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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음식 타고 온 ‘한국사랑’ 플루트 선율에 실어 세계로~”

등록 2018-02-20 20:09수정 2018-02-20 21:48

【짬】 스위스 출신 플루트 연주자 필리프 윤트

스위스 출신으로 한국음식과 한국문화 마니아가 된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 사진 곤지암뮤직페스티벌 제공.
스위스 출신으로 한국음식과 한국문화 마니아가 된 플루티스트 필리프 윤트. 사진 곤지암뮤직페스티벌 제공.

“스위스에 ‘사랑은 위장을 타고 온다’는 말이 있는데 저의 한국 사랑을 설명하는 데 적절한 표현 같아요.”

스위스 출신 플루트 연주자 필리프 윤트(40)는 한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음악가다. 강남대 독일 바이마르 음악학부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고, 한국플루트교육자협회 이사, 곤지암뮤직페스티벌 음악감독, 스위스-한국 문화교류재단 이사를 맡고 있다. 20여년간 아시아와 유럽을 오가며 활발히 활동하는 연주자인 그가 한국에서 이렇게 다양한 직함을 갖게 된 건 한국 문화에 빠지면서다.

뮌헨대학 시절 음식으로 ‘한국’ 인연
2008년부터 대학 강의하며 ‘반상주’
인터넷에 한국말 ‘먹방투어’ 영상도

곤지암뮤직페스티벌 만들어 ‘감독’
올해 3회째 ‘평화와 하나됨’ 오늘 개막
6월 ‘한국드라마 주제곡 콘서트’도

제3회 곤지암뮤직페스티벌 포스터.
제3회 곤지암뮤직페스티벌 포스터.
필리프 윤트는 최근 <한겨레>와 한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한국과의 인연이 음식에서부터 시작됐다고 말했다. “독일 뮌헨대학에 다닐 때 묵었던 아파트 근처에 포장판매를 하는 한국 음식점이 있었어요. 불고기 등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일주일에 몇 차례씩 사다가 먹곤 했죠. 한국과의 첫 만남이었어요.”

공연을 위해 몇 차례 방문했던 그는 한국에서 강의 기회가 생기면서 2008년부터는 더욱 자주 머물렀다. 그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은 간장게장, 감자탕, 한국식 회. 인터넷에 직접 찍어 올린 ‘먹방투어’ 영상에서는 낙지탕탕이와 육회를 섞은 육탕이와 떡볶이에 소주를 곁들이는 그의 모습도 볼 수 있다.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매우 보람도 되고 한국 음식을 더 자주 먹을 수 있어서 좋아요. 매번 한국에 올 때마다 먹는 걸 주체 못해 체중이 늘고 있어요.”

윤트는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먹방투어 등의 영상도 한국말로 올렸다. “스위스에서는 공식적으로 4개 국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언어를 배우는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요. 한국어를 잘하지는 못하지만 항상 열린 마음으로 배우려고 하죠. 라디오 블로그 프로그램 ‘토크 투 미 인 코리안’(Talk-to-me-in-Korean)을 즐겨 청취하는데 남성과 여성이 매우 자연스러운 방법으로 이야기해서 도움이 돼요.”

게다가 ‘음식을 타고 온 사랑’은 한국 사람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플루트를 더 많이 접하게 하고 싶은 욕심을 자아냈다. 2016년 플루트 연주자 백수현과 뜻을 모아 국내 유일한 플루트 축제인 곤지암뮤직페스티벌을 만들었다. “한국은 놀라울 정도로 많은 플루트 연주자들이 있음에도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이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위주더라고요. 한국 클래식 안에서 플루트 악기를 보다 많이 알리자고 친구와 뜻을 모았죠. 매해 세계적인 플루트 연주자들이 환상적인 협주곡을 연주하고, 이들에게 직접 플루트를 배워볼 기회도 제공하고 있어요. 이런 플루트 공연은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어요.”

올해로 3회째를 맞은 페스티벌은 평창겨울올림픽을 기념해 특별함을 더했다. ‘평화와 하나됨’이란 올림픽 의미를 담은 ‘올림퍼스 트리오’ 곡을 세계 초연할 예정이다.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오프닝 갈라 콘서트를 시작으로 일주일간 서울, 경기도 곤지암에서 펼쳐진다. 플루트계의 전설 페터루카스 그라프, 바이에른 국립교향악단 수석인 헨리크 비제 등 최정상의 연주자들이 내한해 차세대 한국 플루트 연주자들과 무대를 꾸밀 예정이다. 윤트는 “플루트는 아주 많은 다양한 레퍼토리를 가진 악기”라며 “일반적인 클래식 청중들에게도 좀더 가깝게 다가가는 페스티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윤트는 오는 6월 또 다른 공연도 준비 중이다. ‘한국 드라마 오에스티(OST) 콘서트’다. “한국의 드라마와 드라마 주제곡들을 매우 좋아해요. 플루트와 오케스트라로 편곡된 드라마 주제곡 음반을 다음번 프로젝트로 준비하고 있고 콘서트도 할 예정이에요.”

그가 가장 좋아하는 드라마는 배우 공유가 주연한 <도깨비>다. “동화 속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잘 만든 작품”이라는 게 그의 평이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는 송혜교. 그가 나오는 드라마는 다 찾아봤다고 했다. “한국 드라마가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매우 흥미롭고 신뢰할 만한 방법으로 표현하더라”는 그는 드라마 분석가 같은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드라마는 그 나라의 다양한 문화와 사회를 보여줘요. 한국 드라마는 매우 시적이며, 강렬하고, 감성적이면서도 유쾌하죠. 반면 독일 드라마는 심각하고 단순하며, 현실적이에요. 스위스 드라마는 더 단순해요. 자연에 관한 이야기나 전형적인 스위스 캐릭터를 보여주죠.”

지난 2년간 수백개의 한국 드라마 음악을 들었다는 그는 음반에 담을 작품으로 16곡을 골랐다. <도깨비>, <해를 품은 달>, <육룡이 나르샤>, <별에서 온 그대> 등의 음악이다. “이 드라마 주제곡들은 너무나 강렬해요. 플루트만의 서정적인 음색으로 음악을 표현하려고 노력 중이고 매우 즐기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공연에서는 소규모의 실내악 오케스트라와 함께할 예정인데, 다채로운 음색의 드라마 콘서트가 되리라 확신합니다.”

전세계를 다니며 다양한 커리어를 쌓고 있는 그에게 한국은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제게 한국은 아주 멋진 공간이에요. 다른 어느 곳보다 따뜻하고, 친숙하며, 깨지지 않을 것 같은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있어요. 지난 10년간 한국을 오가며 또 살면서 매 순간 이러한 감정을 느끼고 있죠. 서울 한복판인 세종대로를 걸을 때면 가슴이 마구 뛰어요. 집에 온 것 같은 편안함과 흥분된 마음이 동시에 느껴져서요.”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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