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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진흙인형 골렘, ‘연극의 미래’를 쏘다

등록 2017-11-14 18:49수정 2017-11-14 20:38

-영국 극단 1927 ‘골렘’ 국내 초연-
애니메이션 배경으로 배우 연기
장르 벗어난 다양한 기술 접목

디지털 기술에 지배당한 사회
환상의 분위기와 유머로 녹여
엘지아트센터 제공
엘지아트센터 제공
영국 일간지 <이브닝 스탠더드>는 이 작품을 두고 “연극의 미래”라고 했다. 이 평가가 전부는 아니겠지만, 단조로운 무대를 고민하는 한국의 연극 창작자들이 눈여겨봐야 할 작품임은 틀림없다. 고정된 무대를 배우의 연기만으로 채워야 하는 연극이 풍성해지려면 어떤 시도를 해야 하는지 등 나아갈 방향을 곱씹게 한다.

런던에서 <골렘>이 날아왔다. 엘지(LG)아트센터가 16~19일 선보이는 영국 극단 1927의 <골렘>은 클레이애니메이션과 음악을 결합해 연극의 고정관념을 깼다. 뮤지컬에서 영상을 결합한 시도는 있었지만, 연극에서는 드물다. 한 남성이 말하는 점토인형 골렘을 갖게 된 뒤 일상이 바뀌는 이야기인데, 실제 점토로 인형을 만든 뒤 움직이는 모습을 하나하나 촬영해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이 배경에 맞춰 배우가 연기를 하며 애니메이션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점토를 영상으로 만드는 데만 2~3년, 영상과 배우의 ‘합’을 맞추는 데 또 9~10개월이 걸렸다. 애니메이터이자 극단 1927의 예술감독인 폴 배릿은 14일 서울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연극에 다양한 기술을 접목하는 시도에 대해 “영화, 오페라 등 장르적인 특성을 떠나 우리가 갖고 있는 모든 기술을 어떻게 연극에서 활용하느냐가 (연극의 미래를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아트센터 제공
엘지아트센터 제공
‘골렘’은 유대교 경전 <탈무드>에서 율법학자들이 만든 진흙인간으로 주인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존재다. 연극은 이런 신화를 바탕으로 냉소적인 유머와 형식 파괴 속에 확실한 메시지도 심었다. 골렘이 점차 인간을 지배하는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디지털 기술에 지배당하는 사회를 풍자한다. 주인공 로버트는 온종일 회사에서 컴퓨터 백업을 한다. 단조로운 삶에 들어온 골렘이 일을 대신 해주고, 입을 것 등 모든 정보를 알려준다. 로버트보다 컸던 골렘은 여러 차례 업그레이드 뒤 작은 모양이 되고 결국 우리 몸의 일부가 된다. 배릿은 “골렘은 아이폰 등의 기술을 가리키는 메타포(상징)로 쓰였다.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이 생산하고 소비하는 방식과, 자본주의 병폐를 지적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극이 진행될수록 관객이 배우와 배경의 경계를 잊게 되는 과정 역시 인간과 기계가 서서히 한 몸이 되는 사회를 상징한다. 심각한 메시지가 보고 듣는 재미 속에 녹아들어 연극의 무거운 메시지를 쉽고 편하게 전달한다. 배릿은 “암울한 현실을 환상적인 분위기와 유머를 담아 표현했다”고 말했다.

2006년 결성한 극단 1927은 애니메이터와 배우,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가 모여 개성 강한 작품을 만들어왔다. 2007년 <비트윈>을 시작으로 4편을 무대에 올렸다. 주로 권력, 빈부격차 등 불평등 문제를 날카롭게 포착하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골렘>은 이 극단의 세번째 작품으로 2014년 오스트리아에서 초연했다. 한국 첫 공연이다. 4만~8만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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