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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세월이라는 단어가 자기 써달라는 느낌이었다”

등록 2017-03-23 15:47수정 2017-03-24 10:02

솔로앨범 <토성의 영향 아래> 낸 로로스 리더 도재명
‘세월호’ 떠올리게 하는 ‘미완의 곡’ 등 담아
“로로스 해체되지 않고 계속될 것”
<토성의 영향 아래> 솔로 앨범 발표한 도재명. 조소영 피디
<토성의 영향 아래> 솔로 앨범 발표한 도재명. 조소영 피디

“세월에 밀려온 몸짓엔 더 이상 슬픔이 없소/ 나직이 불러보는 애수 어린 휘파람이 나의 전부요/ (…) 그곳에서 잘 살고 있는지 궁금하오/ 몹시도 궁금하오/ (…) 그대여 안녕히”(‘미완의 곡’)

세월호가 바다 밖으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이었다. 20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도재명은 가사 속 ‘세월’에 대해 “단어가 자기 써달라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곡을 처음 썼을 때만 하더라도 선배나 친척의 사고 등 지극히 개인적인 서사였다. 2014년 세월호 사고 뒤 가사를 새로 썼다.”

<토성의 영향 아래>는 2015년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고의 영예인 ‘올해의 음반’을 받았던 <더블유에이엔디와이>(W.A.N.D.Y)의 밴드 ‘로로스’ 리더 도재명이 3월 낸 솔로 앨범이다. 2015년 로로스 활동을 중단한 뒤, 2008년부터 개인 앨범을 염두에 두고 작업해오던 음악 파일을 열었다. 10년간의 ‘세월’을 묶은 앨범은 그동안 나에서 너로 그리고 우리로 확대되어간 서사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표제작 ‘토성의 영향 아래’의 완성 과정이 그렇다. 곡은 도재명의 내레이션, 이자람의 내레이션과 노래, 프랑스어로 읊는 보들레르 시구, 잔잔한 드럼 비트와 포효하는 기타가 어우러진 대곡이다. ‘토성의 영향 아래’는 철학자 발터 베냐민의 에세이에 나오는 문장으로 ‘우울증’을 은유하는 말이다. “토성은 나를 상징하는 행성 같았다. 그런데 이러한 우울하고 고독한 기질 속에서 계속 걸어가는 것은 주위의 예술하는 친구들도 마찬가지더라. 그리고 누구에게나 안부를 물으면 답이 다르지 않다. 이런 사회의 답답한 공기 속에서 다들 묵묵히 살아간다.”

곡마다 다른 사연이 비슷한 과정으로 확대된다. ‘파드되’(발레에서 두명이 추는 춤)라는 단어는 1968년 미디어아티스트 노먼 매클래런이 만든 전설적인 영상에서 알게 되었다. 영상은 한명이 추는 춤을 지연과 복사를 통해 두명이 추는 영상으로 만들고 있다. 이 ‘파드되’는 하나이되 두 개인 역사에 대한 곡이 되었다. “발레곡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생각의 대격변을 겪은 것은 광주항쟁이 역사적으로 왜곡되는 과정을 보면서다. 시대와 시대, 인간과 인간의 다이내믹한 움직임이 무대에서 카오스로 움직이는 게 상상이 되더라.” 음악은 잔잔하게 시작되었다가 탱크가 진군하는 전장으로 변하는데, 이 음악에 맞춰 춤추는 발레리나도 함께 떠오른다.

<토성의 영향 아래> 앨범 표지.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토성의 영향 아래> 앨범 표지. 오름엔터테인먼트 제공
‘디아스포라’는 자신이 처음 입주한 상계동 아파트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본 뒤 떠올린 곡이다. 용산참사 등 떠나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엮었다. 대중음악 시장에서 가사 없이 여러 형식이 동원되고 오케스트라 편성과 드럼이 어우러진 곡이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떻게 봐도 대중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어려운 걸 추구하지 않는다. 그런데 ‘난해하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부지런히 공부해야겠구나 싶었다. 대가가 어려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내지 않나.”

정차식이 참여한 ‘오늘의 일기’, 남상아와 부른 ‘10월의 현상’ 등 듣기 좋은 곡들에 돛을 맡기고 앨범을 완주하면 고조되었다가 고요해지는 감정의 파고를 경험할 수 있다. 다만 오케스트라를 무대에 부를 사정이 안 돼, 앨범을 무대에서 재현하는 쇼케이스는 불가능할 것 같다. “다른 방식으로 해석해서 무대에 올리는 방식을 연구하고 있다.” 그는 ‘로로스’에 대해서 “해체가 아니다”라고 했다. “곡을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멤버 간의 화학 작용에 의해 결과물이 나오는 그런 과정을 포기할 수 없다. 멤버들이 변동이 있을지라도 로로스는 계속될 것이다.”

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영상 조소영 <한겨레티브이> 피디 azur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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