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음악·공연·전시

‘벚꽃 좀비’ 장범준 ‘다시, 벚꽃’

등록 2017-03-31 18:28수정 2017-03-31 19:19

자기 이야기 다룬 다큐 영화 <다시, 벚꽃> 개봉 앞두고 기자간담회
“벚꽃 좀비, 욕같지 않고 칭찬으로 들려…카메라 있어 더 열심히 해”
<다시, 벚꽃>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범준. 구둘래 기자
<다시, 벚꽃>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범준. 구둘래 기자
봄이다. 봄의 신호는 다른 쪽에서도 감지된다.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이 차트 상위권으로 올라오고 있다. 3월30일 일간차트에서 멜론 25위, 지니뮤직 46위, 네이버뮤직 6위를 차지했다. ‘꽃송이가’ 역시 동반 상승 중이다. 날씨가 따뜻해지면 북상하는 개화선처럼 순위도 상승할 것이다. <다시, 벚꽃>이라는 영화도 찾아온다. 버스커버스커의 리더 장범준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영화는 계절을 견디어 한 계절을 풍미하는 꽃이 태어난다는 진리를 새삼 일깨운다. “벚꽃 연금으로 음악 활동을 할 필요가 없다”, “음악실력이 안 돼서 버스커버스커 해체됐다” 등의 ‘가짜뉴스’ 속에 있었던 인물이어서 그렇기도 하다.

2015년 봄,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건물 ‘반지하 1호’ 카페에서 장범준은 반바지를 입고 동네의 젊은 청년들과 어린 학생들이 모인 앞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빗속으로’ 노래를 부르고 제목 맞히기를 하는데 ‘빛 속으로’라고도 ‘빚 속으로’라고도 한다. 틈틈히 곡 작업을 하던 2집 앨범 작업을 위해 이 카페도 문을 닫는다. 드럼의 이규형, 베이스의 황인찬이 앨범 작업에 합류한다. 앨범과 함께 묶인 만화를 그린 박수봉과 장범준은 자신이 나온 대학을 찾아 천안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돗자리를 펴고 술을 마시다가 벚꽃이 잔에 떨어지면 시를 읊어야 했지.” 천안의 대학 하숙촌은 장범준의 여자친구와 전 여자친구와 첫번째 여자친구의 집이 오손도손 있다. “20대들의 새로운 나라였다. 창작이 안 될래야 안 될 수 없었다.” <장범준 2집>을 만들면서 장범준의 바람은 “20대를 기록하고 싶다”이다.

<다시, 벚꽃>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다시, 벚꽃>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버스커버스커는 2011년 엠넷 <슈퍼스타 케이> 준우승으로 데뷔해 엄청난 메가 히트를 기록한 곡들을 발표하고 순조롭게 2집 활동까지 발표했다. 하지만 곧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다큐멘터리에서 장범준은 소문의 진실도 밝힌다. “실력이 안 되는데 이미 유명한 밴드가 되어 있었다. 유명 밴드로서의 멋이 없었다.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다시 모이자고 했다.” 모두 장범준이 20대 때 겪은 일이다. 20대에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았다. 다큐멘터리에는 앨범 준비와 함께 그런 장범준의 일상을 담고 있다.

31일 서울 명동 롯데시네마 에비뉴엘에서 열린 다큐멘터리 시사 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장범준은 ‘미디어와 인터뷰하지 않는 과거’ 탓에 질문 공세에 시달렸다. “음악이 아닌 것은 신경 쓰지 않다 보니 이렇게 되었다.” 봄마다 음원 차트에 오르는 ‘벚꽃 엔딩’에 대해서는 “감사하다. ‘벚꽃 좀비’라고 해도 욕같지도 않고 칭찬으로 들린다. 감사한 마음뿐이다”라고 말했다. 영화에서 장범준은 좀더 길게 말한다.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마음으로 불렀는데, 프로의 마음을 갖춰야 되게 되었다. 출근하고 지루한 일, 하기 싫은 일을 하면 한 달에 이백을 버는 게 보통인데, 나는 잘 먹고 잘 살면서 음악을 하니 그만큼 잘하지 않으면 안 된다.”

‘벚꽃 엔딩’의 영향이자 자신감일 것이다. 장범준은 엔터테이먼트 산업의 자장을 벗어나 음악활동을 한다. 심심할 때 한강변으로 나가 버스킹을 한다. 인디뮤지션들을 세션으로 고용한다. 이들과 함께 여수에 내려가 길거리 공연을 한다. 장범준의 매니저는 어머니다.

문화방송 피디로 다큐멘터리를 만든 유해진 감독이 “장범준은 자신을 포장하는 법이 없다. 이야기를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가면 반발하더라”라고 한 말처럼 장범준은 자신의 음악적인 지향에 대해서도 솔직하다. “나도 다른 가수를 보면서 가수의 음악을 키웠는데 나를 보면서 그런 사람이 있을 것 같아 게으를 수가 없다. 고민은 많지만 답변은 정리할 만큼 되지 않는다.” 창작의 고통에 대해서 “지루할 때도 있고, 답답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고통스럽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이 사람이 내 노래를 들었을 때 감정적으로 흔들릴 것인가, 어떻게 반응할까 고민한다. 창작이라면 ‘그대여’가 너무 많지 않을까, ‘그’자로 시작되는 노래 말고 다른 노래 해볼까, ‘다’자로 가사를 끝내면 감동을 줄까 등 이런 생각을 한다.”

<다시, 벚꽃>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다시, 벚꽃>의 한 장면. 문화방송 제공
유해진 감독은 “음향 시설이 갖춰진 영화관에서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콘서트에 온 것 같을 것”이라고 영화를 추천했다. 장범준은 “감독님이 저를 성실하다고 하는데 옆에 카메라가 있어서 열심히 한 면도 있다. 2집 앨범의 제3의 멤버다”라며 “선물로서라도 이 영화가 다른 사람들에게 메시지를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다시, 벚꽃>은 벚꽃이 한창인 4월6일 개봉한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1.

감탄만 나오는 1000년 단풍길…2만그루 ‘꽃단풍’ 피우는 이곳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2.

교보문고에 ‘한강 책’ 반품하는 동네서점 “주문 안 받을 땐 언제고…”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3.

김수미 추모하며…‘일용 엄니’ 다시 방송에서 만납니다

자동차극장 알바 출신, 문 닫던 영화관 17곳 살려낸 비법 4.

자동차극장 알바 출신, 문 닫던 영화관 17곳 살려낸 비법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5.

셰프들도 김수미 추모…“음식 나누고 베푼 요리 연구가”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