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바이올리니스트 그룹의 선두주자와 정통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의 만남.
오는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 오르는 쾰른 방송교향악단 공연은 올 상반기 가장 기대되는 클래식 공연 중 하나로 꼽힌다. 이 무대의 두 주역, 지휘자 유카페카 사라스테(62)와 협연자 아라벨라 슈타인바허(37)를 서면으로 만났다.
슈타인바허는 독일인 피아니스트 아버지와 성악가인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3살부터 바이올린을 시작해 19살에 하노버 요아힘 콩쿠르에 입상하면서 세계 무대에 데뷔했다. 방대한 레퍼토리를 토대로 완벽한 기술적 완성도를 보여줘 율리아 피셔(35), 자닌 얀선(40), 힐러리 한(39) 같은 또래 일급 바이올리니스트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이렇게 표현했다. “제 영혼에선 일본의 모습이 있고, 제가 일본에 갈 때마다 그 모습을 발견해내곤 합니다. 제 안에서 독일과 일본의 자아가 싸우는 것처럼 서로 다르게 느껴지지만 이제 저만의 독특한 강점으로 받아들이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연주했던 곳 중에선 2011년 동일본 대지진 피해자들을 위해 마련된 비상대피소의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한다. 그는 현재 일본 음악재단에서 대여해준 1716년에 제작한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부스’를 사용하고 있다. 오랜 기간 명상을 해오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는 “쉼 없이 전세계를 오가는 저를 안정시키고 연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했다.
슈타인바허는 인터뷰에서 20세기 현대음악, 특히 힌데미트와 브리튼, 프로코피예프와 베르크의 바이올린 곡들을 가장 좋아한다며, 직접 선곡이 가능한 경우엔 이 곡들을 주로 고른다고 한다.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2004년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공연을 하지 못하게 된 정경화의 대타로 무대에 올라 깜짝 주목을 받은 곡이기도 하다. 그는 이 곡을 두고 “아마 모든 바이올리니스트에게 가장 성스러운 곡일 것”이라며 “수없이 연주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새로운 도전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지휘자인 사라스테는 2010년부터 쾰른 방송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를 맡고 있으며, 2015년 악단의 첫 내한공연도 함께했다. 핀란드 출신인 그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의 수석 지휘자(1987~2001)로 두 차례나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을 녹음한 세계적인 시벨리우스 스페셜리스트다. 주로 서울시교향악단의 지휘를 맡으며 국내 관객들에게 얼굴을 알려온 그는 이번 공연까지 모두 5차례 내한했지만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연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라스테는 이번 공연에서 연주할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두고 이렇게 설명했다. “이 곡은 작곡가가 민족주의적인 핀란드 스타일 음악에서 벗어나고 싶음을 표현한 대표적인 곡입니다. 더는 핀란드 국민작곡가가 아닌 바그너나 리스트 같은 유럽 음악에서 영감을 얻어 새로운 음악을 써보고 싶었던 것이죠. 핀란드가 아닌 이탈리아에서 작곡했기 때문에 따뜻한 기후가 반영된 느낌도 듭니다. 시벨리우스의 가장 사랑받는 교향곡 중 하나로 관객과 저희가 서로를 알아가는 좋은 길이 될 겁니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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