤지컬 오프닝 곡이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김추자의 ‘알 수 없네’여서 놀랐어요. 묻혀 있던 곡인데 그 노래가 나와 감동했어요. 제작진에게 편곡 등 모든 권한을 위임하면서 딱 한가지만 주문했어요. 관객들 가슴에 무엇인가를 남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달라고요.”
지난 3월 부인상을 당한 신씨가 ‘대외활동’을 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었다. 젊은 시절 미 8군 쇼 무대에서 함께 활동하다 결혼한 아내 명정강(1940∼2018)씨는 한국 최초의 여성 드러머였다. 신씨는 “거의 매일 손에서 기타를 놓지 않는데 고인을 애도하는 마음으로 두달 동안 음악을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내가) 너무 섭섭해할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국 록 대부’ 대표 23곡 담은
뮤지컬 ‘미인’ 내달 15일 첫선
“묻혔던 김추자 ‘알 수 없네’
오프닝 곡 나와 큰 감동” 새 연주기법 담은 앨범 가을께
“이젠 늙어서 하는 음악 보여줄 때” 1963년 한국 최초의 록밴드 ‘애드포’(Add 4)를 결성하며 트로트 일색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등장한 신씨는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뮤직파워’ 등의 밴드 활동을 하며 한국 록의 역사를 만들었다. 펄시스터즈(‘님아’), 김추자(‘님은 먼 곳에’), 박인수(‘봄비’) 등의 가수들을 스타로 만든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미인’을 포함한 22곡이 금지되면서 ‘최다 금지곡 보유 작곡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신씨는 “그런 시대적 고통이 없었다면 그런 음악들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파란만장한 시대를 겪어낸 것이 내가 오늘까지 꿋꿋하게 걸을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조국의 동포애를 담아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강산’을 이선희가 남북 평화공연에서 부를 땐 “흐뭇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뷔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신씨는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한국 아티스트 중 최초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명 기타 제작사인 펜더는 2009년 세계 뮤지션 중 6번째로 그에게 맞춤형 기타를 헌정하기도 했다. “기타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용기가 있어요.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금도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죠.” 새로운 연주기법과 창법을 담은 새 음반도 올가을께 낼 예정이다. 어깨까지 내려온 백발에도 신씨는 여든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청년 같았다. 뮤지컬 제작을 맡은 홍승희 프로듀서는 “컴퓨터 사용도 능숙하셔서 메일을 주고받을 때 바로바로 회신이 온다”며 그의 젊은 감각을 칭찬하기도 했다. “음악은 두 종류가 있어요. 청춘 때 하는 아름답고 예쁘고 좋은 음악이 있고, 늙은이의 음악이 있죠. 이제 늙어서 하는 음악을 보여줄 차례가 됐어요. 겪어온 인생을 표현하는 음악이 있다고 믿고 있고, 그걸 지금도 찾고 있어요.” 세 아들(대철·윤철·석철)도 모두 직업 음악인이다. “새 앨범은 둘째(신윤철)가 건반을, 막내(신석철)가 드럼을 치기로 했다”고 전하는 그에게 아버지의 음악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데 대한 아들들의 반응을 물었다. “음악만 얘기하지 대화가 없어서….” 음악의 본질은 “자유”라고 힘주어 말하던 ‘한국 음악의 거장’이 멋쩍어하는 모습에 좌중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대중음악인 신중현씨. 사진 클립서비스 제공
뮤지컬 ‘미인’ 내달 15일 첫선
“묻혔던 김추자 ‘알 수 없네’
오프닝 곡 나와 큰 감동” 새 연주기법 담은 앨범 가을께
“이젠 늙어서 하는 음악 보여줄 때” 1963년 한국 최초의 록밴드 ‘애드포’(Add 4)를 결성하며 트로트 일색의 한국 대중음악계에 등장한 신씨는 ‘신중현과 엽전들’ ‘신중현과 뮤직파워’ 등의 밴드 활동을 하며 한국 록의 역사를 만들었다. 펄시스터즈(‘님아’), 김추자(‘님은 먼 곳에’), 박인수(‘봄비’) 등의 가수들을 스타로 만든 작곡가이자 프로듀서이기도 하다. 1970년대 군사정권 시절에 ‘미인’을 포함한 22곡이 금지되면서 ‘최다 금지곡 보유 작곡가’라는 타이틀도 갖고 있다. 신씨는 “그런 시대적 고통이 없었다면 그런 음악들을 쓰지 못했을 것”이라며 “파란만장한 시대를 겪어낸 것이 내가 오늘까지 꿋꿋하게 걸을 수 있는 힘”이라고 말했다. 조국의 동포애를 담아 만들었다는 ‘아름다운 강산’을 이선희가 남북 평화공연에서 부를 땐 “흐뭇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데뷔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신씨는 공로를 인정받아 미국 버클리음대에서 한국 아티스트 중 최초로 명예박사 학위를 받았다. 유명 기타 제작사인 펜더는 2009년 세계 뮤지션 중 6번째로 그에게 맞춤형 기타를 헌정하기도 했다. “기타로 세계를 제패하겠다는 용기가 있어요. 세계 최고의 기타리스트 기량을 보여줄 수 있도록 지금도 밤낮으로 노력하고 있죠.” 새로운 연주기법과 창법을 담은 새 음반도 올가을께 낼 예정이다. 어깨까지 내려온 백발에도 신씨는 여든의 나이가 무색하게 여전히 청년 같았다. 뮤지컬 제작을 맡은 홍승희 프로듀서는 “컴퓨터 사용도 능숙하셔서 메일을 주고받을 때 바로바로 회신이 온다”며 그의 젊은 감각을 칭찬하기도 했다. “음악은 두 종류가 있어요. 청춘 때 하는 아름답고 예쁘고 좋은 음악이 있고, 늙은이의 음악이 있죠. 이제 늙어서 하는 음악을 보여줄 차례가 됐어요. 겪어온 인생을 표현하는 음악이 있다고 믿고 있고, 그걸 지금도 찾고 있어요.” 세 아들(대철·윤철·석철)도 모두 직업 음악인이다. “새 앨범은 둘째(신윤철)가 건반을, 막내(신석철)가 드럼을 치기로 했다”고 전하는 그에게 아버지의 음악이 뮤지컬로 만들어진 데 대한 아들들의 반응을 물었다. “음악만 얘기하지 대화가 없어서….” 음악의 본질은 “자유”라고 힘주어 말하던 ‘한국 음악의 거장’이 멋쩍어하는 모습에 좌중이 모두 웃음을 터뜨렸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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