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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우리 곡 속에서 암호 찾아보세요”

등록 2016-10-02 21:43수정 2016-10-03 00:38

첫 앨범 낸 오리엔탈 쇼커스

오리엔탈 쇼커스. 왼쪽부터 김기원(드럼), 김여레(하모니카·트럼펫), 장철호(베이스), 김그레(보컬), 한영광(색소폰·클라리넷), 김현경(키보드·트롬본), 조진성(기타). 루비레코드 제공
오리엔탈 쇼커스. 왼쪽부터 김기원(드럼), 김여레(하모니카·트럼펫), 장철호(베이스), 김그레(보컬), 한영광(색소폰·클라리넷), 김현경(키보드·트롬본), 조진성(기타). 루비레코드 제공
오리엔탈 쇼커스는 노래를 하는 김그레, 하모니카와 트럼펫을 부는 김여레, 키보드를 치고 트롬본을 부는 김현경을 앞세운 ‘걸크러시’ 밴드다. 연주곡 ‘폴 인투 스텝’에서 하모니카가 저런 소리를 낼 수 있나를 보여주는 김여레와 귀여우면서도 무표정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김현경의 연주를 듣고 있노라면 나이 어린 동생들을 향해 “언니” 소리가 절로 나오게 된다. 이들의 뒤를 단단하게 받쳐주는 건 베이스의 장철호(리더), 기타의 조진성, 색소폰의 한영광, 드럼의 김기원이다.

남자 넷은 여자 셋의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데 대해 한마디씩 한다. “소속사에서 그렇게 강조하고 싶으신 것 같아요. ‘여성 셋이 남성 넷을 이끄는’ 이런 소개 자료도 있는데, 우리 부모님이 보면 실망하실 것 같아요.”(한영광) “우리 부모님은 제가 왕따인 줄 알아요. 사진을 찍으면 사진 속에 없다고. 제가 사진을 찍어서인데.”(장철호) “어쩔 수 없죠. 여자들이 브라스를 하니까 신선해 보이죠. 이 팀 들어오기 전에도 제일 눈에 띄는 점이었거든요.”(조진성)

‘얼라’(어린아이의 경상도 사투리)라고 불릴 정도로 체구가 작은 김현경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나오는지 궁금하다. “원래 전공은 작곡인데, 작곡을 할 때 많은 악기를 연주하면 좋기 때문에 여러 악기를 시험해보았다. 트롬본이 잘 맞더라.” 무슨 운동이든 잘한다. 탁구도 하고 마라톤도 뛴다. 폐활량이 관건인 브라스에서 장점이다. 김여레는 아시아퍼시픽 하모니카 대회에서 독주 부문 3위를 하기도 한 실력자다.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모니카를 불었다. 그걸로는 대학을 못 가니까, 고등학교 때 어머니가 트럼펫을 권하셔서 같이 했다.”

김현경이 키보드와 트롬본을, 김여레가 하모니카와 트럼펫을 연주하는 것 외에도 한영광은 플루트와 색소폰을 연주하면서 셰이커를 흔들기도 하고, 노래 부르는 김그레는 확성기를 동원하기도 한다. 지난달 20일 발매된 동명의 타이틀 앨범은 온갖 악기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며 레게, 스윙, 리듬앤블루스, 재즈, 팝이 다 들어 있다. ‘신나는’ 음악이 트레이드마크였던 오리엔탈 쇼커스의 다른 면을 보여주기도 한다. 타이틀곡인 ‘정체공기’와 앨범에서 그 뒤를 잇는 ‘눈감으면’ ‘블라인드’는 가을 감성을 저격한다.

팝 스타일의 김그레의 목소리는 처음 청량하고 꾀꼬리 같은 목소리가 ‘블라인드’ 등에서 알 수 있듯 깊어졌다. 장철호가 “목소리에 철사장을 했다. 굳은살이 생겼다”고 하자, 김그레는 “원래 목이 안 쉬는 사람이었다. 쉴 수가 없으니까 성대결절이 왔다. 그렇게 맷집이 생긴 느낌이다”라고 받았다.

오리엔탈 쇼커스 1집. 루비레코드 제공
오리엔탈 쇼커스 1집. 루비레코드 제공
첫 앨범이니까 들인 공도 많다. “멤버들한테 말 안 했지만 메시지를 심어놨다. ‘정체공기’는 남자 여자 사이 어색한 공기 흐르는 상황을 그린 노래인데, 이 둘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모스 부호에 담았다.”(김현경) 남자 멤버들이 나서서 ‘파다닥’거리거나 ‘히기덕’ 하는 신나는 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

이제는 인스타그램에 개인 팬도 생기고, 팬카페도 생겼다.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에 2년 연속 서고, 얼마 전 9월에는 가나자와 재즈 페스티벌에서 ‘일본인도 춤추게 하는 밴드’로 기억되었다. “일본 사람들이 워낙 호응이 없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너무 없어서 당황했어요. 그런데 나중에는 박수 치고, 따라하게 유도했는데, 그런 식으로 관객을 유도한 팀이 우리밖에 없다고 하더라고요.”(김그레)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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