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상 밭 고추는 왜> <손님들> <위대한 놀이>.
평론가들의 시선에서 올해 가장 좋았던 연극들이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가 ‘올해의 연극 베스트 3’을 선정했다. 전년도 12월1일부터 올해 11월30일까지 국내 무대에 오른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세편 모두 한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서울시극단의 <옥상 밭 고추는 왜>(장우재 극본, 김광보 연출)는 서울 변두리 외곽 낡은 빌라를 배경으로 옥상에 고추를 심어 이웃과 나눠먹은 304호 광자와, 그 고추를 너무 많이 딴 201호 현자의 갈등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빌라 재건축 문제, 이혼, 시위 등 우리 사회 다양한 갈등의 단면들이 세련되게 녹아든다. 한국연극평론가협회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격렬한 갈등을 옥상 밭 고추라는 사소한 사건을 매개로 포착한 시선이 돋보인다”고 평가했다.
프로젝트 내친김에의 <손님들>(고연옥 극본, 김정 연출)은 비극적인 가족사에 괴담 속 인물들이 손님으로 등장하는 부조리극으로, 협회는 “소년, 부모, 가족, 집의 끔찍한 풍경을 통해 한국사회의 축소판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2000년 일어난 아들이 부모를 살해한 사건을 모티브 삼아, 부모와 소통하지 못하는 아이가 길에서 만난 손님들을 초대해 그들과 잘 지낼 수 있다면 부모와도 잘 지낼 수 있다고 믿는다. 극단 하땅세의 <위대한 놀이>(아고타 크리스토프 원작, 윤조병 극본, 윤시중 연출)는 대도시의 공습을 피해 국경 지역 할머니 집에 맡겨진 쌍둥이 형제가 자신만의 생존법으로 어른들의 전쟁터에서 살아남는 이야기다. 협회는 “쌍둥이 형제를 통해 악마적인 전쟁 상황에서 끝까지 버티며 살아남고자 하는 생존방식을 보여준 연극적 보고서”라고 봤다.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이 원작이다. 다른 연극에 견줘 배우들의 대사가 적은데, 이를 역동적인 동작으로 전달하는 힘이 인상적이다.
시상식은 18일 오후 5시 대학로 예술가의 집 다목적홀에서 진행된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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