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집 앨범 <래디컬 파라다이스>를 낸 강이채.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강이채가 바이올린 소리가 별로 들리지 않는 노래·연주 혼종 앨범 <래디컬 파라다이스>(Radical Paradise)를 냈다. 클래식을 전공하고 버클리음대를 전액장학생으로 다니고 연주자로 활동하면서 강이채에게 바이올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권오경(베이스)과의 듀엣 ‘이채언루트’도 벗어나 오롯이 강이채라는 이름을 내걸고 뮤지션으로 돌아온 그를 서울 마포구 연남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그는 올초에만도 이채언루트로 싱글 <나이트 드라이브>를 낸 바 있다. 미니앨범의 ‘언이지 로맨스’(uneasy romance)는 드라마 <또 오해영>에 삽입되어 팀의 이름을 대중에게 알리기도 했다. 강이채와 이채언루트의 작업은 어떻게 다른 것일까. “나는 확 가는 성향이 있는데 권오경씨가 그걸 잡아주었다. 솔로 앨범 작업을 할 때는 힘들었지만 자유롭게 되어서 나의 성향을 그대로 보여줄 수 있게 됐다.”
이번 앨범을 강이채는 “지난 1년의 내가 드러나는 앨범”이라고 했다. 지난해 마이크로코르그 신서사이저에 매료되어 비트를 만들고 소리를 실험하다보니 그 흔적이 고스란히 실렸다. 연주곡, 내레이션이 담긴 뮤지컬 같은 넘버, 직접 부르는 말랑한 팝송 등이 고루 실려 있다. ‘더 바이올린’은 벌어질 일이 궁금한 스릴러 영화풍 음악을 깔고 바이올린과 처음 만났던 기억을 읊는다. ‘웬 메모리즈 아 더 포이즌’은 ‘기억’의 격정적인 내레이션을 담았다. 반도네온의 고상지, 기타리스트 마티아스 멩케와 함께한 ‘집’(Gyp)과 ‘나우 아이 시’(Now I see)는 장르를 오가는 폭풍 같은 곡으로 바이올린 역시 휘몰아친다.
김필이 참여한 ‘터미널’은 사랑의 끝에 와 있는 연인을 묘사한다. 강이채의 강단 있는 목소리가 김필의 부드러움과 합쳐진다. “필 오빠는 진주에서 음악 동아리 활동을 할 때 만났다. 오빠의 목소리를 들으면 영감을 불러일으켰고 언젠가 꼭 한번 오빠의 목소리를 담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데모를 만들었을 때 오빠 생각이 나서 보냈더니 오케이를 해주었다.”
앨범 제목으로 내세운 ‘래디컬 파라다이스’(근원의 낙원)는 ‘낙원’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곡이다. “힘들고 지칠 때만 낙원을 찾는 것은 깊이가 얕지 않나. 마음 속의 낙원을 평소에도 지키기 위해서 가꾸어야 하는 게 아닐까.” 자신의 경험이 투영됐다. 미국에서 바이올리니스트로 활동하며 투어를 돌 때마다 ‘음악이냐 돈이냐’는 갈림길에 서는 자신을 보고는 음악에만 집중하기 위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어린 시절부터 공부해온 클래식을 심각한 우울증을 앓은 뒤 그만두고 재즈를 공부하게 되었다. 지난 1년 연주활동은 거의 않고 앨범 작업에만 집중했다.
“겁쟁이라서 못하는 일이 많았는데 이것저것을 하게 되네요.” 이제 공연 중간 멘트를 여유롭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신서에 비트를 찍는 재미를 알았다. 노래 같은 걸 어떻게 해, 했는데 세세한 감정 표현을 고심하게 되었다. 뮤지션 강이채의 성장을 보여주는 앨범의 단독공연은 11월5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다.
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사진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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