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과의 추억을 담아 제작한 자우림 싱글 ‘엑스오엑스오’의 뮤직비디오 화면.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엑스엑스’(XX), ‘엑스오엑스오’(XOXO).
이 암호 같은 표기들은 올해로 데뷔 20주년을 맞은 자우림과 관계 있다. 엑스엑스는 아라비아 숫자 ‘20’으로, 자우림의 스무살을 뜻한다. 오는 22일부터 24일까지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리는 자우림 연말 콘서트 제목이다.
엑스오엑스오는 ‘키스와 포옹’을 의미하는 미국의 채팅 용어. 지난 5일 발표한 자우림의 새 싱글 곡의 제목이다. 2013년 9집 <굿바이 그리프> 발매 이후 4년 만에 낸 노래는 오랜 시간 함께해준 팬들에 대한 감사와 사랑의 마음을 담았다. “돌아보면 언제나 너와 나였으니까/ 길을 잃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도/ 단 한 번도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라며 ‘네가 있었으니까’ ‘내가 있을 테니까’를 강조한다. 보컬 김윤아 특유의 매력적인 목소리에 서정적인 가사를 더했다. ‘자우림다운’ 음악으로 팬들에게 건네는 ‘키스와 포옹’이다.
대한민국의 척박한 밴드 환경 속에서 멤버 교체 한번 없이 20년 동안 꾸준히 음악을 해온 자우림의 활동은 의미가 깊다. 1997년 영화 <꽃을 든 남자>에 삽입된 ‘헤이 헤이 헤이’로 이름을 알린 자우림은 같은 해 1집 <퍼플 하트>를 발매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이후 ‘매직 카펫 라이드’, ‘밀랍천사’, ‘미안해 널 미워해’, ‘일탈’, ‘하하하쏭’ 등 다수의 히트곡을 내놓았다. 밴드 자체로 사랑받은 것과 별개로, 김윤아는 솔로 가수로서도 독보적인 활약을 보여왔다. 동명 영화의 음악이었던 ‘봄날은 간다’를 비롯해 ‘야상곡’ ‘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등 깊이 있는 음악을 들려줬다.
올해 데뷔 20주년이 된 자우림. 왼쪽부터 김진만, 김윤아, 이선규.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여성 싱어송라이터가 드물던 시절에 김윤아의 노래와 카리스마는 가히 독보적이어서 실용음악과 실기를 보면 그의 목소리를 흉내 내는 학생들이 많았다”며 “김윤아가 오늘날의 자우림을 있게 한 큰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김학선 음악평론가는 “자우림은 인디 신에서 메이저로 넘어가 대중적인 톱스타로 사랑받는, 가장 이상적이고 모범적인 단계를 보여준 밴드”라며 “멤버 간 불화 없이 자신들의 색깔을 보여주는 모던록을 꾸준히 해왔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오래갈 수 있는 밴드”라고 말했다.
‘자우림 엑스엑스(XX) 위대한 낙서’전 포스터.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제공
자우림은 20주년을 맞은 올해 활동을 마무리하는 연말 콘서트와 함께 21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한남아트갤러리에서 자신들의 음악 세계를 미술로 재조명하는 전시회도 연다. 제목은 ‘자우림 엑스엑스(XX) 위대한 낙서’전. 자우림 멤버들이 자신들의 노래와 어울리는 그라피티 작품을 직접 선정해 전시장을 ‘보고, 듣고, 만지는’ 장소로 꾸몄다. 관객들은 자우림의 노래를 들으며 라틀라스, 제우스, 존원, 크래시, 퓨어 이블 등의 그라피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아울러 스무살이 된 자우림의 지난 성장 과정을 볼 수 있는 앨범 재킷 이미지와 콘서트 포스터, 공개되지 않았던 사진도 선보인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