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안경을 쓰고 입체감을 느끼게 하는 것보다 평면에 그렸지만 깊이감을 느끼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모든 것이 디지털화되어가는 세상에서 수작업을 원칙으로 삼는 이유다.” <마루 밑 아리에티> 한국 개봉을 앞두고 2010년 일본에서 만난 스튜디오 지브리의 스즈키 도시오 총괄 프로듀서의 말은, 지브리가 세계적인 애니메이션 명가로 성공한 비결을 보여준다. 첨단 기술을 활용한 입체 애니메이션의 공세에도 1985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2015년 <추억의 마니>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손으로 정성을 쏟아 그린 2D 애니메이션으로 따뜻함을 전파해왔다.
그 정성의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자리가 펼쳐진다. 스튜디오 지브리 30년의 작업 과정을 담은 전시회 ‘스튜디오 지브리 대박람회―나우시카에서 마니까지’가 12월5일부터 2018년 3월2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2015년 30돌을 맞아 일본에서 열었던 전시회를 한국에서 선보이는 자리다. 그간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을 꾸준히 소개해온 애니메이션 제작배급사 대원미디어와의 돈독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국에서만 성사됐다고 한다.
2013년 ‘레이아웃’전, 2015년 ‘건축물’전 등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 속 특정 부분을 소개하는 전시회는 있었지만, 전체 작품을 아우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튜디오 지브리 애니메이션과 관련한 각종 시각물과 드로잉, 미술, 애니메이션 레이아웃, 캐릭터 상품 및 기획서, 홍보 포스터 등 32년간의 자료가 전시장을 가득 메운다. 하늘을 나는 기계들을 입체조형으로 제작한 특별 전시도 눈길을 끈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천공의 성 라퓨타>(1986), <이웃집 토토로>(1988) 등 지브리 작품이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를 한눈에 알 수 있다. 제작 자료, 기획서 등 미공개 자료들도 공개될 예정이다. 예를 들어 <마녀배달부 키키>를 사춘기 소녀의 자립 이야기로 포착했다가 초보 마녀의 귀여운 모험으로 바꾼 과정 등 홍보에 고심한 부분이 재미있다.
2015년 일본에서 열렸을 당시, 한국 팬들도 일본 전시회를 보러 가는 등 화제를 모았다. 2013년과 2015년에 한국에서 열린 전시회도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수작업 과정의 호기심과 나뭇잎의 결 하나도 허투루 그리지 않는 사실성을 강조하는 애니메이션 속 섬세함 등이 볼거리로 작용해 전시의 성공을 이끈다. 전시회를 담당하는 김은정 팀장은 “지브리의 작품은 작업 과정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여서 전시회의 소재로도 손색없다”고 말했다. 성인 1만5000원. 1566-6668.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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