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빨간 사춘기’의 노래하는 안지영(왼쪽)과 기타를 치면서 랩을 하는 우지윤. 이들은 <레드 플래닛> 앨범의 모든 곡을 작사·작곡했다. 쇼파르뮤직 제공
신생 인디밴드 볼빨간 사춘기의 ‘우주를 줄게’가 음원차트 장기집권에 들어갔다. 8월29일 첫 앨범 <레드 플래닛>을 출시된 뒤 99위에 첫 랭크된 ‘우주를 줄게’는 3주 뒤인 9월22일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 등락 속에서도 상위권을 유지하고 있으며 10월9일에도 1위를 차지했다. 그 사이 임창정, 샤이니, 박효신, 방탄소년단, 젝스키스 등 거대 기획사와 전통적 음원강자, 화제의 컴백 스타, 대세 아이돌의 공격에도 끄떡없었다. <레드 플래닛>의 또 다른 타이틀곡 ‘나만 안 되는 연애’ 역시 10위권에 랭크되어 있다.
볼빨간 사춘기는 2014년 엠넷 <슈퍼스타 케이6>에 ‘경북 영주 시골밴드 볼빨간 사춘기’로 참가했던 팀으로 톱10에 들지 못하고 탈락했다. 참여 당시에는 4명이었지만 현재는 노래하는 안지영과 기타를 치면서 랩을 하는 우지윤 두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레드 플래닛>은 사랑의 달콤함과 쓴맛이 총집결된 앨범이다. ‘우주를 줄게’는 사랑을 시작하는 순간의 즐거움을 노래한다. 우주 공간에 울리는 소리로 시작하여 사랑을 우주로 연관시키는 재치가 돋보인다. ‘나만 안 되는 연애’는 이별의 순간을 노래하고 있다. 앨범의 모든 곡은 두 명이 작사·작곡했다. 그들은 인터뷰에서 자신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가사를 쓴다고 밝혔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제이래빗이나 안녕하신가영 등 비슷한 계열의 인디 뮤지션이 여러 연령층의 여성을 아우른다면 볼빨간 사춘기는 20대들 사이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것 같다”고 말한다. 20대 취업준비생 조정영(25)씨는 “직접 가사를 쓰니까 공감 가는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 같다. 감성적인 곡의 귀엽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매력적이다”라고 말했다.
올해 인디 음악이 차트를 점령하면서 화제를 뿌린 사례는 볼빨간 사춘기 말고도 몇이 더 있다. 2010년 데뷔한 스탠딩에그는 지난 여름 발표한 ‘여름밤엔 우린’가 발표되자마자 7개 음원 사이트 일간 차트 1위를 했다. 어반 자카파의 ‘널 사랑하지 않아’ 역시 여름을 휩쓴 노래다. 십센치는 ‘봄이 좋냐??’(3.2집)가 4월 월간차트 1위(가온차트 자료)에 오르고 ‘텐텐절’(십센치 팬들을 위한 날, 10월10일)을 맞아 발표한 ‘길어야 5분’도 각 음원 차트 상위에 랭크되면서 ‘음원 강자’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들 인디 뮤지션은 이른바 ‘오버그라운드’ 음악의 편중으로 인해 소외된 영역을 공략한다. 아이돌 음악에 대한 열광을 일찍 끝낸 20대 여성들이 찾는 말랑말랑한 감성 음악은 그간 꾸준히 인기를 누려왔다. 서정민갑 음악평론가는 “사람들이 감성적으로 젖어들 수 있는 음악들에서는 인디와 오버의 우세를 가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볼빨간 사춘기는 이달 20일 서울 강남구 백암아트홀에서 첫 단독콘서트를 연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