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프로듀스101 ‘공정성’만이 문제인가요

등록 2017-05-28 16:58수정 2017-05-28 20:30

구둘래 기자의 음악판
프로듀스101 6주차 순위 화면
프로듀스101 6주차 순위 화면
엠넷의 <프로듀스101> 시즌2는 남자 아이돌팀을 구성하기 위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4월7일 시작하여 이제 2회분을 남겨두고 있다. 프로그램 홈과 소셜코머스 업체에서 투표를 집계해 매주 순위를 발표한다. 순위는 ‘실력’인 것처럼 포장된 ‘인기투표 결과’지만, 어느 것이든 객관적 지표일 리 없다. ‘악마의 편집’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 ‘선의의 편집’도 문제를 없애지는 못한다.

4주차 순위 발표식에서 소규모 기획사 엠엠오(MMO)의 윤지성이 3위에 오르며 파란을 일으켰다. 엠엠오 소속 연습생들은 1회 무대가 통편집되는 등 실력을 보여줄 수 있는 방송분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연습생들끼리 떠들며 노는 모습이 많이 방영돼 “엠엠오는 ‘말많오’ 줄임말”이라는 시청자들의 애정 어린 별명을 선사받았다. 그중에서도 윤지성은 ‘윤줌마’라 불리는 수다쟁이로 특히 눈길을 사로잡았다.

4차 순위 발표에서 36위 홍은기는 “아직 화면에 많이 비쳐지지 못한 친구들이 많다”고 했다. 10명씩 순위를 발표하면 호명된 소년들이 각자 한 명씩 소감을 말한다. 하지만 31~40위 소년들 중 방송을 탄 발언은 홍은기를 포함하여 2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편집 불만’으로도 해석될 말을 방송에 내보낸 것이 제작진의 아량이랄 수 있을까.

등급이 크게 새겨진 옷을 입고, 순위가 공개되고, 그 순위별로 피라미드에 앉는 소년들이 방송에 등장하는데 우리는 참 무감각하다. 가끔씩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공정성 말고 다른 건 괜찮다는 것일까. 이명박 정부가 표방한 ‘공정사회’는 지금의 룰대로 열심히 하라는 당부였다. 상위권 이대휘가 ‘어벤저스’팀을 구성한 뒤 대전 상대로 마지막으로 구성된 팀을 지목하며 “마지막에 뽑힌 이유가 있잖아요”라는 발언은, ‘인성 논란’은 될지언정 그런 말이 나오게 된 시스템 자체를 가리키지는 못한다. 1980년대의 일이다. 한 지역의 중학생은 수학시간이면 목에 목걸이를 걸고 수업을 받았다. 목걸이에는 수학점수가 적혀 있었다. 내가 들은 것 중 가장 끔찍한 학창 시절이다. ‘공정’하게 딴 점수를 목에 걸었는데 끔찍한 건 왜일까. 소년들이 귀엽다가도 순위가 매겨진 옷을 보는 순간은 끔찍하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1.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2.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3.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4.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김수미가 그렸던 마지막…“헌화 뒤 웃을 수 있는 영정사진” 5.

김수미가 그렸던 마지막…“헌화 뒤 웃을 수 있는 영정사진”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