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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확장하는 ‘앨범’… 지드래곤이 던진 화두

등록 2017-06-19 17:42수정 2017-06-19 21:18

USB 구입해 음원 내려받는 방식
가온차트 “앨범순위 집계서 제외”에
YG “음반 유형 기준 시대와 안 맞아”
지드래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드래곤.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드래곤이 8일 이동식 저장장치인 유에스비(USB)로 발매한 정규앨범 <권지용>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논란의 핵심은 유에스비를 ‘음반’으로 볼 수 있느냐다. <권지용> 앨범은 유에스비에 노래가 담겨 있는 게 아니라, 이를 구입해 컴퓨터에 꽂아야 와이지엔터테인먼트가 만든 사이트에 접속해 음원과 뮤직비디오, 사진 등을 내려받을 수 있다. 이 때문에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한국음악콘텐츠산업협회에서 집계하는 가온차트는 19일 오전 입장문을 내어 “지금 형태로는 (<권지용>을 곡 다운로드 순위에만 포함하고) ‘앨범 차트’(음반 판매량) 집계에서 제외하겠다”고 밝혔다.

유에스비 앨범이 아주 새로운 형태는 아니다. 2012년 가수 김장훈이 음원을 두 가지 형태로 담아 발매한 적이 있다. 뮤직비디오 등을 추가로 내려받을 수 있는 스마트폰 기반의 ‘키노 앨범’은 2014년 걸스데이 이후로 비투비, 마마무, 빅스 등이 내놓고 있다. 하지만 <권지용>은 유에스비에 아무것도 저장돼 있지 않은, 음원을 내려받으려면 사야 하는 장치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르다.

가온차트는 “저작권법상 ‘음반’의 의미와 가온차트의 ‘앨범’ 의미는 동일하지 않다. 가온차트는 <권지용> 유에스비를 저작권법상 전송(다운로드 서비스)이라고 판단했다”며 “개정 저작권법처럼 디지털 음원까지 모두 음반으로 정의하면, 현재 가온차트의 디지털 차트와 다운로드 차트, 앨범 차트의 경계가 허물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에스비에 음을 고정해서 출시할 경우 바로 앨범 판매량에 집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개정된 저작권법은 디지털 음원 자체를 음반으로 분류하지만, 가온차트에서 순위를 매길 땐 편의상 이런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권지용> 유에스비 앨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권지용> 유에스비 앨범.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에 와이지엔터테인먼트 쪽은 “유에스비에 음원을 담을 계획은 없다”며 “(가온차트가) 음반 유형을 한정지으려는 기준이 시대와 맞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했다. 와이지 쪽에서는 이미 “유에스비가 시디의 700메가 용량 한계를 넘어 뮤직비디오와 향후 서비스될 예정인 콘텐츠를 담는 용도”라고 밝힌 바 있다. 앨범 발매 직후 ‘음반이냐 아니냐’ 논란이 일자, 지드래곤은 인스타그램에 “무엇이 문제인가요?(What the problem?) 누군지도 모르는 어떠한 사람의 결정에 따라 한 아티스트의 작업물이 그저 ‘음반이다/아니다’로 달랑 나뉘어지면 끝인가?”라고 글을 올려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이후 이 글은 “난 문제가 아냐 문제의 답이에요”로 수정되었다.

대중음악계 안팎에선 이번 논란이 2015년 일본에서 있었던 ‘뮤직카드’ 논란과 유사하다는 말이 나온다. 당시 일본엔 뮤직카드를 구입해 여기 적힌 시리얼 넘버로 음원을 내려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도입됐는데, 이것이 음반판매량을 부풀리고 음원을 덤핑 판매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 때문에 결국 일본 오리콘차트는 음반 순위에서 뮤직카드를 제외했다. 즉, 가온차트의 이번 조처는 유에스비를 음반으로 인정할 경우 앞으로 순위를 올리려고 일본에서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결과가 아니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레 제기된다.

그럼에도 전문가들 사이에선 일단, 와이지의 주장처럼 변화한 시대에 걸맞게 음반의 정의를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다. 김진우 음악 전문 데이터 저널리스트는 가온차트에 기고한 칼럼에서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현행 저작권법에 대한 해석을 광의로 한다면 유형물에 음이 고정되어 판매되는 경우와, 유형물을 선판매하고 제작사나 유통사가 지정한 곳을 통해 음을 후에 고정시키는 방식 모두 음반의 범주로 볼 수도 있지 않겠나”라고 주장했다. 음원 순위를 매기는 방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문제제기도 나온다. 강일권 음악평론가는 “이미 앨범을 구매하고 소유하는 행위가 다운로드 중심으로 이루어진 지 오래고, 탄탄한 팬덤을 구축한 소수의 아이돌 앨범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음반 판매량이 미미한 상황이다. 이젠 우리도 미국 빌보드 차트 등 외국처럼 앨범 순위를 산정할 때 앨범 판매량과 다운로드 횟수를 모두 포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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