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이현숙 작가의 2017년 신작 ‘광화문 풍경’.
국내 1세대 설치미술가로 꼽히는 홍이현숙 작가가 올해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네마프)의 특별전을 장식한다.
공공미술, 여성미술, 미디어 영상 퍼포먼스 등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온 홍이 작가는 17~25일 열리는 네마프에서 ‘홍이현숙 작가전 X: 수행의 간격’을 선보인다. 여성의 폐경, 세월호, 위안부, 재개발 등 현재 사회이슈를 미디어아트 영상으로 담아낸 작품 7점을 서울 서교동 아트스페이스 오 갤러리에 전시한다.
홍익대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뒤 대학원 시절 무대미술을 하다 설치미술가로 변신한 그는 1988년 첫 개인전 이래 30년간 끊임없이 외부와 내부의 소통 방법을 수행하듯 추구해왔다. 특히 <팥쥐들의 행진>, <언니가 돌아왔다>, <가상의 딸> 등을 통해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한 질문과 답을 표현해왔다.
이번 특별전에서도 그는 ‘수행의 간격’이란 제목으로 2005년부터 2017년까지 자신의 대표작들을 연결시켰다. 2005년 작 <날개>는 동네 아줌마 차림의 중년 여성의 겨드랑이 털처럼 구질구질한 나날이 갑자기 아름다운 날개로 바뀌는 작은 기적 같은 순간을 보여준다. 2006년 작 <구르기>에서도 비닐 장판에서 둥근 공처럼 왔다 갔다 하며 바닥을 닦는 여성의 몸을 통해 날아다니고 싶은 자유의지를 표현한다. 멋진 아파트숲 앞에 펼쳐진 쓰레기 잔해의 공간 속으로 들어가는 여자를 보여주는 <북가좌 엘레지>(2009), 몽골 남고비 초원에서 사라져가는 여자의 뒷모습 <사라지다>(2011), 양산을 들고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줌마가 담장 위를 뛰어다니는 <폐경 폐경>(1.2·2012), 위안부 피해자 문옥주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모아 무덤을 덮어주는 <조촐한 추모>(2016), 이질적인 차림으로 비범치 않은 행동을 하는 여성을 등장시킨 <광화문 풍경>(2017)으로 이어진다.
홍이 작가는 올해 네마프 공식포스터 작업에도 참여했다. <폐경의례>에서 꽃무늬 원피스의 여성 ‘날기’ 장면을 반영했다. “지붕 위 하늘을 거침없이 나는 용기와 표류에 내재된 방황을 다양한 가능성으로 읽어낼 수 있도록 포스터에 흐르는 듯한 텍스트와 함께 담아냈다”고 의도를 설명했다.
국내 유일의 영화와 전시를 아우르는 뉴미디어아트 대안영상축제인 ‘제17회 서울국제뉴미디어페스티벌’(
nemaf.net)에서는 20개 나라 128편의 다양한 작품이 관객들과 만난다.
김경애 기자
ccandori@hani.co.kr, 사진 네마프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