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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음악·공연·전시

내 귀에 봄

등록 2016-03-29 20:50수정 2016-03-29 20:50

어김없이 돌아온 ‘봄 캐럴’

3월21~27일 케이티뮤직 음원차트
봄이면 역주행하는 노래들 올라와
‘봄의 남자’ 장범준 날씨별 공략에
에스엠은 소녀시대 윤아 내세워
봄비는 핑계일까 우연일까. 봄비 내리는 걸 핑계로 창밖을 바라본다. 봄비가 내리지 않았다면 그렇게 우두커니 있기가 민망하기도 심심하기도 했을 거다. 기다리는 마음이 깊어지는 날 마침 비가 왔을지도 모르겠다. 록밴드 후추스는 25일 정오 공개된 ‘봄비’에서 사랑하는 이를 무작정 기다린다. “네가 좋아하는 셔츠를 입고 내가 좋아하는 의자에 앉아 우리 좋아하는 노래 들으며 창밖의 봄비 보며 너를 기다려.” 나른하면서도 단호한 목소리가, 빗소리가 섞인 고즈넉한 기타소리가 당신의 기다림을 더욱더 안달나게 한다.

어쩌면 필연일지도 모른다. 봄이기 때문에 겨울 동안 까마득하게 잊었던 사랑이 싱숭생숭 뒤척인다. ‘봄 캐럴’이라는 별칭이 붙은 버스커버스커의 ‘벚꽃 엔딩’을 비롯하여 유난히 봄에는 차트에 ‘봄’을 주제로 한 곡들이 올라온다. 지난 21일부터 27일까지 음원 주간차트(케이티뮤직 제공)를 보면 13위에 에릭남과 레드벨벳 웬디의 ‘봄인가봐’, 17위에는 장범준의 ‘봄비’, 19위 ‘벚꽃엔딩’, 55위에 로꼬와 여자친구 유주의 ‘우연히 봄’, 58위에 소녀시대 윤아와 10센치의 ‘덕수궁 돌담길의 봄’, 64위에 하이포와 아이유의 ‘봄 사랑 벚꽃 말고’, 73위에 버스커버스커의 ‘꽃송이가’가 자리하고 있다.

버스커버스커의 노래 외에 ‘우연히 봄’(2015년 4월) ‘봄 사랑 벚꽃 말고’(2014년 4월) 등이 모두 발매된 지 6개월 이상 된 곡이다. 이들 봄을 다룬 곡들은 누적순위(2013년 3월20일 이후 스트리밍 순위)에서도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14위 ‘봄 사랑 벚꽃’ 말고, 34위 ‘우연히 봄’, 49위 ‘벚꽃엔딩’ 등이다. 누적순위에서 봄 노래를 빼면 계절이 명시적으로 드러나는 곡은 ‘한여름밤의 꿀’(오렌지 캬라멜의 레이나·산이)뿐이다. ‘크리스마스 캐럴’보다 ‘봄 캐럴’이라는 통칭이 더 잘 어울리는 요즘 세태를 말해준다.

차트에서 확인하듯 버스커버스커의 장범준은 봄의 남자다. 꽃송이 날리는 맑은 날에 이어 비오는 날까지 공략 태세를 맞췄다. 25일 나온 장범준 2집 앨범의 어쿠스틱 버전 셋리스트에서 타이틀곡 ‘빗속으로’(주간차트 7위)는 ‘봄비’로 이어진다. ‘봄비’ 노래에서 장범준도 봄비 오는 밤 잠 못 들어 뒤척인다. ‘봄인가봐’ ‘덕수궁 돌담길의 봄’은 에스엠엔터테인먼트가 한 달에 한 곡 발표하는 콜라보레이션 기획으로 두 곡 모두 안정적으로 차트에 자리잡았다.

누가 봄공기에 감성 자극 페로몬이라도 뿌린 걸까. 꼭 차트를 노려서만도 아닐 것이다. 봄이 감성적인 뮤지션들을 가만히 둘 리 없다. 지난 15일 나온 검정치마의 싱글 ‘내 고향 서울엔’은 외국에서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담았다. 안녕하신가영이 16일 낸 디지털 싱글 ‘단편집-겨울에서 봄’에서 봄은 무심한 마음이 사라질 ‘그날’의 비유다. 여성밴드 르 메리무스도 15일 발매한 ‘봄이 와’에서 ‘역사적 순간’을 봄으로 상징한다. “늘 상상만 해왔던 그대 바라만 왔었던 매일 꿈에만 나오던 그 날, 그 날이.” 확실히 봄에는 감성을 달뜨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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