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가 2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첫 내한공연을 했다. 사진 코리아아트컴퍼니 제공
“브라보!”
앙코르가 끝나고도 청중의 환호는 멈추지 않았다. 디바는 벅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무대 뒤로 사라졌다가도 박수 소리에 이끌려 여러 번 다시 나와 감사인사를 전해야 했다. ‘21세기 오페라 여왕’이라 불리는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46). 이날 공연은 한국 팬들이 그를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21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디아나 담라우의 첫 내한공연이 열렸다. 담라우는 지난 1일 싱가포르를 시작으로 아시아 투어를 진행 중이다. 이번 투어는 그의 남편이자 세계적인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가 함께 하고 있다.
독일 출생의 담라우는 안나 네트렙코(러시아), 안젤라 게오르규(루마니아)와 함께 ‘세계 3대 소프라노’로 꼽힌다. 올해 모두 한국을 찾은 세 사람은 같은 소프라노라도 음색과 기교에서 차이를 보인다. 목소리의 중량감만 놓고 보면 담라우-네트렙코-게오르규 순으로 무거워진다. 묵직한 게오르규에 비해 담라우의 목소리는 맑다.
담라우는 2006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공연했던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의 성공 이후 ‘밤의 여왕’을 대표하는 소프라노로 등극했다. 몇년 전부터는 <라 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 역으로 유럽과 미국의 주요 무대에 서고 있다. 2007년 바이에른 국립오페라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고, 2014년 ‘인터내셔널 오페라 어워드’에서는 ‘올해 최고의 여성 성악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처음 한국을 찾은 담라우는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목소리’,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 중 ‘나는 꿈속에 살고 싶어요’, 베르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중 ‘아! 그이인가’ 등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아리아와 중창들로 무대를 꾸몄다. 최정상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화려한 기교와 고음을 가진 소프라노)답게 그는 풍부한 성량으로 고음을 구사했다. 화려한 기교가 부담스럽지 않게 무리하지 않고 편안한 발성을 보이는 그의 장점은 노래가 이어질수록 반짝였다. 그중 절정은 최근 낸 앨범 속 음악인 마이어베어 오페라 <플로에르멜의 용서> 중 ‘그림자의 노래’였다. 마치 귓가에서 새가 지저귀는 듯 자연스러운 고음을 이어가는 모습에 청중들은 기립했다.
하지만 초반에 벨리니 오페라 <카풀레티 가문과 몬테키 가문> 중 ‘오, 몇 번인가’를 부를 땐 갑자기 기침이 나온 듯 잠시 멈칫거리기도 했다. 노래가 끝나고 담라우는 목을 가리키며 개구진 표정을 지었는데, 청중들은 그마저 사랑스럽다는 듯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이번 공연을 기획한 코리아아트컴퍼니 관계자는 “리허설 때와 달리 공연장이 히터로 건조해져 마지막 <라 트라비아타> 속 노래를 부를 때도 충분히 고음을 올리지 못해 담라우가 아쉬워했다”고 말했다.
담라우는 이날 앙코르곡으로 우리나라 가곡 ‘동심초’를 선택했다. 한국어 발음이 어려워 악보를 보며 부르는 그의 모습에 청중들은 열광했다. 장일범 클래식 평론가는 “우리나라 정서를 담은 ‘동심초’를 선곡한 게 정성스럽게 느껴져 더 감동스러운 무대였다”고 말했다.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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