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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피아노는 악플도 불안도 힐링시켜주는 반려악기죠”

등록 2018-04-11 05:01수정 2018-04-11 10:16

[짬] 피아노 연주곡 음반 낸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
한국 생활 10년을 훌쩍 넘긴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지난달 한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곡 음반을 낸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사진 박미향 기자
한국 생활 10년을 훌쩍 넘긴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지난달 한 카페에서 피아노 연주곡 음반을 낸 사연을 들려주고 있다. 사진 박미향 기자
“피아노는 오직 나 자신을 위해서 친다. 치다 보면 쌓였던 불안이 사라지고 (사는 데) 좀 안심이 된다. 요즘 사람들, ‘힐링’ 얘기 많이 하는데 내겐 피아노 연주가 힐링이다.”

<제이티비시>(JTBC)의 예능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으로 유명인이 된 ‘독다니엘’ 다니엘 린데만(33)은 일주일에 최소 서너 번은 서울 압구정동의 어둑한 음악 스튜디오를 찾는다. 팬 미팅이 있는 것도, 방송 촬영지도 아닌데 규칙적으로 문을 두드린다. 한국에 산 지 10여년. 한국인보다 더 정확한 국어를 구사하는 그지만 운명을 바꾼 이국의 땅, 서울이 여전히 낯설다. 그의 내면은 인기의 쾌락과 악플의 공포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불안을 황사 마스크처럼 달고 산다. 유일한 구세주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고요한 공간에서 피아노와 마주하면 악플 같은 건 잊는다”는 그는 지난달 인터뷰에서 자신의 음악 사랑을 들려줬다.

“고향 쾰른 이웃들 악기 하나쯤 즐겨”
한때 파이프오르간 매력에 빠지기도
한국에서도 스튜디오 찾아 연주 취미
지난해 낸 첫 음반 2200장 넘게 팔려

낙원악기상가 ‘반려악기 캠페인’ 참여
복지시설 아이들 ‘음악 즐길 기회’ 지원

“10살 때부터 음악은 내 친구였다.” 그렇다고 직업 음악가가 꿈은 아니었다. 피아노 악보집 <바이엘>, <체르니>로 상징되는 한국 중산층 아이들의 음악교육 같은 건 더욱 아니었다. “어릴 때부터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어머니를, 피리 부는 이모를 보며 컸다.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려는 게 아니라 그저 ‘인생 악기’였던 거다.”

대학 입학 전까진 파이프오르간에 매달렸다. 이 역시 음대를 목표로 한 일은 아니었다. “어느 날 교회 파이프오르간 연주자가 미사 중 탱고음악, 영화 ‘007 시리즈’ 주제곡 등을 연주하는 걸 보고 우리말(한국어)로 ‘대박이다’라고 생각했다.” 그가 태어난 독일 쾰른 인근 마을 주민들은 누구나 ‘즐거운 음악’ 한가지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가 이루마 곡을 연주할 때 친구는 마이클 잭슨 노래를 피아노로 쳤다. 재능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한국에 와서도 어린 시절 경험이 실력을 발휘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인생 첫 앨범을 냈다. ‘러브 오브 선샤인’ 등 피아노 자작곡 6곡과 편곡 1곡이 실렸다. “피아니스트 이루마를 좋아하는데 그런 곡을 써보고 싶었다.” 그저 “자작곡을 소리로 남기고 싶은 생각”에 낸 앨범은 2200장 이상 팔렸다.

그는 올해 내친김에 ‘반려악기 릴레이 캠페인’ 참여자로 나섰다. 이 캠페인은 낙원악기상가와 사회복지법인 ‘함께 걷는 아이들’이 기획한 것으로, 자신의 반려악기나 배우고 싶은 악기에 대한 얘기를 영상이나 손글씨로 만들어 4월30일까지 낙원상가 공식 에스엔에스(SNS)에 올리는 행사다. 참여자가 5천명에 이르면 낙원악기상가에서 ‘함께 걷는 아이들’에 아동 음악교육 지원용으로 500만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다니엘은 지난달 5일 첫 참여자로 영상을 올렸다. 자신의 피아노도 기증했다. “2009년 낙원상가를 처음 갔는데 한 장소에 많은 악기가 모여 있는 점이 신기했다”며 “내 어린 시절 경험 같은 것을 아이들에게 주자는 취지에 공감해서 하게 됐다”고 말했다.

요즘 그를 찾는 이들이 부쩍 많아졌다.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이 열린다. 통일 독일에 대한 관심이 크다. 한반도 통일에 관해 물었다.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말했다는 그는 “처음 서독이 동독을 국가로 인정하면서 기자들이나 서독 사람들이 많이 오가며 소통이 시작됐다”며, 하지만 “한반도 통일은 아직 먼 것 같다. 흡수통일, 협상통일 등 다양한 방법이 있겠으나 시급한 건 한반도 평화조약이다. 서독은 전체 국토의 4분의 1밖에 안 됐다. 그런데도 통일 비용이 많이 들었다. 한반도는 영토가 반반이다. 그만큼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고 말했다. 애정 어린 조언이다.

그의 한국 사랑은 역사가 길다. 16살 때, 삼촌이 준 한국 관련 사진과 책을 받으면서부터다. 이후 독일 본대학에서 동아시아학을 전공하면서 애정을 이어갔다. 2008년 교환학생으로 처음 한국 땅을 밟아, 2011년엔 연세대에서 한국학과 국제관계학으로 석사 학위를 땄다. 직장 생활은 고작 두 달. 바로 방송에 캐스팅돼 최근까지 <판결의 온도>(MBC),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MBC 에브리원), <시선집중>(MBC 라디오) 등에 출연하는 등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그는 “한국인들은 흥이 많은 민족이다. 어른들도 악기 하나 정도 연주하면 마음의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며 음악 스튜디오를 향해 일어섰다. 그의 등 뒤로 따스한 봄 햇살이 오선지 음표처럼 춤췄다.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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