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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단독] 예술계 ‘블랙리스트’ 존재 단서 나왔다

등록 2016-10-10 15:53수정 2016-10-10 23:55

작년 5월 문화예술위 회의록 보니

권영빈 위원장 “우리가 심의위원 선정하면
리스트 따라 해당기관서 ‘된다, 안된다’ 얘기”
한 위원은 “결국 청와대서 배제…” 발언도
도종환 의원 “정치검열 윗선 지시 명백해져”
도종환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5년 5월29일 회의록.
도종환 의원이 <한겨레>에 공개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2015년 5월29일 회의록.
정부의 ‘예술 지원 정치검열’과 관련해 그동안 소문으로 떠돌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의 존재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예술위) 회의록을 통해 확인됐다. 또 이 과정에서 심사위원 선정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발언까지 공개됐다. ▶관련기사 8면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한겨레>에 전문을 공개한 2015년 5월29일 예술위 회의록을 보면, 권영빈 당시 예술위원장은 “(기금 지원) 책임심의위원을 선정해놓고 보니까 여러 가지 문제 중에 지원해줄 수 없도록 판단되는 리스트가 있는데 거기에 대해서 아무도 책임을 안 진다는 겁니다”라고 발언했다. 이어 “또 하나는… 참 말씀을 드리기가 힘든데요. 심의를 우리 마음대로 할 수가 없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자율적인 심의가 원만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지원 금지 대상을 적시한 ‘블랙리스트’가 존재하며, 지원 심의 또한 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없음을 토로한 것이다.

이날 회의는 예술위의 기금지원심의 운영 규정에 대한 안건을 논의했다. 권 위원장은 상황을 정리하며 “우리 예술위원들이 추천해서 책임심의위원들을 선정하면 해당 기관에서 그분들에 대한 신상파악 등을 해서 ‘된다, 안 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 과정에서 탈락되는 경우가 있습니다”라고 했다. 지원을 심의하는 위원 선정 또한 예술위 외부의 ‘해당 기관’에서 결정한다는 얘기다.

이런 발언을 두고는 지난해 ‘예술 지원에 대한 정치검열’ 논란이 불거졌을 때 제기된 ‘비판적인 예술인의 블랙리스트가 존재한다’는 폭로가 처음으로 정부 문건을 통해 확인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에 대해 권 전 위원장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당시 블랙리스트라고 했는지 어떤지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블랙리스트 존재 의혹은 지난해 9월 국정감사에서 특정 연극에 대한 잇단 지원 배제의 배경으로 제기됐다. 당시 ‘세월호’를 다룬 윤한솔 연출의 퍼포먼스 <안산순례길>이 예술위 지원 대상에서 탈락했고, 박근형 연출의 연극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는 예술위 지원사업에 선정되고도 ‘2013년 연출작 <개구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을 빗댔다’는 이유로 예술위로부터 신청 포기를 종용받은 바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의 도 의원은 “예술위가 블랙리스트가 있음을 인정한 발언으로, 심사 개입, 정치검열이 ‘윗선’의 지시였다는 점이 명백해졌다”고 지적했다.

2015년 11월6일 예술위 회의에선 ‘청와대 개입’ 발언까지 나온 것으로 회의록에 기록돼 있다. 한 위원은 “○○○ 부장이 공문을 준 게 뭐냐 하면 심사위원 추천권이었습니다. 심사위원을 추천했습니다. 안 받아졌습니다… 결국 그분도 청와대에서 배제한다는 얘기로 해서 심사에서 빠졌습니다”라고 발언했다. 심사위원 선정 과정에 청와대가 깊숙이 개입한 정황으로 들린다. 도 의원은 “예술위의 위증과 허위자료 제출 및 청와대 개입 등에 대해 상임위 차원에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손준현 기자 dus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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