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배우도 관객도 스태프도 모두 ‘감흥’이 덜합니다. 그사이 세태 변화를 실감합니다. 그래서 더 새롭게 만들고자 합니다.”
‘통일’은커녕 남북 교류조차 꽉 막힌 시대에 가상통일 뮤지컬 <여행을 떠나요>를 15년 만에 다시 무대에 올리고 있는 극단 신화극장 대표 겸 연출가 고동업(사진) 감독의 ‘역발상’이다. 지난 7~8월 서울 대학로에서 리메이크 공연을 끝낸 그는 2·3일 광주광역시 광산문화예술회관에서 첫 지역 순회공연을 한다.
“초연 때는 마침 영화 <공동경비구역 제이에스에이(JSA)>의 흥행과 더불어 ‘통일 열기’가 뜨거웠어요. 신화극장의 창단극이기도 해서 스태프와 배우들이 함께 ‘통일’ 공부를 해가며 공동 각색을 했고, 그만큼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죠. 그런데 이번엔 빵 터질 것으로 기대했던 장면이나 대목에서 외려 잠잠해요.”
‘통일 익스프레스 경의선을 잇는 네개의 사랑여행’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2001년 초연 때 ‘기막힌 상상과 엉뚱한 발상’으로 큰 화제를 모았다.
통일 한반도의 최남단 제주에서 출발한 기차는 해저터널을 지나 남원~평양~영변 약산까지 달린다. 지역마다 남남북녀 젊은이의 불같은 연애담, 통일정부 남녀의 첩보 액션 어드벤처, 심순애·이수일·김중배의 장한몽, 전쟁 때 헤어져 저승에서 재회한 부부의 애절한 사랑 등 4개의 에피소드가 실렸다. 초연 때부터 음악을 맡았던 김준범(전 한국합창작곡가협회 회장) 작곡가가 이번에도 ‘너영나영’ 등 민요, 판소리 <사랑가>, 아카펠라, 아리랑, 탱고, 영화 <미션임파서블> 주제곡 패러디, 북한 가곡 ‘진달래꽃’ 등 다양한 장르의 곡과 악기를 활용해 한국적 음악극을 꾸몄다.
“특히 이념성 담긴 대사보다는 리듬과 비주얼에 친숙한 젊은 관객층과 소통을 위해 ‘드럼뮤지컬’로 구성하고 배우들의 의상 등으로 좀 더 역동적인 이미지를 표현해봤습니다.”
그는 100석 남짓 소극장이었던 서울 공연과 달리, 600석 중극장인 광주에서는 훨씬 입체적이고 시각적인 무대 연출을 시도할 계획이다. “남북이 대립을 뛰어넘어 소통하고 화해·협력하는 것이 통일로 가는 길이라는 작품의 메시지를 더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만 있다면 뭐든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할 생각입니다.”
중학교 때 대학생 누나 덕분에 봤던 <하멸태자>(햄릿 번안작품)의 강렬했던 첫 경험에 끌려 연극세계에 입문한 그는 극단 아리랑 창단 멤버로 23살 <파업전야>로 데뷔 때부터 고집스럽게 연기와 연출을 병행해온 ‘연극쟁이’다. 지금껏 50편이 넘는 연극과 영화·드라마에 주·조연으로 출연해왔고, 정극·어린이인형극·뮤지컬·산대희(마당극) 등 전통과 현대를 접목시킨 다양한 작품을 연출했다.
글·사진 김경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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