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닉밴드 ‘두번째달’이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과 함께 <판소리 춘향가> 앨범을 냈다. 판소리 특유의 말은 그대로 살려서 가져오고 현대적 어법의 음악을 얹었다. 유어썸머 제공
퓨전밴드 ‘두번째달’ 국악프로젝트
소리꾼들과 함께 ‘춘향가’ 앨범 내
“공연때 ‘사랑가’ 떼창 도전해야죠”
소리꾼들과 함께 ‘춘향가’ 앨범 내
“공연때 ‘사랑가’ 떼창 도전해야죠”
결국 소리에 달이 떴다. 에스닉퓨전밴드 두번째달이 <판소리 춘향가> 앨범을 냈다. 여러 나라 민속음악과의 퓨전을 추구해온 두번째달이 최근 닿은 곳이 우리나라 판소리다. 젊은 소리꾼 김준수, 고영열과 함께한 앨범은 ‘사랑가’나 ‘쑥대머리’ ‘어사출두’ 등 ‘눈대목’(판소리에서 가장 두드러지거나 흥미 있는 장면)을 중심으로 짜인 14대목이다.
소리가 펼쳐지면 그 내용의 감성을 붙잡는 음악이 흐른다. “판소리를 테마로 인식해서 작업했다.”(최진경) ‘사랑가’ 판소리 뒤로 왈츠가 ‘자자장’거린다. 이별가 뒤에는 바이올린이 구슬프게 흐른다. “‘사랑가’는 계면조다. 슬픈 가락이다. 왜 사랑가를 계면조로 했냐 하면 감정이 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내용을 살피면 달달하다. 달달하게 음악을 깔자, 그런 복안을 가지고 갔다.”(김현보) 비슷하게 ‘쑥대머리’는 혼자 칼을 차고 앉아 부르니 쓸쓸한 기타 소리로, ‘어사출두’는 코믹하면서 긴박감 넘치게 스윙풍으로 짜넣었다.
키보드(최진경), 드럼(백선열), 기타(이영훈), 베이스(박진우)의 일반적인 밴드 구성에 바이올린(조윤정)이 들어가고 김현보가 만돌린, 일리언 파이프, 아이리시 휘슬, 밴조, 하모니카, 바우란(아일랜드 타악기) 등을 연주해가는 위에 판소리가 얹힌다. 그러니 판소리는 입체감을 지니면서 움직인다. 판소리와 두 개의 트랙으로 움직이던 연주가 어느 순간 리듬감을 합쳐 어우러질 때는 소리의 쾌감이 넘친다.
“퓨전 밴드이다 보니 언젠가는 (판소리를) 하겠지”(김현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섣부르게 판소리를 시도하기는 어려웠다. 2014년에 국악과 협연을 할 기회가 생겼다. 당시 기획자의 생각은 소리꾼이랑 두번째달의 노래가 어우러지게 하는 것이었다. 두번째달은 ‘이 기회에 판소리에 맞는 노래를 만들어보자’고 생각하고 한두달 바짝 노래를 만들었다. 당시 지금 앨범에 들어간 곡들의 60~70%를 완성해냈다.
“손을 대서 (판소리를) 바꾸는 것은 의미가 없는 것 같”았는데 “그대로 갖고도 재밌게, 효과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또한 판소리였다. 판소리 그대로 들어가지 않은 곡도 있다. 앨범의 제일 처음과 끝인 ‘적성가’와 ‘더질더질’에서는 소리꾼이 두번째달의 연주에 맞춰 새롭게 노래를 한다. “적성가 첫 구절에서 모티브를 땄지만, 판소리를 아는 사람이 들어도 판소리인가 노래인가 할 정도의 노래를 만들었다.”(김현보)
목표는 ‘5분 넘어가기’였다. “판소리가 좋은 음악이라고 막연하게 추측하지만 정작 들었을 때는 5분을 넘어가기가 어렵다. 반복되는 느낌이라서다. 보통사람이 판소리를 5분 넘게 듣게 해보자, 그게 목표였다.” ‘5분 넘기’는 두번째달 멤버들이 먼저 성공했다. 눈대목을 주로 들으며 판소리를 앞뒤로 듣다 보니 전체 판소리를 듣고 소리꾼의 소리를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구절구절 재밌는 말들도, 당연한 이야기인데, 들리기 시작했다.”(최진경) “댓글도 그러데요. 판소리가 이렇게 쉽게 느껴지는 줄 몰랐다.”(박진우)
두번째달은 매주 금요일 서울 삼청각에서 런치콘서트 ‘자미’를 벌여 앨범에 실린 곡들을 들려주고 있다. 오는 29일 서울 남산국악당에서는 앨범 발매 공연을 한다. 두번째달의 지금 꿈은 ‘사랑가 떼창’이다. “전에 전주에서 공연을 했는데 ‘농부가’도 떼창을 하더라고요. ‘사랑가’ 정도는 일반인도 가능하지 않을까요.”(김현보)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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