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캣츠>가 한국 뮤지컬 시장에서 처음으로 누적 관객 200만명 시대를 연다. <캣츠>는 오리지널 팀이 내한해 지난 6월부터 전국 12개 도시 공연을 진행 중이다.
13일 <캣츠>의 기획사인 클립서비스 관계자는 “대구 공연이 있는 16일에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2009년 2월에 100만 명을 돌파한 지 8년 10개월 만의 기록”이라고 말했다.
고양이의 춤, 관객을 홀리다 <캣츠>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 <레 미제라블>과 함께 ‘세계 4대 뮤지컬’로 꼽힌다. 1981년 영국 웨스트 엔드, 1982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되어 지금까지 세계 30개국에서 8천만 명 이상이 관람한 수작이다. 고양이들의 화려한 춤과 세계적인 명곡 ‘메모리’로 유명하다.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건 1994년이다. 4대 뮤지컬 중 처음 한국 땅을 밟았다. 3~4년마다 꾸준히 공연돼 24년간 서울에서만 10시즌(본 공연 8시즌, 앙코르 2시즌) 공연을 했다. 누적 관객 200만 명을 동원하기까지 서울과 지방 22개 도시에서 공연한 횟수는 총 1450회에 이른다. 클립서비스는 “4대 뮤지컬 중 국내에서 가장 많이 공연되면서 단 한 번의 실패도 없었던 이례적인 성공신화를 쓴 작품”이라고 말했다.
200만 돌파가 갖는 의미 <캣츠>의 누적 관객 200만 명 돌파는 한국 뮤지컬 시장의 관객층 확산과 신규 관객 양산에서 의미가 크다. 클립서비스는 “관객성향을 분석한 결과 20대, 30대, 40대 이상 관객층이 각 30%에 해당하는 고른 분포를 보였다”면서 “2030세대에 편중된 국내 뮤지컬 시장에서 40대 이상까지 관객층을 확산시키는 데 기여한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대중화됐다고 하지만 영화보다 티켓 값이 비싸 진입 장벽이 높은 뮤지컬에서 <캣츠>는 ‘생애 첫 뮤지컬 관람객’을 늘리는 역할도 했다. 뮤지컬업계 한 관계자는 “작품성과 인지도로 뮤지컬을 처음 보는 이들이 망설임없이 선택하는 작품 중 하나”라면서 “여러 번 재관람을 하는 ‘회전문 관객’을 만든 작품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내한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장기 지방공연을 하면서 지방 뮤지컬 시장을 개척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캣츠>는 4대 뮤지컬 중 처음으로 2003년 지방공연에 나서 9개월에 걸친 공연을 한 바 있다. 당시 대구 공연은 뮤지컬 지방공연 중 처음으로 전석 매진한 사례로 남아있다. 클릭서비스 분석에 따르면, <캣츠>의 서울과 지방 관객 점유율은 6대 4로 지방 관객이 적지 않다.
뮤지컬의 대중화…‘제2의 캣츠’ 나와야 대극장 평균 티켓 가격을 10만원으로 책정했을 때 <캣츠>가 지금까지 국내에서 거둬들인 매출은 약 2천억원 정도다. 이는 순수 티켓 판매 금액만 반영한 것으로 <캣츠>의 콘텐츠를 활용한 음반, 도서 등까지 포함하면 경제적 가치 창출 효과는 더욱 커진다. 한국 뮤지컬 시장의 특성인 배우 캐스팅에 좌우되지 않고 오직 작품의 힘으로 끌어왔다는 점에서 이 같은 성과는 주목할 만 하다. 뮤지컬 평론가인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캣츠>의 관객 200만명 돌파는 뮤지컬이 대중화됐다는 방증이자 어떤 지향점을 갖고 가야 할지 방향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면서 “국내 창작 뮤지컬도 ‘제2의 캣츠’가 될 수 있도록 경쟁적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캣츠>는 지방공연이 끝나면 내년 1월28일부터 2월18일까지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마지막 3주간의 앙코르 공연을 올린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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