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서울시 마포구 애오개역 뮤지스땅스에서 열린 <불혹> 앨범 쇼케이스장의 최백호. 구둘래 기자
가수 최백호가 음악 생활 40년 기념 앨범 <불혹>을 8일 정오 공개했다. 어느 것에도 혹하지 않는 나이 ‘40’을 음악에 관한 이야기로 끌고 왔다. 다른 것에 혹하지 않은 40년이다. 8일 오후 4시 서울 마포구 애오개역 지하의 ‘뮤지스땅스’에서 열린 앨범 발매 쇼케이스에서 최백호는 앨범 제목이 ‘불혹’인 이유에 대해 “가진 역량과 재능 이상으로 가수로서 성공을 했다. 더 이상 가수로서 욕심을 내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앨범에는 새 곡 ‘바다 끝’과 다시 부른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더블 타이틀 곡으로 내세웠다. 조용한 피아노에 맞춰 한 글자 한 글자 내뱉는 그윽한 목소리가 어울린 ‘바다 끝’은 2월 선공개된 뒤 며칠간 음원 사이트 네이버 뮤직에서 30~40대 남성 스트리밍 1위를 기록했다. 2013년 ‘부산에 가면’으로 인연을 맺은 에코브릿지가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하면서 만든 곡이다. 에코브릿지뿐만 아니라 세대를 망라해 후배 가수들이 함께했다. ‘풍경’을 가수 주현미와, ‘지나간다’를 어반자카파의 조현아와, ‘새들처럼’은 뮤지컬 배우 박은태와 불렀다. ‘낭만에 대하여’를 다시 부르고, 가수 혜은이에게 준 ‘눈물샘’, 가수 린에게 준 ‘그리움은 사랑이 아니더이다’를 직접 불렀다.
최백호는 석양, 끝, 한숨, 뒷모습 등을 아무렇지도 않은 듯 툭툭 내뱉으면서 부른다. ‘그곳에 태양처럼 뜨겁던 내 사랑을 두고 오자’라고 말하는 ‘바다 끝’, ‘요양원으로 가시기로 했다는 소식을 듣고’로 시작하는 ‘하루 종일’ 등 내뱉는 관조는 통절함이 되어 박힌다. 최백호는 이번 앨범에 대해 “이제 연애 이야기는 불가능하다. 나이든 남자의 소회를 담았다”고 말한다.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를 다시 부를 때는 “예전에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쓴 메모를 가사로 삼았다. 그런데 이번에 부를 때는 그 대상이 나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했다. 새로 부른 앞부분은 에코브릿지의 제안으로 반주 없이 최백호 목소리만 담긴다. 에코브릿지는 “10시간 작업을 한 뒤 첫 녹음 한 목소리를 듣고는 작업을 다 버렸다”며 “요즘에는 음악이 녹음으로 많이 넘어왔는데 이번에 많은 것을 배웠다. 다른 가수는 한 곡을 서너 시간씩 부르는데 최백호 선생님은 2시간 동안 4곡을 불렀다”고 했다. 최백호는 말을 받아 농담을 섞어 말했다. “제작비가 적게 든다. 40년의 경험에서 나온 게 어떤 식으로 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다.”
절정을 천천히 맞은 최백호는 여전한 현역이다. 1977년 데뷔곡이 큰 인기를 끌었지만, 최대의 히트곡 ‘낭만에 대하여’는 데뷔 20년 뒤인 1996년 발표되었다. 2013년 발표한 ‘부산에 가면’ 역시 새로운 클래식 반열에 올랐다. 나이가 들수록 일복도 터졌다. 2008년부터 <에스비에스> 러브에프엠에서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진행하고 있다. 대한가수협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사단법인 음악발전소’를 설립하고 활동이 거의 없는 가수들을 지원한다. 그가 운영하는 ‘뮤지스땅스’는 ‘무소속 프로젝트’, ‘주경야락’ 경연을 진행하면서 인디밴드들에게 싸게 녹음실·연습실을 대여해주는 공간이다. “20장 앨범을 냈지만 5장 정도만 알려졌다. 기념 콘서트도 하지만 아마 이걸 기점으로 (인기가) 떨어질 거다. 그런 게 하나도 안 두렵다. 젊은 후배들에게 꾸준히 음악만 바라보고 가라, 노래하는 사람이라는 의식이 중요하다는 말을 들려주고 싶다.” 11일과 12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엘지아트센터에서, 5월6일 부산 벡스코 오디토리움에서 ‘불혹’ 콘서트가 열린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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