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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둥둥둥 소리 울려 ‘실종아동찾기 골든타임’ 알립니다”

등록 2018-03-27 19:25수정 2018-03-28 04:08

【짬】 국악퓨전밴드 훌 리더 최윤상씨

퓨전국악밴드 훌의 리더 최윤상씨는 홍대앞 블러섬랜드에서 13년째 ‘행복한 어른 되기 프로젝트’로 공연을 통한 자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퓨전국악밴드 훌의 리더 최윤상씨는 홍대앞 블러섬랜드에서 13년째 ‘행복한 어른 되기 프로젝트’로 공연을 통한 자선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사라졌다. 찾을 수 없다. 더구나 가족이다. 그것도 어린아이다. 실종.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누가 헤아릴까? 그 피눈물을 어루만져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찾을 수 있을까? 어느 날 ‘실종’이라는 단어가 세차게 가슴을 때렸다. 도움을 주고 싶었다. 음악을 통해서나마 실종 미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을 높이고 싶었다. 슬픔에 잠긴 부모와 가족의 마음을 위로하고 싶었다. 힘차게 북을 쳐서, 심금을 울리는 피리 소리로, 웅장한 궁중음악으로, 신명나는 자진모리장단으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퓨전국악밴드 ‘훌’의 리더 최윤상(47)씨는 종종 가면을 쓰고 북을 치곤 한다. 그가 다루는 악기는 국악기인데, 그가 쓰는 가면은 전통의 탈이 아닌 서양식 마스크다. 최씨는 모든 것을 뛰어넘고 싶어한다. 동서양과 고금을, 서양음악과 국악을, 그것이 그가 ‘훌훌훌’ 날아다니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홍대 앞에서 공연 통한 자선 캠페인
‘행복한 어른 되기 프로젝트’ 13년째
올해 주제는 실종아동찾기협회 돕기
“실종사건 매뉴얼 ‘코드 아담제’ 홍보”

동서양 음악 전공 젊은이 8명 뭉쳐
“삶도 공연도 놀이도 의미있게 하고파”

종종 서양 가면을 쓰고 북을 치곤 하는 최윤상씨는 동·서양 음악의 경계를 뛰어 넘는 자유로운 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한다는 뜻에서 밴드 이름을 ‘훌’로 지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종종 서양 가면을 쓰고 북을 치곤 하는 최윤상씨는 동·서양 음악의 경계를 뛰어 넘는 자유로운 음악을 창작하고 연주한다는 뜻에서 밴드 이름을 ‘훌’로 지었다. 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최씨는 2006년부터 ‘행복한 어른 되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006년부터 시작해 그동안 장애인, 입양아, 소외계층 등을 돕는 자선 기부 공연을 하는 프로젝트다. 13년째인 올해는 실종 아동의 가족들을 돕는 공연을 펼치고 있다. 오는 29일 저녁 8시부터 서울 상수동의 전용 무대인 블러섬랜드에서 열리는 세번째 공연을 이틀 앞두고 그를 만났다.

“새로운 형식의 아트 캠페인입니다. 입장료는 없어요. 공연 끝난 뒤 ‘감동 후불제’로 모아진 성금은 실종 아동 찾기에 쓰입니다.”

최씨가 실종 아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자신의 공연을 보러 온 서기원 실종아동찾기협회 회장을 만나 밤새 이야기한 덕분이다. 서로 조금씩 관심을 갖게 된다면 가족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믿게 됐다. 서 회장은 24년 전 무남독녀 딸을 잃었다. 그때 10살이었던 딸 희영양은 전북 남원 집 앞 놀이터에서 친구와 함께 놀다 실종됐다. 딸을 찾기 위해 전국을 돌면서 같은 처지의 실종 아동 부모들을 만난 그는 2010년 실종아동찾기협회를 만들었다.

“브라질에서는 부모를 잃은 아이를 발견하면 박수를 칩니다. 그 박수 소리를 들은 이들이 또 박수를 칩니다. 그래서 박수 소리가 퍼져 나갑니다. 박수 소리 전파 덕분에 1㎞ 떨어진 곳에 있던 부모가 아이를 찾기도 했다고 합니다. 실종 아이를 찾는 데는 골든타임이 있는데 그 시간을 놓치면 어렵다고 합니다.”

최씨는 공연을 하면서 실종 아이를 찾는 캠페인을 한다. 그중 한가지가 ‘코드 아담제’의 홍보다. “법으로는 코드 아담제를 규정하고 있지만 잘 시행되고 있지 않아요. 코드 아담제는 연면적 10만㎡ 이상의 대규모 점포와 놀이시설에서 실종 아동을 찾기 위한 매뉴얼입니다. 이런 다중밀집시설에서 아동이나 치매노인의 실종이 신고되면 시설 운영자는 출입구를 막고 1차 수색을 하고, 경찰에 신고하는 초기 대응 방법입니다.”

밴드 훌은 전세계를 무대로 연주를 해왔다. 국내보다는 유럽 등 외국에서 이름을 날렸다. 2005년 독일에서 먼저 음반을 발표했고, 프랑스·이집트·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인도 등 세계를 돌며 초청 무대에 섰다. 우리나라 최초 창작 실내악 그룹 ‘슬기둥’ 맴버였고, 그룹 ‘공명’을 만들어 국악계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는 젊음의 거리 홍대에서 국악을 연주해왔다.

“홍대 거리에서는 록, 재즈, 레게 등 많은 밴드 음악을 접할 수 있어요. 그런 음악이 국악과 콜라보를 이루고, 많은 젊은이들이 국악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하길 바랍니다.”

최씨가 국악을 처음 접한 건 88 서울올림픽 때였다. 그가 다니던 고교가 올림픽 개막식 마스게임에서 상모를 돌리게 됐다. 친구들과 농악부에 지원했다. 국악에 빠졌다. 심장을 두드리는 타악기가 좋았다. 연습할 장소가 없어서 장구를 메고 산속에 들어가기도 했다. 장단 연습을 허벅지에 하는 바람에 허벅지 살이 벗겨질 정도였다.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고 예술대학에 진학해 국악을 전공했다.

최윤상씨
최윤상씨

그가 운영하는 훌 밴드는 8명의 젊은 음악인으로 구성되어 있다. 드럼과 기타, 피아노 등 서양악기와 피리, 태평소, 대금 등 국악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관중들을 몰입시킨다. 국악 리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민요부터 궁중음악, 대중음악까지 다양한 음악을 폭넓게 넘나든다. 국악에 현대적인 일렉트로닉과 록 사운드를 더해 한민족의 신명을 전세계에 알리고 있다. 임금의 무병장수와 나라의 번창을 기원하며 왕이 행차할 때나 특별한 날 연주하던 궁중아악인 ‘수제천’에 테크노 비트를 입혀 젊은이들이 춤출 수 있게 편곡하기도 했다. 최씨는 전자음악과 장고가 결합된 ‘슈퍼장고’라는 악기를 개발하기도 했다.

“의미있게 살고 싶어요. 음악도 의미있게, 사회활동도 의미있게, 그리고 놀아도 의미있게.”

그는 한번 자선공연 할 때마다 50만원 정도가 모금된다고 한다. “적은 돈이지만 이 사회의 아픈 이들에게 쓰인다면 보람이 있습니다.” 미혼인 그가 아이를 잃은 부모의 마음으로 무대에 선다.

글·사진 이길우 선임기자 niha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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