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철이 26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더줌극장에서 열린 데뷔 3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승철이 데뷔 30주년을 맞았다. 이를 기념해 5월부터 시작된 ‘무궁화 삼천리’ 전국 투어 중 서울 올림픽체조경기장의 라이브를 녹화한 디브이디(DVD)를 27일 발매한다. 30년 전 부활 1집 <락 윌 네버 다이>를 냈던 데뷔일 10월3일에 발매 시점을 맞췄다. 이참에 26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더줌아트센터에서 기자간담회도 열었다.
지난해 12집 앨범 <일기장>을 내면서 “이게 마지막 앨범일지도 모른다”고 말했던 그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시작’ 느낌을 강조했다. “1990년대 중반 <색깔 속의 비밀>이라는 앨범을 내면서 프로듀서 닐 도프스먼(스팅의 노래 ‘잉글리시맨 인 뉴욕’ 등의 프로듀서)한테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당시 서른이 갓 넘은 나에게 50살이 되었던 그가 ‘음악은 50부터’라더라. 올해 50이 됐는데, 앞으로는 좀더 좋은 노래와 음악을 들려주려고 노력해야겠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는 생각이 들었다.”
이승철은 ‘노래’만으로 대중가요사에 강렬한 존재감을 새겨왔다. ‘박물관에 넣어야 할 보컬 10명 중 한 명’으로 꼽히며, 음색·가창력·해석력 삼박자를 고루 갖췄다. 1986년 첫 히트곡 ‘희야’, 수많은 이들이 리메이크한 ‘소녀시대’, 최근의 드라마와 영화 주제가까지 30~40곡의 히트곡을 불러왔다. 그는 “데뷔 당시는 건전가요가 있었던 시대였다. 선글라스를 끼거나 머리가 길면 노래를 못 불렀다. 영어로도 노래를 못 불러서 외국 히트곡들을 한국말로 불렀다. 격변의 시기를 거쳐서, 지금 외국 가서도 한국 가수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케이팝의 시대에까지 노래를 부르고, 영광스럽고 행운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무궁화 삼천리’ 콘서트가 열린 올림픽체조경기장에서 팬들의 환호 속에 이승철이 노래하고 있다. 진앤원뮤직웍스 제공
창법이 한결같되 곡마다 다른 해석을 담는다는 것이 그의 보컬의 매력이다. 그는 “앨범을 낼 때마다 이번에는 창법을 다르게 하여 이렇게 새롭게 다가갔습니다, 라는 말을 하는 가수들을 볼 때면 신기하다. 목소리는 지문과 같고 창법은 바꾸기가 힘들다. 노래는 패션인 것 같다”며 “(다만) 이승철은 그대로지만 기존 작곡가에게서 세련미를, 신인 작곡가에게선 풋풋한 느낌을 (담아) 이승철 안에서 조화롭게 한다”고 말했다.
30년을 노래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팬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팬 여러분이 10대가 40대 되고 30대가 60대 되고, 공원장에서 자식들과 함께, 한 가수의 공연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게 큰 힘이다.” 이번 30주년 기념 콘서트 ‘무궁화 삼천리’는 이승철이 직접 작명했다. “이전에는 팬들이 찾아왔다면 그간 못 본 팬들을 찾아간다는 생각으로 기획됐다. 울릉도, 마라도, 강원도 태백시 등 무료 공연을 병행하고 있다.”
디브이디로 녹화된 이승철의 콘서트는 싸이 무대를 방불케 하는, ‘마이 러브’를 화려하게 편곡한 곡으로 시작해 애절한 특유의 목소리를 살린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긴 하루’ ‘희야’ 등의 히트곡을 이어나간다. 29일 네이버를 통해 70분 분량의 공연이 올라간다. 10월 초 유튜브 등에서도 볼 수 있다.
팬들을 찾아가는 콘서트 또한 그를 끌어가는 힘이다. “상반기 3개월, 하반기 3개월 1년에 6개월 콘서트를 한다. 우리끼리는 클럽축구랑 비슷하다고 한다.” 25년가량 이어진 이승철 단독 콘서트는 2천회에 이른다. “음악적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 음악은 나를 찾아올 것이고, 나는 힘이 다하는 날까지 전국 방방곡곡, 전세계 팬들을 찾아가면서, 대극장, 소극장을 찾아가는 콘서트를 하는 게 남은 30년의 꿈이다.” ‘무궁화 삼천리’ 하반기 공연은 10월8일 수원을 시작으로 12월31일 광주까지 이어진다.
구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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