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빌 마리너(오른쪽) 경은 2016년 4월 내한 공연 때 협연자였던 손열음(왼쪽)과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연주한 뒤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을 제안했다. 사진 크레디아 제공
“네가 모차르트를 좋아하고 잘하고 싶으면,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을 30대에 시작해야지 50대에 끝낼 수 있다. 지금 당장 시작하자.”
영화 <아마데우스>의 삽입곡을 맡은 것으로도 잘 알려진 ‘모차르트의 대가’ 네빌 마리너 지휘자가 손열음(32)에게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전곡 녹음을 제안한 것은 2016년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손열음은 내한한 마리너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을 두 차례 협연했다. 손열음이 2011년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준우승을 거머쥔 곡이기도 했다. 마리너는 공연이 끝나고 무대 뒤에서 손열음에게 “너의 모차르트 연주는 특별하다”면서 전곡 녹음을 제안했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은 모두 27개에 이른다.
이렇게 시작된 계획은 그로부터 2개월만에 영국 런던에서 손열음이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1번’ 녹음을 하는 것으로 첫발을 뗐다. 당연히 마리너가 60년 전 창단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더 필즈’ 악단과 함께였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이 16일 서울 서초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음반 <모차르트>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영화 <아마데우스> 삽입곡을 맡았던 네빌 마리너와 모차르트 음악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사진 크레디아 제공
손열음은 16일 서울 서초구 야마하홀에서 열린 음반 <모차르트>(오닉스)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마리너경은 알려진 대로 너무나 친절하고 따스한 분이셨다. 모차르트의 대가임에도 제 의견에 귀를 기울이며 제가 곡 해석을 주도하길 바라셨다”며 “그동안 정격 연주 등으로 모차르트가 너무 학술적이고 진지하고 복잡하게 해석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마리너경의 해석은 발이 공중에 살짝 떠 있는 듯이 가볍고 단순한 모차르트 음악의 속성을 놓치지 않았다. 하루 만에 녹음을 마쳤는데 제가 한 레코딩 중에 가장 편안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녹음을 시작한 지 4개월 뒤인 2016년 10월2일 마리너는 92살을 일기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 계획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손열음은 그의 유작 녹음과 함께 솔로 연주곡인 ‘다(C)장조 피아노 소나타 10번’ ‘다장조 리종에서 잠들다 주제에 의한 변주곡’, ‘다단조 환상곡’ 등 3곡을 담았다. 애초에 같은 음반에 담으려고 했던 ‘피아노 협주곡 8번’ 대신이었다.
손열음은 “모차르트에겐 다장조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애초에 다장조 작품들로 이뤄진 음반을 녹음하려고 했던 구상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작곡가가 모차르트임을 여러 차례 밝혀온 그는 “모차르트의 음악은 다면적이고 아이러니하면서 서사적이다. 짧은 곡도 오페라처럼 드라마와 스토리를 전한다”고 말했다. 손열음은 이날 간담회에서 고인에 대한 추모의 의미를 담아 모차르트의 ‘다단조 환상곡’을 연주하기도 했다.
이렇게 마리너의 유작이 된 <모차르트> 음반은 오는 20일 전 세계 동시 판매를 시작한다. 같은 날 손열음은 영국 런던 카도겐홀에서 ‘아카데미 오브 세인트 마틴 인 더 필즈’와 함께 협연할 예정이다. 또한 마리너 서거 2주기를 맞아 올 10월에는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과 함께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8번과 21번을 연주하는 ‘손열음의 아마데우스’ 공연을 서울 예술의전당(7일)을 시작으로 전국 10개 도시를 돌며 진행할 예정이다.
김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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