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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신곡 ‘10억 광년의 신호’ 낸 이승환 “그걸로 위로가 된다면…”

등록 2016-04-21 21:03수정 2016-04-21 21:38

21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가수 이승환이 ‘10억 광년의 신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드림팩토리 제공
21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가수 이승환이 ‘10억 광년의 신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드림팩토리 제공
기자간담회 일문일답
이승환의 신곡 쇼케이스 현장 전 기자간담회장에는 시사인 주진우 기자가 진행자로 등장했다. 주 기자는 “형이 하는 거 도우려고 들어왔다”며 말문을 텄다. 이승환은 주 기자와 ‘차카게 살자’라는 류승완 감독, 강풀 만화가, 김제동 개그맨 등이 함께하는 모임의 일원이다. 잘 아는 이의 추임새가 들어가면서 기자간담회는 가끔 만담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승환(이하 이): 이런 걸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어색하다. 일단 드릴 말씀이 있다. 지금 섬광이 터지니까(카메라 후레쉬로 인해서) 얼굴을 자세히 볼 순 없지만, 아마도 인터뷰하신 분들이 있을 것이다. 보통 인터뷰 때 자학하고 비하하고 자조적인 말투 때문에 놀라시더라. 그런데 이번 기자간담회는 빈정이 상할 정도로 자랑질을 할지 모르니 조심하기 바란다. 국정화 교과서도 자학 사관이 안 좋아서 추진했으니 오늘은 왠만하면 나를 깎아내리는 말은 삼가하려고 한다. 가식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질문(이하 질): 2년 전 인터뷰에서 앨범을 3년 후에 낼 거라고 했다. 이번 곡 ‘10억 광년의 신호’을 선공개 곡으로 낸 이유는 무엇인가.

-이: 3년이라 했던 것은 못 낼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팬들은 기대를 하고 있을 테니 절충하여 한 말이다. <폴투플라이-전> 전에 냈던 앨범(<드림라이저>)이 잘 되지 않았고 영화투자에서 사기당하는 일까지 겹쳐 가수 생활 처음으로 다른 소속사의 가수로 들어갔다. 경제적인 이유가 없을 수 없었다. <히든 싱어> 출연 이후 다시 그분들 덕택에 다시 일어서게 되어 여력들이 생겼다. 최근에 서울 지역 모든 공연 매진되었다. 지방도 1999년 ‘무적’ 투어처럼 18개 도시 투어를 할 정도가 되었다. 이제는 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음악이 어렵더라도 약속을 지켜야겠다, 선배로서 책임감 있는 음반을 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질: 현수막(‘우리 이제 집으로 가자-승환이가’)을 보았다. 승환이가 그 이승환인가. 특별한 마케팅인가.

=현수막은 제가 한 것 맞다. 사실 사회적인 이슈와는 상관없이 가장 이번 노래의 포인트가 되는 가사를 알리고 싶어서 선택한 거였다. 많은 분들이 다른 식으로 해석해주셔서 같이 아파해서….

-주: 가출 청소년들? 반향이 너무 없었다.

-이: 그딴 식의 질문이면 안 하는 게 나은 것 같다. 제가 할 수 있는 마케팅이라는 게 <스케치북> 출연, 지금 하는 쇼케이스 그게 다다. 마케팅을 좀더 해보자, 하는 생각으로 했다. 시기가 맞물려서 뜻하지 않은 거였지만 위로가 되는 느낌이어서 보람을 느낀다.

-주: 올해 공연을 몇 개나 했나.

-이: 잘 기억 안 난다. 20회는 넘은 것 같다.

-주: 3월, 4월에만 그렇게 되는 것 같은데.

-이: 매주 하고 있다. 이번주는 10일 동안 8회 공연을 한다. 다른 때보다 많아진 건 사실이다. 방송의 위력이기도 하지만 자신감이 붙었다.

-질: 2007년 잠실주경기장 기록적 폭우로 아픔을 겪었다. 잠실 주경기장 도전해볼 생각은 없는지.

-이: 주경기장에 다시 서서 설욕전을 하고 싶은데 그 정도 지명도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주: 기록적인 폭우 상황은 어땠나.

-이: 2007년도에 폭우가 내려서 무대 위 전기가 3분의 1이 터지고 영상장치가 고장나서 멀리 있는 사람이 보면 나는 점으로 보이는 공연이었다. 하지만 스태프와 팬들이 끈끈한 느낌으로 통하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굉장히 감격적이었던 것은 솔로 가수로는 조용필 다음으로는 두 번째 잠실 주경기장 공연이었다.

-주: 이번 한 곡을 공개했는데, 이 곡에 얼마나 들어갔는가. 돈을 그렇게 써야 하는지.

-이: 잘 모르겠다. <폴투플라이> 앨범에 7억2천 들었는데 대부분 녹음 비용으로 썼더라. 후편은 제작비를 능가하는 앨범이 될 것 같다. 그 정도까지 들여야 하나, ‘자본의 미학’이다, 돈을 그 정도까지 들여서는 누구나 한다, 지금 세상에 ‘고비용 저효율’이라며 나무란다. 하지만 그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음악인’ 상도 받고, 주위의 음악인한테 칭찬도 받았다. 그걸 하면서 21년차 선배 가수가 나아가야 할 길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더 많이 알려지도록 마케팅도 많이 해야겠지만, 제 음악 때문에 음악을 시작하는 사람들, 홍대에서 공연하는 어려운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누군가는 있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그래도 쉰이 넘었어도 의지를 불태우고 신념을 가지고 하면 박수를 쳐줄 수 있다, 그런 믿음으로 하고 있다. 내 자랑인데, 예전에는 홍대에서 공연하면 “여기서 무슨 짓이야” 했는데 지금은 걔네들이 “제일 좋은 형”이라고 한다. 행동도 그렇지만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다.

21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가수 이승환이 ‘10억 광년의 신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림팩토리 제공
21일 오후 서울 이화여대 삼성홀에서 가수 이승환이 ‘10억 광년의 신호’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드림팩토리 제공

-주: 예능에 잘 안 나오고….

-이: 엠비씨에 나갈 수 있는지는 모르겠고, 예능 등에서 섭외는 전혀 없다.

-주: 기자님들, 예능 피디 전화 기다리고 있다, 해달라.

-질: ‘비누’라는 신곡을 디지털 싱글로 처음 발매하긴 했지만, 좀 긴 호흡의 앨범을 주로 내던 고집을 깨뜨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 유기적으로 풀어내야 한다. 한곡이라도 집중해서 들려주고 싶었다.

-질: <폴투플라이 후편>은 어떻게 되는지 앨범 일정 듣고 싶다. 그리고 10곡 중 7곡을 폐기했다고 하는데, 살아남은 다른 2곡은 무엇이고 7곡은 왜 폐기했나.

-이: 앨범을 만들고 나면 후회막심이다. 몇년이 흐른 다음에 들어보니까 뭔가 아쉽고 모자라는 게 눈에 뜨이게 되었다. 지금 남아 있는 두 곡 중의 한 곡은 주진우씨가 가사를 썼는데, 아니나 다를까 너무 센 내용이었다. 락음악이었는데 퀸 스타일의 오페라틱한 락음악이었다. 그때 생각하기로 예전의 마당놀이 식으로 탈을 쓰고 양반님네들 조롱하는 것을 원했는데 다른 스타일이었고 좀더 두고 보자고 보류하게 되었다.

-주: 좀더 잘 썼어야 하는데….

-이: 후편은 계획대로라면 내년 봄이다. 7월 둘째주까지 매주 공연이 잡혀 있고, 그러고 나서도 매주 공연 잡힐 듯하다. 그렇다면 늦어질 것 같긴 하다. 앨범 준비에만 1년에서 1년 반 정도 걸리니까 2개의 싱글을 더 내고 싶다는 게 지금의 바람이다.

-주: 앨범을 내면 적자를 까먹는데 굳이 빨리 내려고 하나. 안 되면 돌아갈 수도 있는 거고.

-이: 과연 가수를 하는 것이 경제적 활동인가 물으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늘 적자를 보게 된다. 공연을 찾아와주시고 팬들의 입장료로 유지된다. 하지만 새 노래를 만드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다른 이야기일 수 있는데, 처음 가요씬에 들어와서 음악을 시작할 때 교만하게 한 생각은, 우리 선배님들 중에 몇몇은 창작이라는 면에서 조로하는 것 같다, 손을 놓는 것 같다, 대중들도 기대를 하지 않는다, 였는데 그런 것들을 깨보고 싶었다. 지천명이 넘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트렌드의 음악을 할 수 있고 홍대에서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고 더 뛰어난 음악을 하고 싶다. 음악인의 덕목 중의 하나가 젊음인데, 젊은 감각을 가지고 있고, 진화하는 음악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주: 1집 89년에 나왔고 얼마나 팔렸나.

-이: 그건 잘 모른다. 1, 2집 다 사기당했다. 백만장 팔렸다. 그렇다고 들었다.

-주: 3집은?

-이: 아니다. 4집 <천일동안>은 백만장 넘었다.

-질: 이번 곡이 대중들한테는 어렵다는 반응이다. 대중 상대로 음악을 하는데 좀더 많은 대중에 어필한다는 것과 음악적으로 몇몇 대중과 소통한다는 것 중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이: 대중적으로는 그 음악적인 면이 부각되는 게 좋지 않을 것이다. 사실 그런 중심 잡기에 대한 고민은 10년, 20년 전에도 했다. <천일 동안> 앨범에도 9분이 넘는 ‘너의 나라’라는 곡을 넣기도 했다. 그래도 어느 쪽이 낫냐고 하면 훗날 음악적으로 괜찮은 사람이었다, 그런 평이 행복하게 해줄거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번 노래에서는 미성을 기대한 분의 기대에는 어긋난다. 탁성도 많이 내고 해서, 다양한 시도들이 곤혹스럽게 들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질: 신해철씨 살아 계실 때 서태지, 이승환, 신해철 공연을 같이 한다고 했는데 무산되었다. 이후 같이 공연한다는 소문이 있다. 조금이라도 진행된 건지.

-이: 신해철 군 때문에 마음 아파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를 기리는 우리 둘만의 콘서트를 해보자는 이야기를 하긴 했다. 공연의 연출을 내가 하기로 하고 신해철씨 홀로그램 재현이 가능한가를 생각하기도 했는데, 그 이후로 좀더 뭐랄까, 우리 둘이 하는 경우에는 확실한 그림이 있는 것에 의견을 나눴다. 때가 되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질: ‘차카게 살자’라는 모임을 하는데 착하게 사는 건 어떻게 사는 것인가.

-이: 그렇게 어렵지 않다. 상식에 기반하여 얘기하고 느끼고 그럴 수 있다면 착하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는 너무나도 상식이 아닌 것들에 길들여지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데 그것이 무섭다. 이승환 ‘정치병’ 걸렸다는 소리도 들었다. 지난해 국정교과서 반대 콘서트 이후에 댓글 부대가 프레임을 갖고 공격하는 게 많이 느껴졌다. 그런 것들이 아무렇지 않게 인정되고 통용되는 세상, 그것을 바로잡고자 하는 마음이 착하게 사는 것이다. 슬픔을 같이 공감하는 사람이라면 착한 사람이다.

-질: 데뷔 때와 이미지가 많이 변했다. 사회적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 사회적 발언을 한 것은 ‘광우병 콘서트’가 처음이다. 문화연대와 간간이 연락을 해오면서 ‘외규장각 도서 반환 콘서트’에도 섰다. 공연을 시작할 때 포스터에 제 이름도 넣어달라 콘서트에 나가겠다고 했다. ‘용산 유가족 돕기 콘서트’에 서기도 했다. 갑자기 요즘에 그러냐 의아해하는데, 언론노조 파업 지지 콘서트에도 섰는데 기자들이 보호한다면서 기사 안 쓰더라. 그런데 갑자기 정치병에 걸린 것처럼 말한다. 연예인들이 왜 그런 걸 하느냐고 하는데, ‘선한 영향력’이라고 생각한다. 선진화된 다른 나라에서는 어느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을 표현하고 기금 모금 콘서트도 하고 그러지 않나. 그 정도까지는 아니고, 나는 우리나라 같이 자유민주국가에서 태어나서 좋다, 무엇이든 신념을 피력할 수 있는 나라에서 태어나고, 그것을 피력하고 있을 뿐이다.

-질: ‘10억 광년의 신호’를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와 연관시키는데 유족들에게 바치는 힐링송인지 궁금하다.

-이: 가사는 그냥 썼다. 그리움을 신호를 보내는 것에, 마음의 속도를 빛의 속도에 비유했다. 하지만 다른 쪽으로 생각하는 게 음악 하는 보람, 이라고 하기는 그렇지만 좋은 쪽으로 내가 만든 노래를 각자의 이미지를 증폭시켜서 받아들여서 자신의 상황에 이입시켜서 들어주면 그것도 청자의 몫이다. 비록 제가 뜻했던 내용과는 다를지라도 상관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걸로 위로가 된다면 세월호라고 느껴지신다면 그것 또한 괜찮은 일이다, 라고 생각한다.

-주: ‘이제 집으로 가자’에 감정이입이 된 것 같다. 처음에 가사를 쓸 때, 천체에 관련된 최고의 연구소가 어디냐고 물어서 천체 우주 연구소를 섭외해서 자료를 받아서 전달해줬다. 우주로 보내는 신호가 몇 개나 있나 계속 물어봐서 보고서를 100개 정도 읽은 기억이 난다.

-질: 7월까지 공연 잡혀 있다. 매주 공연하는데 체력관리, 목관리는 어떻게 하는지.

-이: 지난해 6시간 21분 66곡을 부르는 콘서트를 했다. 그때 7시간을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주: 미친 거죠.

-이: 예전에는 웨이트트레이닝을 통해서 근력을 많이 키웠다면 지금은 유연성을 키우고 있다. 목은 무리가 가지 않도록 하고 있다. 9~10월에 개인 기록을 깨는 공연을 하고 싶다. 지난해 1200명 들어가는 콘서트장 대신 2~3천명 들어가는 공연장을 섭외했는데, 음식 반입이 안 된다고 하더라. 콘서트 시간이 길어서 식사시간, 화장실 가는 시간을 가져야 되는데. 그런 문제점에 부딪혔지만 그에 걸맞는 체력을 기르고 있다. 절제하는 생활, 자제하는 생활을 한다. 말을 지금처럼 같은 때만 하고 세션들과는 말을 안 하는, 결국은 말수를 줄이는 게 목을 아끼는 방법이다. ‘사랑이 어떻게 그래요’는 지르는 창법이다. 어떤 때는 피맛까지 느껴진다. 지금 연달아 서는 공연에서는 두 키를 내려서 안 지르는 편법을 쓰고 있다.

-질: 인터넷으로 소통을 많이 하는데.

-이: 요즘은 팬들한테 냉담한 가수 1위에 올랐다. 거의 답글을 단 적이 없고 제 페이스북에만 간략하게 쓰고 있다. 왜곡되거나 이용되거나 오해받을까봐. 지금 바람이 있다면 연예란에 기사가 올라가는 거니까, 그렇지 않겠지만, 노래가 주가 되는 글로 써주셨으면 한다. 사회참여에 관한 부분들, 오늘만큼은 조금만 다뤄주시면 어떨까.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사진 드림팩토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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