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물건에서 발견한 북한” 권경업 시인
“사소한 물건에서 발견한 북한”
지난 7월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에 부산 대표로 참가했던 시인 권경업(57)씨가 난생 처음 밟은 북녁땅과 사람에 대한 단상을 시와 그림에 담은 전시회를 연다.
전시회 제목은 ‘미래로 가는 지도’. 21일 서울 전시를 마치고 24일부터 29일까지 부산시 금정구 부곡2동 북카페 타임스퀘어(051-516-3642)에 30여점의 시와 그림을 건다. 권씨의 시화는 북한의 사소한 일상용품을 소품으로 이용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이 이색적이다.
"손길에 닿는 일상용품들이 북한의 오늘을 말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알사탕 껍데기나 노트, 잡지의 표지, 식당의 차림표와 메모지 등을 모아 그에 맞는 소감을 시로 담아 보았습니다."
권 씨는 이번 여행이 첫 북한 방문. 나름대로 통일운동에도 발을 걸쳤던 터라 설레는 마음으로 평양과 백두산, 묘향산 등을 둘러 봤는데, 많은 생각 끝에 "통일, 결코 서둘 일 아니다"라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남북간의 경제적 격차가 생각보다 너무 커 갑작스런 북한 붕괴에 따른 통일은 모두에게 대재앙이 될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따라 그런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권씨는 산 타고 시 쓰는 ‘돼지국밥집 사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17년째 결식 노인들에게 매일 무료 점심을 제공해온 선행으로도 유명하다. 진보운동에 투신한 부친 덕분에 일찌기 뼈저린 가난을 체험했던 권씨는 80년대 초반 국수가게를 차려 돈을 번 뒤 89부터 부산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부근에 가건물을 짓고 결식노인들에게 무료 급식을 시작했다.
그는 지난 90년 80여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면서 쓴 연작시 60여편을 산악전문지에 연재하게 된 것을 계기로 시를 본격적으로 쓰게 됐다. <자작 숲 움틀 무렵>등 시집이 10여권에 이른다.
이인우 기자 iwlee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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