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은숙·조성진 이메일 인터뷰-
19~20일 베를린 필 내한 공연
진은숙 작곡 <코르스 코르돈> 초연
조성진과는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 공연
19~20일 베를린 필 내한 공연
진은숙 작곡 <코르스 코르돈> 초연
조성진과는 라벨의 피아노협주곡 G장조 공연
클래식 애호가들이라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내한 공연이 예정된 19~20일을 학수고대하고 있을 터이다. 19일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베를린 필과 함께 라벨의 피아노 협주곡 G장조를 협연하고, 20일엔 작곡가 진은숙이 지은 ‘코르스 코르돈’(현의 춤)이 국내 초연된다. 두 사람을 이메일로 만났다.
■ 진은숙에게 묻다
-신작 코르스 코르돈은 어떤 곡인가?
“이 곡은 우주의 역사, 생성과 소멸이라는 프로세스를 11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음악으로 표현한 것이다. 사운드 체계에서도 아주 부분부분 단순하면서도 원초적인 하모니를 사용하기도 했다. 우주의 탄생 이후 엄청난 혼돈의 시기가 있지 않는가, 별이 폭발한다든가 인간으로 상상하기 어려운 혼돈 같은 것이 듣기에 쉽지만은 않은 음악으로 표현되어 있다. 모든 인간의 인생과도 같이 우주의 생물학적인 프로세스는 시작과 소멸이 있고 또 새로운 생명이 나타나는 공통점이 있다. 곡 자체가 짧고 곡을 이끌어가는 솔리스트도 없기에 일반 청중이 듣기에 쉽지는 않다. 한번 들어서 쉽게 이해가 되는 곡은 아닌 추상적인 곡이라는 것을 감안해서 들어주셨으면 한다.
-베를린 필에서 곡을 위촉받아서 작곡했는데 베를린 필과 어떤 인연이 있는지
“그동안 계속 베를린 필, 지휘자 사이먼 래틀과 꾸준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 래틀과 베를린 필의 마지막 시즌을 위해 곡을 써주겠냐는 요청을 받았을 때 래틀과 같이 일을 해온 입장에서, 그가 떠나는 것을 기념하는 곡의 위촉을 받은 것이 무척 의미깊게 다가왔다(영국 출신으로 지난 2002년부터 베를린 필을 이끌어온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내년부터 영국으로 돌아가 런던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음악감독으로 일한다)
-아무래도 한국에서 ‘코르스 코르돈’이 연주되는 소감은 남다를 것 같다.
“그 어떤 작곡가가 베를린 필이 고국에 와서 자신의 곡을 연주하는 것을 마다하겠는가. 정말 최고의 영광이다. 특히 한국에서 제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렇게 좋은 오케스트라가 와서 나의 곡을 연주해 주는 것은 표현할 수 없이 기쁜 일이다.”
-작곡가의 입장에서 베를린 필은 어떤 오케스트라인가. 청중이 느끼는 것과 작곡가의 귀가 포착하는 베를린필의 개성이나 강점, 소리는 또 다를 것 같다.
“새로운 곡을 연주한다는 것은 때로는 엄청난 에너지를 필요로하는 것이다. 베를린 필은 대단한 솔리스트 개인 개인이 모인 오케스트라이기에 새로운 도전을 앞에 뒀을 때 그 숨어 있는 에너지가 드러난다. 그 매력은 정말로 강렬하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리나.
“곡마다 걸리는 시간이 다 다르지만 한 곡을 일단 시작하면 빨리 쓰는 편이다. 하지만 그 첫 음을 쓸 때까지는 최소 3~5년의 시간이 소요된다. 머릿속에서 비전과 아이디어를 수립하고 그를 소화해서 익을 때까지 몇년이 걸린다. 하지만 막상 쓰기 시작하고 나서는 그리 오래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몰입해서 쓸 때는 두 달 남짓 시간이 걸린다.
■ 조성진에게 묻다
-지난 4일 베를린 필 데뷔 무대는 세간에 화제였다. 베를린 필과의 협연은 카네기홀 무대와 함께 꿈으로 꼽아온 것으로 아는데, 기분이 어땠나?
“어렸을 때부터 베를린 필과의 협연이 꿈이었기에 무척 뜻깊은 무대였다. 쇼팽 콩쿠르에 나갔을 때처럼 열심히 준비해서 무사히 잘 마쳤다. 끝나자마자 안도감을 느꼈다.
-리허설, 연주 전후로 사이먼 래틀과는 어떤 대화를 나눴나. 래틀과 음악적으로 어떤 얘기들을 하고 호흡을 맞춰갔는지 궁금하다.
“나는 뮤지션들의 생각이나 조언을 듣는 걸 좋아한다. 래틀과도 리허설을 마친 뒤 조언을 구하니 친절히 아이디어를 내줘서 음악적인 아이디어를 주고받을 수 있었다”
-베를린 필만의 특징이나 장점을 느끼게 있다면?
“베를린 필의 연주는 파리에 있을 때부터 많이 찾아가서 듣곤 했다. 항상 베를린 필의 연주를 들으면서 느끼는 건 악장 개개인의 능력이 뛰어나고 음악적 개성이 있다는 점이다.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못 이룰 수도 있는데 베를린 필은 이런 상황에서도 조화를 이루는 몇 안 되는 오케스트라다”
-베를린 필의 재초청을 받는 게 새로운 꿈이 됐다고 들었다. 쇼팽 콩쿠르 우승 이후 많은 변화가 이뤄지면서 새로 생긴 꿈들이 더 많아졌을 것 같다.
“나의 꿈은 세 분류로 나뉜다. 피아니스트로서의 커리어, 음악가로서의 꿈, 그리고 인간 조성진으로서의 꿈이라고 할 수 있다. 늘 꿈꿨던 카네기홀의 리사이틀과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협연 무대가 올해 이뤄졌다. 앞으로는 재초청을 받는 것이 피아니스트 커리어로서의 꿈이다. 물론 훌륭한 지휘자나 다른 악기 연주자들과 좋은 무대를 만드는 것 또한 목표다. 음악가로서의 꿈은 항상 발전하는 연주를 하는 것이다. 테크닉적으로는 젊은 지금이 절정일 수도 있겠지만 음악가로서 항상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 인간으로서의 꿈은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단순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단순하고도 어려운 게 행복하게 사는 것인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선 건강이 중요한 것 같아서 건강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이 행복한 삶을 이루는 데 중요한 것 같다. 물론 제가 아낌없이 주는 나무처럼 계속해서 남을 도울 수는 없겠지만,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은 도우면서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새 앨범은 드뷔시다. 인상주의 작품들이 도드라지는 드뷔시는 조성진의 연주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데, 드뷔시는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2005년 5학년 때 금호아트홀에서 모차르트와 드뷔시, 쇼팽을 연주하며 데뷔했다. 그 세 작곡가는 지금도 내가 소중하게 느끼는 작곡가들이다. 특히 파리에 와서 미셸 베로프 교수를 사사하면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파리에 살면서 박물관에서의 경험과 이곳의 색채들이 나의 상상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다. 지난해 발매한 쇼팽 앨범을 준비하기 전부터, 2016년 6월 이전부터 이미 드뷔시 음반 녹음 계획을 했을 정도로 오랜 기간 준비했던 프로젝트이기에, 이번 앨범이 나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 앞으로 연주회에서 드뷔시의 곡을 포함하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
-연주자로서 자신을 지탱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일단 기본적으로 성격이 긍정적인 면이 있다. 뭐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노력하고, 스트레스를 잘 안 받고 그런 부분이 좀 도움이 되는 것 같다.” 김미영 기자 instyle@hani.co.kr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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