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델이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열린 제59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수상하고 있다. 에이피 연합뉴스
아델과 비욘세, 대결의 승자는 아델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스테이플스 센터에서 12일 저녁(현지시각) 열린 59회 그래미어워드에서 아델은 ‘헬로’가 ‘올해의 노래’와 ‘올해의 레코드’에, ‘헬로’가 포함된 앨범 <25>가 ‘올해의 앨범’에 선정되는 등 주요 부문을 휩쓸었다. 아델은 ‘베스트 솔로 퍼포먼스’까지 비욘세와 함께 노미네이트되었던 4개 분야 상을 모두 차지했다. 또 ‘베스트 팝 보컬 앨범’까지 후보에 오른 5개 부문에서 모두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올해의 프로듀서’ 역시 아델의 앨범을 만든 그레그 커스틴에게 돌아갔다.
2012년이 재현된 듯 하다. 당시 아델은 앨범 <21>과 ‘롤링 인 더 딥’으로 54회 그래미 올해의 앨범·노래·레코드를 받았다.
<21> 앨범 성공 뒤 “음악 중단”을 선언했다가, 출산과 육아를 겪은 뒤 2015년 연말 내놓은 앨범이 <25>다. 아델이 밝힌 앨범 콘셉트는 ‘화해’다. 타이틀곡인 ‘헬로’는 헤어진 연인에게 전화를 건 여성의 입장에서 서사가 전개되는 노래다.
아델은 “제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인데, 상으로 축하해주셔서 감사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아델은 올해의 레코드와 올해의 앨범 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두 차례 비욘세를 거명했다. “이렇게 아름답고 강인한 멋지고 훌륭한 <레모네이드> 앨범의 진가를 많은 분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주위 사람들이 비욘세를 보며 강인해지고 삶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비욘세는 지난 5월 6집 <레모네이드>를 발표했다. <레모네이드>는 “레몬이 있으면 레모네이드를 만들어야지”라는 할머니의 말에서 앨범 명을 땄다고 한다. 그래미에선 주요 3부문을 포함해 9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으며, 베스트 어반 컨템포러리 앨범, 베스트 뮤직 비디오 상을 챙겼다.
아델은 오프닝 무대에서 특유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차분한 공연을 펼쳤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욘세는 1부 중반 임신한 몸을 그대로 드러내며 화려한 무대를 펼쳤다. 노래 ‘포메이션’은 소수자, 여성 연대를 강조하는 노래다. 어머니 티나 놀즈가 비욘세를 소개했는데, 어머니의 소개와 임신한 몸의 퍼포먼스는 앨범 주제를 함축적으로 보여주었다.
상을 받기 위해 가장 많이 무대에 선 아델은 공연도 두 차례 했다. 조지 마이클 추모 무대에서 ‘패스트러브’(fastlove)를 부르던 중 “지난번처럼 노래를 할 수 없다. 조지 마이클에게 미안하다”며 노래를 중단했다가 다시 불렀다. 아델은 지난해 그래미 시상식에서 공연을 한 뒤 음향 상태에 대한 불만을 트위터에 토로하기도 했다. 이번 시상식에선 레이디 가가가 메탈리카와 함께 선 ‘모스 인투 프레임’ 무대에서도 제임스 헤트필드의 마이크가 나오지 않는 사고가 났다. 헤트필드는 기지를 발휘해 레이디 가가와 한 마이크에서 노래를 불렀다.
고인이 된 데이비드 보위의 유작 앨범 <블랙스타>는 ‘베스트 록 송’ 등 5개 부문을 수상했다. 무료 믹스테이프로 음원을 유통한 래퍼 ‘챈스 더 래퍼’가 신인상 등 3개 분야 트로피를 받았다. 그는 “인디란 혼자 노래를 부른다는 뜻이 아니라 자유를 향해 함께 나가는 것”이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올해의 앨범 후보에 오른 저스틴 비버와 드레이크는 시상식을 보이콧했다. “그래미는 젊은 흑인 뮤지션을 대변하지 못한다”는 래퍼 프랭크 오션의 보이콧 선언에 대한 동참이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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