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인 체제로 3집 앨범 <재의 기술>을 들고 돌아온 못. 왼쪽부터 기타 유웅렬, 드럼 조남열, 보컬 이이언, 키보드 이하윤, 베이스 송인섭. 조소영 피디 azuri@hani.co.kr
8년만에 정규 3집 낸 밴드 ‘못’
솔로작업에 지친 이이언 제안
5인조 ‘풀 밴드’로 새로운 시작
대부분 변박…음악적 실험 집중
“5명의 ‘못’ 받아준 팬들에게 고마워”
솔로작업에 지친 이이언 제안
5인조 ‘풀 밴드’로 새로운 시작
대부분 변박…음악적 실험 집중
“5명의 ‘못’ 받아준 팬들에게 고마워”
오래 기다렸다. 못이 돌아왔다. 지난해 10월부터 싱글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를 시작으로 한 달마다 한 곡씩을 선보이고 드디어 2월18일 11곡으로 찬 앨범 <재의 기술>의 모습이 드러났다. 2004년 <비선형>의 독보적인 아름다움으로 한국 대중음악계에 충격을 가한 뒤 2007년 2집 <이상한 계절>로 열광을 이어갔다. 8년 만이다. 3집째지만 못의 이런 모습은 처음이다. 못은 2명으로 이루어진 밴드였다. 이번 3집은 키보드, 기타, 베이스, 드럼까지 갖춘 풀 밴드 진용이다. 완전히 새로운 시작인 셈이다. “우리는 무릎을 맞추고 손을 꼭 잡았어 (…) 우린 노래를 부르네”(‘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처럼 이이언이 무릎을 맞추고 같이 노래를 부르는 송인섭(베이스), 조남열(드럼), 이하윤(키보드), 유웅렬(기타) 못 5명의 멤버를 24일 마포구 서교동 유어썸머 사무실에서 만났다.
협업은 “육체와 정신이 피폐해지는 경험”이 준 교훈이었다. 이이언은 솔로 앨범(2011년 <리얼라이즈>)을 내면서 “스스로를 너무 소모시키는 작업을 했다. 이런 식으로 계속 작업을 할 수는 없겠구나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다. 앨범 세션 동료들에게 같이 하자 제안을 했다. 2~3명이 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네 명 모두 오케이를 했다. “전자음악이라는 새로운 도전”(조남열), “솔로 앨범을 하면서 작업 방식이 좋아서”(송인섭), “락 밴드를 했던 10대 때로 돌아가는 것”(이하윤) 혹은 “결단”(유웅렬) 아래 합류했다. “수입도 엔(n)분의 1로 줄어들 텐데 왜 밴드를 하자고 물어봤어요. 이언이 형이 풀 밴드에 대한 꿈이 있더라고요.”(이하윤) 멤버들은 “재수없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음악적 기본기를 갖추고 교육과정을 이수한 이들”(이이언)이었기에 간택되었다. 작곡과 출신 유웅렬, 미국 토론토대학 음악대학원 석사 출신의 이하윤이나 네덜란드 유학파인 조남열·송인섭 등 제대로 ‘하일리 에듀케이티드’들이다. “처음에 깜짝 놀랐어요. 이언이형은 거기서 에이플랫에서 서틴을 추가해주겠니 혹은 100헤르츠로 깎아주겠니 이런 식으로 지시하더라고요.”(이하윤)
이유가 있다. 이이언은 실험적인 음악을 하는 밴드를 하고 싶었다. 3집에서 4분의 4박자는 타이틀곡 ‘헛되었어’ 하나뿐이다. 8분의 7박 ‘퍼펙트 드림’은 스탠다드 튜닝이 아닌 기타를 쳤고(이후에 이 튜닝을 알아내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이벤트도 있다),‘메리고라운드’는 기본 5박자고, 거개의 곡이 변박이다.
마음은 “채워지지 않”(1집 ‘아앰’)고 “모든 중력을 다 거스르고 싶”(1집 ‘카페인’)게 호기롭던 청년은 3집에서 산전수전을 겪은 어른이 되었다. 1집‘나의 절망을 바라는 당신에게’와 수미쌍관을 이루는 곡 ‘당신의 절망을 바라는 나에게’에서 극적으로 달라진다. 1집 노래가 제대로 된 복수를 하고 있다면 3집에선 복수하러 간 사람이 스님을 만난 느낌이다. “전화 상담 프로그램에서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조바심을 많이 내더라.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최단기간에 할 수 있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지금 열심히 하고 있지만 더 할 건 없을까 하고 고민하더라. 나도 그랬는데 지나고 보니 데뷔도 늦었고 결과적으로 빙 돌아왔다. 삶이란 최단 거리를 일직선으로 가는 방법에 있는 게 아니라 빙 돌아가는 과정에 있더라. 경주라기보다는 여행에 가깝다. 지나온 길이 다 의미가 있다.”(이이언)
‘재의 기술’이라는 3집의 제목 역시 젊은 시절의 허무만을 담고 있지 않다. 1집의 ‘러브 송’에서 “내 숱한 확신들은 이내 눈부신 재가 됩니다 (…) 내 숱한 다짐들은 이내 향기로운 먼지가 됩니다” 는 ‘재’에 대한 기술(記述)은 3집 ‘헛되었어’에서 마법이 되는 ‘기술(技術)’로 바뀐다. “부질 없”기도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재의 기술’은 ‘애쉬크래프트’(Ashcraft)를 다시 번역한 어감이다. 이 말에는 ‘위치크래프트’(Witchcraft)라는 마녀들의 마법처럼 신비스러운 게 있다. 예술은 쓸모없는 잉여의 것이고 그래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 없는 게 마법으로 불려오듯 지나갔던 감정이나 경험을 온전히 이 시간 안에 되살리는 게 음악의 마법이다.”(이이언)
실험적인 밴드의 팬들은 뭔가 다르다. 오랫동안 기다린 팬들은 앨범이 나오자 곡들의 박자를 맞추는 포스팅을 올린다. 그런 팬들이라 못이 팬 선물로 준비한 ‘굿즈’는 ‘헛되었어’의 풀밴드 악보다. “요새 고맙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못의 멤버가 많아진 것에 의문을 갖는 사람들이나 불편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팬들이 잘 봐주시고 호의적이다. 큰 변화가 있음에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표한 사람들이 고맙다.”(송인섭) “멤버 체제의 변화는 걱정을 하셨을 것 같고 하실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앨범 들어보시고는 어느 정도는 걱정을 덜으셨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부분에서 실망시켜드리지 않기 위해서 중점을 두고, 여전히 좋아하시던 못이 맞습니다, 는 의미로 못 3집을 준비했다. 이 새로운 다섯 명의 못을 계속 지켜봐주셨으면 좋겠다.”(이이언) “먹구름을 향해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와 함께 노래를 불러주셨으면 좋겠다.”(이하윤)
정말 오래 기다렸다. 3월25일·26일·27일 홍대 서교동 웨스트브릿지에서 예정된 공연은 오픈 3분 만에 매진됐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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