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브로드웨이 오리지널팀이 처음으로 내한해 선보인 뮤지컬 <시스터 액트>.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관객 여러분, 어깨만 들썩이지 마시고 일어나십시오. 지금은 그러셔도 됩니다. 일어나 박수를 치십시오. 더욱 격하게 은혜받으실 시간입니다.”(공연 중 자막)
이보다 유쾌하고 ‘성령 충만’한 무대가 또 있을까. 수녀님들의 찬양이 시작되자 넘실거리는 흥이 극장을 뚫고 나갈 기세다. 1992년 개봉한 동명의 코미디영화를 무대로 옮긴 뮤지컬 <시스터 액트>가 흥바람으로 뮤지컬 예매율 1위(인터파크 기준)를 달리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팀으로선 처음 내한해 지난달 28일부터 공연 중인 <시스터 액트>는 영화를 바탕으로 대본과 음악을 새롭게 창작했다. 디바가 되길 꿈꾸는 밤무대 삼류 가수 들로리스가 남자친구이자 암흑가 거물인 커티스의 범죄를 목격한 뒤 수녀원에 몸을 숨기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영화에서 주인공 들로리스를 연기한 우피 골드버그가 제작을 맡았다.
뮤지컬과 영화의 가장 큰 차이는 단연 음악이다. 영화의 가장 유명한 사운드트랙인 ‘오 해피 데이’는 저작권 문제로 들을 수 없지만, 배경을 1970년대 필라델피아로 설정하면서 디스코·펑크·블루스 등의 다양한 음악을 채워 아쉬움을 달랜다. 들로리스의 노래로 나오는 ‘테이크 미 투 헤븐’, 성가대와 들로리스의 첫 연습 장면이 따뜻하게 그려지는 ‘레이즈 유어 보이스’, 들로리스로 인해 달라진 수녀님들의 합창 무대인 ‘선데이 모닝 피버’ 등이 특히 인상적이다.
미 브로드웨이팀 배우들이 출연한 ‘시스터 액트’에서 유일한 한국인 배우 김소향. 이엠케이(EMK)뮤지컬컴퍼니 제공
한국식 유머를 가미한 자막도 웃음을 안긴다. ‘겨땀 에디’ ‘아주 칭찬해’ ‘이거 실화냐’ 등 유행어를 살린 번역과 ‘푸처핸접, 소리 질러’ 등의 자막 역시 관객들이 공연을 마음껏 즐길 수 있도록 독려한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킹키부츠> 등에 참여한 인기 번역가 김수빈씨와 예능프로그램 <비타민> 등에 참여한 작가 이선령씨가 오리지널 내한 공연의 최대 단점으로 꼽히는 한글 자막을 재치 넘치게 살려냈다.
아시아 배우론 유일하게 견습 수녀 메리 로버트 역을 따낸 한국 배우 김소향도 눈에 띈다. 2001년 <가스펠>로 데뷔한 뒤 2011년 한국 배우 최초로 브로드웨이 무대에 도전해 화제를 모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제 옷을 입은 듯 역할을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신나는 비트에 맞춰 고개를 까딱이며 한바탕 신나게 웃을 수 있는 <시스터 액트>는 공연이 끝나도 기분 좋은 선물을 안긴다. 커튼콜 때 객석으로 뛰어든 수녀님들과의 찬양에 이어 앙코르를 외치면 들로리스 역의 배우 더네이 힐이 주옥같은 노래 한 곡을 더 불러준다. 음악감독 크리스토퍼 배비지가 “어떤 기분으로 극장에 들어왔든 음악을 통해 기분이 좋아질 것”이라고 장담한 그대로다. 내년 1월2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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