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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귓속을 간지럽히는 노래에 ‘움찔’

등록 2017-04-09 15:04수정 2017-04-14 15:50

신해경, 첫번째 미니앨범 <나의 가역반응>
귀에 입김 부는듯한 노래 ‘모두 주세요’로 주목
<나의 가역반응> 앨범을 낸 신해경. 조소영 <한겨레 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나의 가역반응> 앨범을 낸 신해경. 조소영 <한겨레 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너의 눈과 입과 몸과 모두 내게 줘/ 그대의 슬픔까지 다 내게 줘요.” 목소리가 귀에 입김을 불어넣는 듯하다. 두 번째 들을 때는 “눈과 입과 몸과” 부분에서 움찔거린다. 신해경의 ‘모두 주세요’에서 느껴지는 퇴폐미는 1920년대 시인·소설가 이상의 단편 <날개>와 비슷하다. 노래는 ‘몸에 새겨지는 반응’과 함께 빠르게 입소문을 탔다. 2월22일 ‘모두 주세요’를 포함한 앨범 <나의 가역반응>은 시디(CD) 초판이 2주 만에 매진돼 재발매에 들어갔다. 4일 오후 서울 마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뇌쇄적’ 혹은 ‘퇴폐적’인 음악과 달리 모범생 같은 모습이었다.

앨범 제목은 이상의 시 ‘이상한 가역반응’에서 따왔다. 신해경이라는 이름도 이상의 본명인 ‘김해경’에서 왔다. 2014년 <음악단편집>에 곡을 수록할 때 1인 밴드의 이름은 ‘더 미러’로 지었다. 이상의 대표작 ‘거울’을 본뜬 것이다. “갑작스럽게 곡 수록 제안을 받고 고민하다가 그렇게 지었다. 이상을 좋아해서다.” 그의 작품을 여러 번 읽었다. 그때마다 느낌이 달랐다. “예전에는 읽으면서 무기력하다는 느낌을 먼저 받았는데 다시 읽으니 두려움이 내재돼 있는 것 같았다.” 하나 더 이상과의 인연. 데뷔곡이 실린 <음악 단편집>의 기획자는 올해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음반’ 후보이자 최우수 모던록 음반 수상자인 ‘이상의 날개’ 리더 문정민이다.

신해경 첫 번째 미니앨범 <나의 가역반응>.
신해경 첫 번째 미니앨범 <나의 가역반응>.
연인 사이의 속삭임 같은 ‘모두 주세요’는 ‘애정의 갈구’다. 노래를 만들 당시 상황을 투영한, ‘관심을 가져주세요’라는 두려움 섞인 투정이다. 이번 앨범을 만들면서는 ‘모두 주세요’의 전후사(史)를 만든다는 생각으로 곡을 만들어 앞뒤로 배치했다. 이전에 작업했던 기타 중심의 곡들은 앨범의 감정 흐름에 맞지 않아 버렸다. 그리하여 6곡이 담긴 앨범 전체에서 잔인한 ‘감정의 몰락’ 과정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앨범 맨 처음 ‘권태’가 오고 그다음 ‘몰락’이 온다. 이후 ‘모두 주세요’에서 (연인을) 마지막으로 잡는 애처로움이 있다. ‘잊었던 계절’에서 분위기 전환을 하고 ‘다나에’와 ‘화학평형’에서 감정이 사라져간다.”

이상의 시처럼 그의 노래에도 몇 가지 어려운 ‘이과 용어’가 있다. 왜 ‘잊혀짐’은 화학평형일까. “정반응과 역반응의 속도가 같을 때 화학평형이다. 마음이 정리가 되는 역반응이 일어나면 화학평형이다. 사랑이 식는 것에 은유로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다나에’는 예언 때문에 방 안에 갇혀 사는 그리스 신화 속 여신의 이름이다.

고등학교 때 록밴드를 하다 미디 음악의 쾌감에 빠져 골방에서 노래를 만들어왔다. 최근의 모든 과정이 그는 얼떨떨하다. ‘모두 주세요’를 완성한 뒤 ‘안 되겠지’ 생각하면서도 기획사에 보냈다. 그런데 만나서 “앨범을 내자”고 해서 깜짝 놀랐다. 지난달 22일, 하루 전날 공지된 깜짝 공연인데도 밖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성황을 이룬 것은 “감사할 뿐이다.” 무엇보다 이번 앨범의 반응이 기쁜 것은 이 때문이다. “음악을 더 할 수 있겠구나”라는, 두려움을 떨친 안도감.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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