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정규 1집 <웃긴 밤>을 내고 가요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권진아. 안테나뮤직 제공
‘데뷔’ 대 ‘12년차’. 올가을 가요계 선후배 감성 주자간 대결이 볼만하다. 같은 날(19일) 쇼케이스를 열고 동시에 활동에 나선 싱어송라이터 권진아(19)와 혼성그룹 클래지콰이 이야기다.
권진아는 오디션 프로그램 <케이팝스타 3>(에스비에스)로 얼굴을 알린 뒤 지난 2년간 유희열이 수장으로 있는 ‘안테나뮤직’에서 실력을 가다듬어왔다. 데뷔 앨범 <웃긴 밤> 8곡 중 4곡을 직접 작곡 또는 작사했다. 클래지콰이는 2004년 1집 <인스턴트 피그>로 데뷔, 그동안 일렉트로닉-애시드 재즈를 국내에 선보이며 독특한 위치에 오른 실력파 그룹이다. 서로 다른 매력으로 가을 감성을 저격하는 선배와 후배를 나란히 세워봤다.
19일 클래지콰이가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쇼케이스 무대에서 타이틀곡 ‘걱정남녀’를 노래하고 있다. 플럭서스 제공
■
‘노련미’ 클래지콰이 딱 2년만이다. 2014년 9월18일에 6집 <블링크>를 발표했던 클래지콰이가 20일 7집 <트래블러스>로 돌아왔다. 앨범은 ‘마감’이라는 괴물이 없었다면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19일 서울 이태원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리더 클래지는 “늦어져도 되겠지, 하고 있었는데 24일 단독 공연(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 ‘얼리버드 티켓’ 공지를 보니까 ‘새 앨범 증정’이 들어가 있었다. 등에 땀이 삐질 나면서 어떻게든 해내야 되는구나 싶더라”고 말했다. 빡빡한 스케줄을 하나하나 ‘클리어’하면서 10곡을 만들어냈다.
앨범은 그런 조바심과는 상관없이 관조적이고 달콤하다. 티격태격이 사랑으로 바뀌어가는 순간을 지켜보고(타이틀곡 ‘걱정남녀’), 인생의 상반된 모습을 재밌게 관찰하고(‘메이크업 브레이크업’), 바람을 타고 광야를 건너 여행을 한다(‘야간비행’). 대놓고 사랑 이야기는 하지 않으려 했다. “우리가 ‘러브’로 시작하는 노래(‘러브 레시피’ ‘러브 모드’ 등)가 너무 많다.”(알렉스) “뻔하고 흔하디흔한 것보다, 사랑에 독특한 해석을 넣는다거나, 독특한 소재를 넣었다. ‘#궁금해’라든가 ‘걱정남녀’ 등에서 보면 다 사랑 범주 안에 들어가더라도, ‘사랑에 빠졌어’라기보다는 다른 감정들을 표현했다.”(호란)
12년 전 클래지의 ‘프로젝트’로 시작해 7집까지 이어왔지만 이들의 ‘실험’과 ‘고민’은 여전하다. “이것이 클래지콰이 사운드라고 생각하면서 작업한 적은 없다”(클래지) “우리는 팬들에게 이질적이면서 익숙한 존재인 것 같다. 끊임없이 적응하고 있다. 12년간 새로운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생기고, 음악을 감상하는 방식이 디바이스 측면만이 아니라 소비 방식도 바뀌었다. 차트 100위를 틀어놓고 일상을 사는 비지엠 같은 의미의 음악이 됐지만, 이 시장에서 우리의 음악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계속해서 고민하고 있다.”(호란)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19일 정규 1집 ‘웃긴 밤’을 내고 가요계에 데뷔한 싱어송라이터 권진아. 안테나뮤직 제공
■
‘성장통’ 권진아 “다 내려놓고만 싶었다. 빠른 시간에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그런지 멘탈이 무너졌었다.” 권진아는 지난해 11월 데뷔할 참이었다. 앨범에 실린 ‘스물’은 원래 ‘열아홉’이었다. 꼭 필요한 성장통이었을까. 19일 서울 강남구 일지아트홀 쇼케이스 무대에 선 권진아는 “나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두려웠는데 그걸 깨려고 했다. 그 뒤로 감정의 깊이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웃긴 밤>은 “오래 가는 가수가 되려면 자기 곡을 쓸 줄 알아야 한다”는 유희열의 충고로 꾸준히 곡작업을 한 노력의 결실이다. 가장 애착 가는 노래는 작사작곡, 편곡까지 해낸 ‘지그재그’. 집에서 혼자 기타 치며 녹음한 가이드 버전이 그대로 앨범에 실렸다. “그깟 말 한마디 때문에/ 맑은 물이/ 다시 흙탕물이 돼버렸네” 같은 가사는 권진아만의 쓸쓸한 정서를 대변한다.
이별의 찰나를 그린 타이틀곡 ‘끝’에서도 호소력 짙은 보컬로 아프고 시린 마음을 잘 표현했다. 19살다운 엉뚱한 발상이 눈길을 끄는 노래도 있다. “아주 나를 쪽쪽 빨아 드세요”라는 가사가 인상적인 자작곡 ‘쪽쪽’은 사실 여름밤 모기때문에 짜증난 기분을 쓴 것이라고 했다. 2년 전 유희열은 <케이팝스타 3>에서 권진아를 일컬어 “선곡발이 아닌 권진아발로 계속 올라오는 친구”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이번 앨범도 그 평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선배들의 지원사격도 만만치 않다. 유희열이 전체 프로듀싱에 적극 참여했고 선우정아, 라디(Ra.D), 이종훈, 이채규, 박재범 등도 나서 앨범의 완성도를 높였다. 음원 성적이 이를 증명한다. 음원 공개 당일인 19일 오전에는 타이틀곡 ‘끝’이 실시간 차트 1위에 오르기도 했다. 22일 오후에도 주요 차트 30위권에 안착해 있다. “어떤 성적이 나와도 네 길을 잘 걸어가면 된다”고 권진아를 다독인 유희열이 머쓱해졌겠다.
‘슬프면서도 따듯한 감성’이 자신의 매력이라고 말하는 권진아는 자신의 노래로 사람들을 위로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